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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움직이는 3가지의 키워드

정규 교육에서 빠져나와 검정고시를 치른채 대입을 준비 중인 아들은 기타를 전공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애써 들어간 예고를 중퇴하고 혼자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선생님이 미국 뉴욕에 사는 뮤지션이다. 유튜브를 열심히 보다가 우연히 알게된 현업 뮤지션으로부터 직접 기타 레슨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누구의 도움이나 조언이 아닌 혼자의 경험과 선택으로 말이다. 나는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화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트렌드가 점점 더 가속화될거라 본다. 이런 사례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 '모두의연구소'와 브랜드북 작업을 하다가 재미있는 키워드를 생각해냈다. 이른바 개인의 개성과 취향이 존중받는 다양성의 시대를 다음과 같은 3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모두가 하나의 드라마, 영화, 가수에 열광하는 시대는 지났다. 저마다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이 서너 개 이상은 있다. 그러면서도 외로운 사람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교류하는 서비스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과연 이런 변화는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정말로 궁금하고 또 궁금하다.


1. 탈중앙화(Decentalization)


지금은 '국민가수'를 만날 수 없다. 그것은 예전처럼 한 가수의 노래를 서너 개의 공중파 채널로 전국민이 듣는 시대를 지났기 때문이다.  멜론, 유튜브, 애플뮤직 등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채널의 선택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이들 뮤지션을 만나는 방법도 다양하고 팬덤도 다양하다. OTT로 인해 저마다의 취향에 맞는 영화와 드라마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이런 탈중앙화는 사회, 문화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발견된다.


2. 탈개인화(Depersonalization)


탈중앙화가 빨라질수록 사람들은 거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개인적인 선택과 판단을 강요받는다. 그래서 동호회, 독서모임처럼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공감받을 수 있는 모임과 서비스들을 찾아다닌다. 독서모임 하면 생각나는 '트레바리', AI 교육을 교수나 리더없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모두의연구소', 동네를 기준으로 중고거래를 할 수 있는 '당근마켓'도 이런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상징적인 서비스들이다.


3. 탈동조화(Decoupling)


기업이 수익을 내는 가치사슬에서도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아마존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검색, 비교, 구입, 사용의 소비자 여정에서 '구입'만을 특화해 성공했다. 넷플릭스는 통신사 가입, 인터넷 연결, 인터넷 접속, 영상 보기 중에서 '영상보기' 서비스만 특화했다. 우버는 검색, 구입, 사용, 유지, 폐기 중에서 '사용'만 특화한 서비스다. 최근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이처럼 특정한 소비자 구매 단계를 특화해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


나는 이런 변화가 우리 시대에 불어닥친 '다양성'의 거대한 파고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정보를 주고 받는 채널이 인터넷으로 인해 다양화하면서 소위 '대세'나 '유행'이 사라지고 저마다의 개성과 취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엄청난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미래를 정리하는 책을 한 번 써보고 싶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첫 시험에서 5,6등급을 받은 딸 때문에라도. 학교 성적 말고도 무한한 가치와 기회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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