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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틀린다 - 내 인생의 가장 찌질했던 순간들

최근 마흔 곳의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은 J님이 원고를 보내왔다. 책 제목이 '하루 15분 나를 위한 작은 실천'이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왜 퇴짜를 맞았는지 제목에서부터 짐작이 갔기 때문이었다. 책 내용을 읽어봐도 마찬가지였다. 한 권의 책을 만나서 변화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퇴사 후 책 한 권을 만난 이야기, 독서 모임에서의 경험, 그리고 습관의 유익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문득 다음의 내용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전히 나는 매일 틀린다. 매일 틀리고 매일 수정하기를 반복한다. 더 이상 문제에서 도망가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피하려는 고통이 더 크단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제없는 삶을 꿈꾸는 대신 좋은 문제로 가득한 삶으로 채우고자 애쓴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각들은 결국 글이 되었다..."


나는 전화를 걸었다. 성공한 얘기 말고 실패한 얘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그런 순간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한 마디로 찌질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했다. 그 중 하나가 몸무게 이야기였다. 한방 병원에서 비싼 돈을 들여 체중을 감량하면, 약을 끊은지 2달 만에 원래 몸무게로 복귀한다는 이야기였다. 공교롭게도 그가 직접 지은 호는 '오류'이다. 오류 투성이인 자신의 인생을 고치고 싶다는 각오를 담은 이름이었다. 그래서 책 제목을 다음과 같이 지어주었다.


'나는 매일 틀린다 - 내 인생의 가장 찌질했던 40개의 순간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쓴, 다음과 같은 제목을 가진 책이 있다.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확 끌리는 제목이었다. 부부가 다 놀아도 생계 유지가 가능해? 무슨 사연이 있지? 분명 논다고 하고서 생활이 된다는 얘기인데... 그런 궁금함이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부부는 지금도 '잘 놀고' 계시다. 읽고 싶은 책이란 이렇게 제목에서부터 끌리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내용이 좋은 건 기본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10년 째 장수하는 '나는 자연인이다'를 사람들이 여전히 즐겨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패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곳에서는 '서민갑부'와 같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전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레드오션이다. 하지만 실패를 견디다 못해 산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랑받는다. 이 프로그램의 포맷은 미치도록 단순하다. 산에 올라 맨날 두릎이나 버섯을 캔다. 담근 술을 보여준다. 세 끼 밥을 차려 먹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실패와 절망의 이야기...


늘 정답을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매일 '틀리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남의 실패를 비난하는 사람보다는 위로와 용기를 얻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나는 J님을 좋아한다. 실패하면서도 늘 도전하기 때문이다. 100kg이 넘는 체중을 끌고 춤 동호회를 열심히 다닌다. 그런 그의 노력을 알기에 스스로 찌질하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 오히려 용기를 얻는다. 그가 이 책을 쓴다면 반드시 사 볼 것이다. 그리고 나이 50이 되어서도 여전히 실패를 경험하는 친구들에게 선물로 줄 것이다.


이 책의 컨셉은 '오류'이다. 컨셉이 선명하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선명해진다. 나 역시도 책을 팔기? 위해 세바시에서 가장 아픈 얘기를 꺼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내 성공의 발판이 되어준 '자각'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J님이 용기를 내어 찌질한 이야기를 써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오류의 삶을 지랫대 삼아 살도 빼고, 결혼도 하고,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에게 다음 주까지 10개의 찌질한 이야기를 써오라고 했다. 기대된다. 그는 분명 '오류'의 힘으로 일어서리라 굳게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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