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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말 아침의 생산적인 수다에 관하여...

노후를 보낼 시골 별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문제는 돈이다. 자기 집도 없는 주제에 별장이라니. 그런데 '스비클(스몰 비즈니스 클럽)' 단톡방에서 아주 신기한 모델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11가구가 제주도에 하나의 집을 사서 공동 별장으로 쓰고 있다는 거였다. 집값은 5억인데 11명이 공동 명의로 운영한다. 구글 캘런더로 미리 예약해서 쓰는 구조다. 줌 미팅으로 정기 회의도 한다. 직계 가족외 타인이 오려면 제한된 쿠폰을 써야 한다.


전국에 빈 집이 많다. 전국에 노후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위의 모델이 이런 연결점에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빈 집과 사람을 연결해줄 수 없을까? 이 빈 집에서 노후를 보낼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런 아이디어를 단톡방에 올렸던 순식간에 10여 명이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당장 다음 주부터 줌 미팅으로 만나기로 했다. 아래 방송에 나온 전문가와 연결이 가능하다는 분이 나왔다. 그 집에서 그림 그리기, 글쓰기, 운영, 심리 치료를 자원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렇게 신나게 1시간 넘게 떠들었다.


비즈니스 모델이 항상 대단한 자본가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창업가의 습관'이라는 책이 바로 이 부분을 이야기한다. 광고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과 브랜딩이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관계이다. 브랜딩은 소비자들과 상품과 서비스를 매개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마케팅이 단순히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쪽에 맞춰져 있다면, 브랜딩은 관계를 통해 숨은 욕구를 채우는 과정에 좀 더 무게가 쏠려 있다. 누군가는 이를 팬덤 마케팅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팬덤 마케팅을, 관계를 기반으로 한 브랜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톡방에 '이런거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화두를 던진다. 그러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그러면 별도의 단톡방을 만들어 온라인 미팅을 한다.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각자의 지식과 지인들, 정보들이 연결된다. 일종의 집단 지성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관심과 참여다. 호응이 없으면 종료된다. 대단한 노력과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일종의 다양한 비즈니스를 테스트해보는 실험실인 셈이다.


이 화두는 전남 해남에 집을 가진 한(더 정확히는 자신의 아버지의) 스타트업 대표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5,60대 남성들의 니즈가 분명히 있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들의 숨은 욕구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다양한 BM들이 쏟아져 나왔다. 단순히 빈 집에 가서 사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러고보니 공간도, 프로그램도, 사람도 채워져 있다. 이제 실행만 남은 것이다.



다음 주 일요일 저녁부터 당장 온라인 모임을 하기로 했다. 이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분이 계셔서 일 추진이 훨씬 수월할 전망이다. 상주하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실 분,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전문가,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분들이 함께 할 예정이다. 그저 홀로 빈 집을 살아가는 '자연인'들과는 다르다. 관심과 열정을 지닌 이들을 위한 시니어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기획할 생각이다. 전국 각지의 빈 집과 프로그램 전문가들을 이어볼 생각이다. 그런 프로그램들이 실제로 작동한다면 관심 있어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뭐 실행되지 않아도 상관 없다. 아주 작게 시작할 터이니 실패의 두려움도 없다. 다만 나는 건강한 노후를 고민하는, 그 가운데서도 사람들과의 연대를 경험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고 싶다. 거창한 공동체나 마을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나처럼 노후에 시골 별장에서 나와 비슷한 취미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혹이라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이 모델은 성공할테지. 다행히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주말 아침을 뜨겁게 보냈다.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걸로도 족하다. 이제 뒷일은 하늘에 맡길 뿐이다.




* 이 프로젝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의 '스비클' 단톡방에 참여 부탁드립니다^^

https://open.kakao.com/o/gdwl9T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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