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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자들은 왜 오바마의 질문에 침묵했을까?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기자 회견을 하던 그는 전 세계의 기자들이 모인 곳에서 특별히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의 기회를 주었다. 그 행사의 개최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미국의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동안 이상한 침묵이, 그리고 긴장감이 기자회견장을 가득 채웠다. 결국 중국의 어느 기자가 몇 번이고 손을 든 끝에 오바마에게 질문을 했다. 그날 낯 뜨거웠던 사람은 비단 한국의 기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모두의연구소'라는 곳에서 이곳 졸업생을 인터뷰했다. 그는 지금 웅진씽크빅이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좀 더 정확하게는 딥 러닝 기술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아이들의 기호와 성향에 따라 읽을만한 좋은 책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이 이미 우리 생활 깊숙히 들어와 있다고 했다. 굳이 자율 주행이 아니더라도, 파파고나 클로바 앱처럼 사람이 하는 말(자연어)을 이해해 번역도 해주고 녹취도 해준다. 하지만 그가 '딥 러닝'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모두연을 찾았던 것이 불과 5,6년 전이었다.


모두연은 다르다. 수업과 연구 대상은 있지만 교수도, 선생님도, 리더도 없다. 대신 '퍼실이'라는 퍼실리테이터가 수업을 서포트한다. 공부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토론을 한다.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도와 수업의 주제를 하나씩 이해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한다. 이게 될까 싶은데 모두연은 2015년 이후로 이 방식을 지켜가며 인공지능과 다양한 연구 주제들을 학습해오고 있다. 내가 방문했던 강남 캠퍼스를 비롯해 전국에 여러 개의 지점이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만 100여 명을 헤아린다.


인터뷰를 하러 온 이수진님에게 물었다. 이런 수업 방식이 효과적이었냐고. 그렇다고 했다. 그는 모두연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공부를 했고 취업까지 했다. 지금은 직장에서 파트장으로 일하면서 같은 방식으로 직원들을 이끌고 있다. 모두연은 이렇게 수업하는 프로그램을 '풀잎스쿨'이라고 부른다. 한국에는 '거꾸로 교실'이라고 소개된 플립 스쿨을 발음 그대로 적은 것이다. 한국의 기자들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궁금한 주제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첫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왜 한국의 기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질문하기를 주저했던 것일까? 일종의 문화일 수 있다. 질문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이상한 문화를 우리는 오랫동안 수업의 현장에서 체득해왔다.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엉뚱한 질문이 전 세계로 중계되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이건 '교육'의 탓이 크다. 한 사람의 리더가 자기가 가진 지식과 정보를 일방적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방식, 바로 그 방법으로 우리는 오랫동안 교육을 받아왔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한 사람의 능력자에 의존해 공부하는 방식을 벗어나고 있다. 왜냐하면 구글과 네이버 같은 지식의 보고가 있으니까. 하지만 함께 토론하며 무언가를 배우는 방식은 아직도 낯설다. 모두연이 하는 일은 바로 그러한 방식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전달하는 일이다. 기존의 학교와도, 연구실과도, 직장과도 다른 방식이다. 나는 문득 이곳에서 가까운 미래의 교실을, 연구실을, 직장을 훔쳐본 기분이 들었다. 모두연은 이런 방법으로 이수진님 같은 능력자들을 사회에 배출하고 있다. 그들만의 가치를 세상에 전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이대에 첫 매장을 연지 10년이 훨씬 지났다. 그 이전의 사람들은 커피숍을 '다방'이라고 불렀다. 계란 노른자를 동동 띄운 쌍화탕을 앞에 두고 여주인에게 추근대는? 그런 장면이 떠오르는 곳이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커피를 마시는 다방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특 '거실의 확장'으로서의 새로운 공간을 한국인들에게 제시한 것이다. 혹자는 이를 '제3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부르던 상관 없다. 이 스타벅스의 등장으로 인해 한국의 다방 문화는 거의 사라졌으니까.


모두연은 교육계의 스타벅스다. 교육하는 방식을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바꾸었다. 선생님과 학생이 따로 없는 평등한 교실을 만들었다. 그저 '딥 러닝'과 같이 궁금하고 호기심 어린 것들을 토론을 통해 함께 공부한다. 이른바 집단 지성으로 공부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세상에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가까운 미래의 교실과 연구실'을 모두연을 통해 미리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같은 방식으로 '스몰 스텝'을 연구해왔다. 우리들의 일상을 아주 작은 실천으로 바꾸는 방식을 함께 학습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방법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나는 지금도 다양한 고민과 주제들을 스몰 스텝에 모인 1,000여 명의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글쓰기, 음악 듣기, 사진 찍기, 심리학 공부, 영어 공부하기, 심지어 수학 문제 풀이하는 단톡방을 따로 만들어 이런 집단 지성을 경험하고 있다. 모두연은 그렇게 일상이 아닌 학교를, 연구실을 바꿔가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이 공부하는 방식도 함께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의 아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공부했으면 좋겠다. 선생님의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닌, 아이들끼리 서로 공부해온 주제로 하나의 문제를, 공부의 대상을 토론을 통해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는 방식 말이다. 아마도 이렇게 공부하는 아이들이라면 더 이상 오바마의 제안을 침묵으로 주저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겠지. 모두연은 그런 새로운 학습 방식을 현장에서 실험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스몰 스텝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새롭게 배워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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