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강의 요청이 왔습니다. 강의 장소는 보령의 아주자동차대학교라고 했습니다. 나도 지방 출신인지라 이런 강의가 들어오면 거리를 따지지 않고 수락을 하곤 합니다. 멀어봐야 대한민국 안일테니까요. 그런데 보령은 일단 집에서 가까운 SRT가 없었습니다. KTX도 마찬가지더군요. 그래서 2시간 걸리는 버스를 예매했습니다. 9시 출발 버스를 타기 위해 7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 여정이 14시간이 넘게 걸릴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 사실을 알았더라도 저는 이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요?
강의 시작 시간은 오후 1시였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의 경험상 두어 시간은 여유를 두어 출발을 했습니다. 도착은 순조로웠습니다. 안개도 끼고 비도 부슬 부슬 오는 날이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아주자동차대학교는 사람의 낌새가 전혀 없는 한적하고 외진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창업 관련 강의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할 만큼 조용한 강의동을 한참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강의동 247호실이 있는 2층에 다가가서야 비로소 인기척을 느끼고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강의 분위기는 너무 좋았습니다. 간만에 대학 강의실에 서니 대학 시절 생각도 나더군요. 전공이 사회학인지라 유독 조사 및 발표 수업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내성적이고 숫기도 없는 저지만 유독 이 발표 수업 만큼은 재미있었습니다. 어느 노교수는 제 발표를 듣고 울기도 하셨고(다른 친구들의 발표를 답답해하셨거든요), 그 때문에 동기들은 저를 자신의 팀에 넣기 위해 호의를 베풀곤 했습니다. 군대를 다녀와 다시 수능 시험을 치룬 저는 동기들보다 6살이나 나이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재능? 때문에 그들과 좀 더 쉽게 어울리며 즐거운 대학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2시간의 강의는 즐거웠습니다. 창업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인만큼 눈빛으로 보여주는 몰입도가 남달랐습니다. 식사 후 바로 이어진 오후 강의인 만큼 한 두 사람은 졸 법도 했지만 아무도 졸지 않았습니다. 강의를 한 번이라도 해보신 분은 알거에요. 100명 정도의 강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거든요. 아무튼 열심히 강의했습니다. 방황하던 대학 시절의 제가 생각나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지방 대학 출신인지라 더 마음이 쓰인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튼 강의는 끝이 났고 수줍어하던 친구들이 여럿 다가와 명함을 받아갔습니다. 이상하게 그 점이 너무 고맙고 뿌듯했습니다.
강의는 3시에 끝났지만 올라가는 버스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가까운 대천역 표를 끊었습니다. 용산까지 3시간이 넘게 걸리는 무궁화호였습니다. 고속버스가 2시간 걸렸었는데... 비가 와서 유달리 차도 막혔습니다. 분당 집으로 돌아오니 시계는 9시를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무려 14시간에 걸친 긴 여정이었습니다.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두어 명이 강의를 잘 들었다는 메일을 보내왔더군요. 보통 이런 강의에 바로 감사 메일을 보내는 경우는 드물었거든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방의 대학에서 원데이 워크샵을 열어보면 어떨까 하는... 그래서 그들과 하루 종일 치열하고 창업과 브랜드와 마케팅을 논해보고 싶습니다. 대면이 힘들다면 줌 강의도 있으니까요. 서울과 지방의 차별이 없는, 서울과 지방이 경쟁하는 창업 관련 프로그램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각 대학마다 있는 창업 동아리에 연락을 해봐야겠습니다. 그들이 꼭 들었으면 하는 강의와 강사진을 준비해서 찾아가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곧 로컬의 시대가 도래할테니까요. 춘천의 감자빵, 제주의 우무와 같은, 작지만 강력한 브랜드의 시대가 도래할테니까요.
브랜딩이라는 제품과 서비스에 '가치'를 더하는 일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이 때의 가치란 쓸모라는 원래의 의미에 더해 인간의 욕구를 다루는 것이라고 강의 시간에 열변을 토했습니다. 이때의 욕구란 필요이자 욕망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번의 긴 여정을 통해 그들의 숨은 욕구가 얼마나 큰 지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을 돕고 싶습니다. 그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어떻게든 그들과 뭔가를 함께 도모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멋진 브랜드로 자라가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이런 마음이 순간의 감정으로 머물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혹시 이런 일에 함께할 분 계시다면 연락주세요. 큰 힘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