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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를 위한 PT 교육이 시급합니다

어느 정부 지원 사업에 자문 위원으로 다녀왔습니다. 정부 기관과 지상파 방송까지 참여하는 꽤 큰 행사였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서 간단하게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정말 PT 정도는 미리 준비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투자를 받기 위해 나온 자리에서 '음... 아...'로 10분을 소비하는 걸 보고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라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일단 그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을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문제 제기와 아이스브레이킹이 적당히 연계된 임팩트 있는 시작이 필요합니다. 저 얘기는 들어야겠구나, 하는 강렬한 후킹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 해도 집중과 몰입까지 가능하려면 정보가 되었든 유머가 되었든 우리 제품이 왜 시장에 나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가장 먼저 설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이 질문에 대한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들이 가진 단점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면 기존의 제품들이 가진 문제와 불편들이 분명 있었을 겁니다. 기껏 개발한 제품이 이미 시장에 있는 제품이라면 그만큼 허망한 일도 없겠지요. 투자자는 맨 처음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이 그리 시원치 않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가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내가 만든 제품이 주인공으로 등장할 때입니다.


제품 소개가 장황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차별화 요소 두, 세가지만 임팩트있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앞선 두 과정이 기,승이었다면 지금의 대목은 '전'의 단계이자 클라이막스가 되겠네요. 이때는 첫 번째, 두 번째로 구분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래야 정리가 잘 될테니까요. 확신을 가지고 일목요연하게 우리 브랜드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딱 부러지게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질문을 요청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을겁니다.


적어놓고 보니 뻔한 내용을 썼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런 뻔한 순서로 발표한 분도 몇 되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투자를 받고 싶은 열망이 적어서일까요? 설마 그건 아니겠지요? 그런데 왜 그렇게 준비 없이 그 자리에 서신 것일까요. 발표를 듣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투자를 하기 위해, 듣기 위해 모인 사람도 설득하지 못하는 제품이 어떻게 수많은 선택지를 지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투자를 받기 위한 준비는 정말 어렵습니다. 기관의 투자를 받으려면 그에 필요한 서류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벅찰 겁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의 화룡점정이 될 PT를 부실하게 준비하는 건 어떤 것으로도 변명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감동까진 바라지 않습니다. 말을 더듬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고 그 자리에 섰으면 좋겠습니다. 투자를 위한 아이템, 자본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시장을 설득하고자 하는 선명한 문제의식이 아닐까요?


우리나라 스타트업 시장에 'PT 교육'이 시급합니다. 관련된 전문가를 모시고 이를 학습하고 훈련하고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세바시'에 출연하고 나서 알았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순서로 스토리를 전개해야하는지도 함께 배웠습니다. 이런 PT는 행사에만 필요한게 아닐 겁니다. 커피숍에서 낯선 투자자를 만나 제품을 소개할 때도 똑같은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그런 분들을 돕고 싶습니다. 완벽한 제품을 더 완벽하게 만드는 PT의 기술도 공부와 훈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절실하게 배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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