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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미션과 비전은 꼭 필요할까?

'우마책(우리 함께 마케팅 책 한 권 써볼까요?)' 두 번째 정기 모임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발제하는 날입니다. 평소 늘 강의하던 '브랜드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20분 짜리 특강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주제가 어느새 브랜드의 미션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하더군요. 미션과 비전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둘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런 주제로 얘기하다보니 1시간 반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브랜드와 마케팅 용어를 참 함부로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컨셉만 해도 그렇습니다. 15년 넘게 붙잡고 있지만 '컨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없는 저를 보았습니다. 미션과 비전도 그런 용어 중 하나였습니다.


미션이란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존재의 이유'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어느 개인이 '살아 있는 이유'를 발견하는 것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저 같은 작가는 내 책을 읽은 사람이 감사와 변화를 고백해올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거든요.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이 행복해지는게 가장 큰 '미션'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이 미션은 '끝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죽기 전까지는 그 미션을 완수할 수 없죠. 마치 항해의 방향을 설정해주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북극성'처럼 말입니다.


반면에 비전은 미션보다 구체적인 목표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래야만 구성원이 그 목표를 좇아 달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세상의 위대한 리더들은 아주 생생하게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미션과 비전이 회사에게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런 것? 없이도 잘 나가는 회사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마치 북극성이 보이지 않아도 맑고 쾌청한 날에 항해하는 한 척의 배와도 비슷합니다. 당장은 고기도 많고 풍랑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날은 결코 계속되지 않지요. 어김없이 밤은 찾아오고 폭풍우도 만납니다. 회사도 그런 것 같아요. 위기를 맞을 때 비로소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되지요. '우리는 어디에 있고, 또 어디로 가야하는가?'


그런데 이 위기를 이겨내려면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 회사에 남아 이 어려움을 이겨내야하는 공동의 미션과 비전을 그제서야 떠올리게 됩니다. 이게 없으면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은 위기가 아니어도 이런 미션과 비전의 부재에 갈증을 느낍니다. 사람은 떡으로만 살 수 없으니까요. 사람은 삶과 일의 이유와 의미를 끝없이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션과 비전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회사를 자신의 이상을 좇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리더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흔히 열정 페이라 불리는 것들이 이런게 아닌가 싶어요. 결국 사단이 나고 맙니다.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그 어떤 회사의 미션과 비전일지라도 공허할 따름이지요.


물론 우리는 '마케팅'을 논하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마케팅은 회사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한 것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거창한 미션과 비전 보다는 지금 당장 매출을 올리는 문제에 더 관심이 있게 마련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관한 답을 함께 찾아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 긴 여정의 시작점에서, 브랜드에 관한, 그리고 미션과 비전에 관한 우리의 논의는 의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뜬구름 같은 이 얘기가, 결국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고민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기 때문입니다. 회사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과정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언젠가 우리는 반드시 이런 질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내 삶의 이유는 대체 뭘까?"

"내가 이 회사를 계속 다녀야만 하는 이유는 뭐지?"


만일 이런 질문을 구성원에게 요구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감사하십시오. 적어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고 있는 회사라 여겨집니다. 그렇지 않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의 회사는 대낮의 쾌청한 날씨에 잔잔한 바다를 순항하고 있기 때문이니까요.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스스로 일할 이유와 목표를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미션과 비전은 회사에만 적용되는 것이 결코 아니니까요. 우리 개인도 하나의 브랜드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찾을 때 비로소 (참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여기에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의 DNA 속 깊이 새겨진 그 무엇 때문이니까요. 그래서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미션은,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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