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춘추전국 시대다. 적어도 우리나라 저가 커피 시장을 보자면 분명 그렇다. 스타벅스란 원탑 브랜드가 이런 지형도를 만든게 아닌가 싶다. 마치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에 관한 동화를 보는 듯 하다. 하지만 이건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본의 참치 시장도 비슷하다. 완전한 고가 브랜드가 아니면 저가의 가게들만 살아남고 있다. 중간 브랜드가 없다. 양극화는 부의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시장에서도 양극화는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다. 스타벅스가 아니라면 그냥 저가 커피로도 만족한다는 것, 이것이 커피 시장에서 고객들이 보내는 솔직한 진심인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의 움직임이 있다. 커피숍의 대형화다. 김포에 있는 근린공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충격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 평일 낮인데도 거대한 이 커피숍 매장은 사람들도 빼곡했다. 식물원을 연상시키는 카페 안은 가족 단위의 고객들로 가득했다. 한참을 머물러 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러 온 게 아닌 거였다. 그야말로 한강변에 돗자리를 펴듯 카페로 피서를 온거였다. 차도 있고 네비게이션도 있으니 아이들을 챙겨? 교외로 나오는 일은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집 안에서 애들에게 치일 빠엔, 조그만 동네 카페에서 눈치를 보며 좌불안석할 바엔 아예 대형 카페로 뛰쳐 나온 것이다. 이러니 브랜딩이 덜 된 어중간한 카페는 선택을 받기 어렵다. 그리고 카페인이 필요한 사람들은 아마도 저가 커피로 만족하겠지.
대략 이런 시나리오를 펴들고 강서구 화곡역 인근에 있는 '댄싱컵'을 찾았다. 그 전에 근처를 한 번 둘러 보았다. 가장 먼저 이디야가 보인다. 컴포즈 커피가 보이고, 저 만치 메가 커피가 있다. 걔중 메가 커피의 공간이 가장 넓어 보였다. 저가 커피 시장에도 왕좌는 있다. 내가 아는 한 지금 왕좌를 차지한 브랜드는 메가 커피다. 하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뚜렷한 차별화 요소가 보이지 않아서다. 저가 커피에서 특별한 차별점을 찾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하지만 우리는 모두 카페베네가 준 교훈을 잘 알고 있다. 급속히 매장을 늘리는 전략은 장점 만큼이나 한계도 명확하다. 품질도, 직원 관리도, 고객 관리도 되지 않는다. 나는 아직 메가 커피를 굳이 일부러 찾아야 할 이유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댄싱컵'이란 네이밍이 재밌다. 설명에 의하면 커피가 오고 가는 분주한 상황을 묘사한 거라 한다. 간결한 로고도 인상 깊다. 하지만 카페 내부 인테리어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다. 옐로와 화이트의 조화가 무난하지만 간결한 느낌을 준다. 스피커 모양이 특이해 찾아보니 2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고가의 스피커다. 배달이 주인 매장이라 좌석은 소수지만 두어 시간 앉아 있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빽다방처럼 테이크아웃 외엔 기대하지 말라는 인테리어와는 사뭇 차별화된다. 시그니처 커피를 주문했다. 3500원 짜리 메뉴인데 종종 찾아 마시는 아인슈페너와 닮았다. 맛도 좋았다. 게다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은 2000원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댄싱컵은 새롭게 떠오르는 저가 커피 브랜드다. 16년 이상 외식업의 경험을 가진 창업자는 부산을 기점으로 벌써 50여 개의 매장을 냈다. 사실 지방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상경?하는 브랜드들은 외식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 병원은 그런 스토리를 배경으로 서울 정착에 성공했다. 로컬 브랜드 중에도 성공한 브랜드가 많다. 삼진어묵, 덕화명란, 춘천의 감자빵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제 로컬은 디스카운트 요소가 아니다. 분명한 브랜드 스토리만 있다면 충분히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조만간 상경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을 시간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댄싱컵이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들의 출점 전략은 마치 포위 작전을 연상시킨다. 서서히 서울의 중심지로 하나씩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20년 이상 부산에서 은행을 다니는 동생 얼굴이 떠올랐다. 내 동생이 '댄싱컵'을 출점한다고 하면 흔쾌히 그러라 할까? 그런 면에서 이 브랜드는 굉장히 균형 잡힌 브랜드다. 대표의 인터뷰 전문을 읽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오랜 경험과 함께 인사이트 넘치는 구절을 종종 만났다. 스스로 워커홀릭을 자처하는 이 분은 분명 커피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저가 커피 시장에 진심이다. 마구잡이로 매장을 늘리기보다 속도 조절을 할 줄 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기호도 가지고 있다. 매끈하게 뽑아진 인테리어에서도 신뢰감이 느껴진다. 몇 번이나 디자인을 뒤엎은 결과라 한다. 저가 커피 브랜드, 아마도 이 싸움은 길 것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창업자의 진심이 아닐지. 나는 이 카페 창업자의 뒷 이야기에서 그 진심을 읽었다.
* 댄싱컵 창업자의 인터뷰 전문입니다. 참고해서 읽으시면 더욱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