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바다

바다는 무섭다.

이 말은 비유도, 수사도, 감상도 아니다.

말 그대로 소스라치게 '무섭다'는 말이다.

나는 그 바다의 무서움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초등학생이었던가, 아니면 그 전이었던가.

한참은 어린 시절 수영을 배울 때였다.

무거운 배를 뭍으로 끌어올리는 통나무에 매달려 얕은 바다를 오가던 내가

순식간에 물밑으로 빨려들어가 정신을 잃은 적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나는 물 속에서 눈을 떴고,

바닷 속에서 빛나는 해무리를 보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었다.

'벌써 죽기엔 너무 억울한 걸...'

다행히 그말을 하나님이 들어주셨는지

누군가의 도움으로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7월인지, 8월인지

여름 한낮의 태양빛보다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물놀이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소음이

퍽이나 낯선 이질감으로 다가오던 기억이 새삼 새롭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바닷가에 앉아있었고,

그후로도 오랫동안 수영다운 수영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두 번째 바다의 무서움을 배운 곳은 서해 바다 한 가운데였다.

당시 군인 신분?이었던 나는 폭풍주의보가 내린 바다 한 가운데를

오직 휴가를 가겠다는 일념으로 어선을 타고 지나고 있었다.

(바다 위의 모든 군인이 해군인 것은 아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달리던 배는

갑자기 엔진 소리를 멈춘 채 바다 위를 표류하기 시작했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 위에서 고장난 배라니...

순간 배에 오르던 선착장에서 바라보았던

집채만한 파도가 일으키던 하얀 포물이 불현듯 떠올랐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함께 휴갓길에 올랐던 후임도 깨어있음이 분명했지만

우리는 서로 마른 침만 삼키며 꼼짝을 하지 못했다.

파도의 일렁임이 선실 바닥에 닿은 나의 등판에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왜 정글북에 나오는 원숭이 무리가

거대한 뱀 앞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먹이가 되어야 했었는지를.


그러니까 2년 전 오늘,

세월호에 올랐던 수백 명의 학생, 혹은 일반인들은

내가 앞서 지루하게 늘어놓았던 공포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직접 겪었다.

누군가는 그저 바다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라고 했다.

이젠 잊을 때도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더는 정쟁의 소재로 삼지 말라는 짜증섞인 비난의 소리도 한다.

그러나 교통사고가 우발적이고 순간적인 '사고'라면

세월호의 참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약간의 조치만으로도 대피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2년이 지난 지금도 쉬이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벌써' 2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누군가에겐 고작 2년 '밖에' 되지 않은 이야기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한 이야기이다.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관매도 부근 해상(맹골 수도)에서

청해진해운이 운영하는 인천-제주 정기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사고가 일어났다.

295명이 목숨을 잃었고,

9명의 시신은 아직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2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명확히 알고 있는 건 이렇게 몇 가지 숫자 뿐이다.


*사진출처: http://goo.gl/FF85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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