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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에메랄드 빛 감도는 푸른 빛의 ‘칙바이칙(CHICK by CHICK)’ 매장 간판은 지나가던 사람들을 한 번쯤 쳐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비슷한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대부분 붉은 빛으로 로고와 간판을 장식한 것과 매우 비교됩니다. 하다못해 과자나 라면 포장도 붉은 색을 선호합니다. 식욕을 돋우는 색으로 널리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수많은 경쟁 브랜드들 가운데서 조금이라도 튀어보이려는 열망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칙바이칙은 로고와 간판 컬러부터 ‘남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이 작은 차이는 이 브랜드가 얼마나 차별화를 중시 여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브랜드의 런칭 전, 김명환 대표를 처음 만났던 날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체크 무늬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은 환갑을 넘긴 그의 나이를 짐작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에너지와 매력이 넘쳐 흘렀습니다. 두 눈을 동그렇게 뜨고 치킨과 칙바이칙에 대해 열변을 토하다 보면 두세 시간은 금세 지나가 있곤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거대한 전기차가 가득 충전된 기분으로 상암동의 본사 건물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절정은 첫 메뉴 시식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치킨 버거의 맛에 취한 나머지 부른 배를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꽤나 멀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간만에 느끼는 포만감이었습니다. 뭔가 늘 먹어오던 기름진 버거와는 또 다른 맛이었습니다.

  

드디어 강남 매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갓나온 버거와 라이스 보울을 가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맛에 있어서만큼은 까다로운 가족들의 반응이 매우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한 ‘맛있다’를 가장 연발한 브랜드가 칙바이칙이었습니다. 포장도 생김새도 맛도 남달랐습니다. 그래서 이 브랜드가 강남에서 배달 1위를 찍었다는 소식이 놀랍지 않았습니다. 강남 인근에서 미팅을 하면 지인들을 꼭 매장으로 데려갔습니다. 자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이제 자랑스러운 우리 브랜드 하나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책을 쓰고 있는 지금 칙바이칙은 선릉점 오픈에 이어 3호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선릉점은 오픈 한 달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런데 이 모든게 전혀 놀랍지 않게 다가옵니다. 이 브랜드는 무엇보다 맛있고, 어떤 브랜드와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 서부에는 인앤아웃이 있습니다. 미국의 자랑거리로 통하는 이 브랜드의 버거를 저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서부의 쉐이크쉑은 아주 가끔씩 가족과 함께 매장을 찾곤 합니다. 가족들의 의견은 매우 갈립니다. 풍부한 육향을 좋아하는 와이프도 있지만 깨끗하고 담백한 맛을 즐기는 아이들은 비싼 가격을 차치하고서라도 박한 평가를 내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칙바이칙은 양쪽의 입맛을 모두 잡았습니다. 이 평가는 매장을 가득 채우는 손님들의 입맛을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사실에 날마다 이곳을 찾는 직장인들까지 늘고 있습니다. 2,30대의 센스 있고 트렌드한 젊은 여성들만 환호하는게 아닙니다. 저처럼 배나온 중년의 남자들도 점심 한 끼를 허투루 고르지 않습니다. 칙바이칙의 컨셉을 설명듣고 나면 그 이유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치킨 패스트 캐주얼’, 패스트 푸드지만 캐주얼 식당의 맛과 건강까지 챙겼다는 의미입니다. 아마 누구라도 이 설명을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브랜드가 특별한 이유는 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반복해서 들었던 ‘피플 퍼스트’라는 말입니다. 김명환 대표의 신념이자 최고의 가치는 바로 이 구호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손님을 만든다. 바로 칙바이칙이 맛과 영양 만큼이나 중요시 여기는 핵심가치입니다. 저는 매장을 오픈하기도 전에 이 피플 퍼스트를 고민하는 칙바이칙의 고민을 일찌감치 엿볼 수 있었습니다. 메뉴의 가격을 정해야 할 시기에 김 대표와 임원들은 직원들의 인센티브를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정직원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의 쉴 공간과 복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오픈을 앞두고 있는 3호점은 김 대표의 아들이 7개월 간의 수련을 마치고 가맹점주로 투입된다고 합니다. 이 브랜드의 진심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브랜드의 규모를 떠나 사랑받는 브랜드를 ‘러브 마크’라고 부릅니다. 앞서 얘기한 서부의 자랑, 인앤아웃과 같은 브랜드가 그렇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한결같이 지역사회의 사랑을 받고 있는 칙필레도 생각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이제 이런 러브 마크를 하나 가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외국인 친구가 찾아오면 안심하고 자랑스럽게 데려갈 수 있는 치킨 버거 브랜드가 하나쯤 있을 때도 되지 않았나요?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이란 브랜드가 사랑받는 지금, 영화와 미드, 음식과 관광, 심지어 수십 조원의 무기까지 수출하는 작금의 시대에, 또 하나의 자랑스러운 브랜드를 가지게 되어 저는 지금 무척 행복합니다. 그리고 15년의 브랜드 컨설팅의 경험을 살려 이 브랜드의 면모를 속속들이 소개하기 위해 이 브랜드북을 만드는데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그 어떤 브랜드보다도 이 브랜드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역시 저처럼 이 브랜드를 사랑할 수 있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또한 이 책에 나오는 진심어린 인터뷰가 여러분들의 남다른 선택에 또 한 번의 믿음을 심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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