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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들어가는 이야기

Chapter 1. 칙바이칙을 런칭하다

영화 ‘파운더’에 나오는 레이 크룩은 사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밀크 쉐이크 기계를 팔러 다니는 그저 그런 외판원에 불과했었죠. 하지만 그에게는 될성부른 사업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놀라운 안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 세계의 물가를  비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맥도날드’의 탄생으로 이어졌죠.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늘 불편했습니다. 제게는 맥도날드의 메뉴를 만들고 시스템을 만든 맥도날드 형제가 진짜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밀크 셰이크 분말 대신 진짜  우유를 고집하는 맥도날드 형제를 볼 때는 응원하는 마음까지 생겼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저마다 의견이 달랐습니다. 적지 않은 이들은 지금의 맥도날드를 만든 레이 크룩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칙바이칙을 보면 그런 고민이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브랜드의 창업자를 만나면 레이 크룩과 맥도날드 형제를 섞어놓은 듯한 인상을 받게 되니까요. 그는 나이 60이 넘었지만 여전히 청바지에 셔츠를 즐겨 입습니다. 눈빛은 살아 있고 목소리엔 항상 힘이 들어가 있죠. 이런 에너지는 창업 6개월 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도, 창업 후 1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칙바이칙이란 브랜드도 창업자 만큼이나 아주 딱 부러지는 컨셉을 가진 명확한 브랜드임에 틀림 없었습니다.

    

시장이 성숙하면 지루해지기 쉬운 법입니다. 핸드폰 시장만 해도 그렇습니다. 애플과 삼성이 나눠 가진 시장에서 서로의 제품은 한 없이 닮아가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며 성장하는 일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번쯤 새로운 브랜드의 등장을 기다립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발뮤다가 새로운 스마트 폰을 만든 것도, 최근 들어 등장한 낫씽 폰을 반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은 어떨까요? 이 시장도 스마트폰 만큼이나 지루한 시장이 아니던가요?

 

칙바이칙 런칭 하루 전, 저는 김명환 대표를 만나 길고 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창업에 대한 궁금증은 자신의 천직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인터뷰를 통해 창업이 아닌 창직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업이 생계를 위한 것이라면 직은 삶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입니다. 그렇습니다. 칙바이칙은 어쩌면 단순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칙바이칙의 강남점 매장에서 이 긴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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