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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바이칙 런칭하던 날

Chapter 1. 칙바이칙을 런칭하다

Q. 칙바이칙 정식 런칭 하루 전입니다.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준비한 메뉴를 얼마나 제대로 완성시킬 수 있느냐, 누가 와서 일하더라도 그 맛을 온전히 낼 수 있는가, 그게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레시피랑 재료 같은 전체적인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 누가 오더라도 메뉴를 쉽게 이해하고 빨리 적응할 수 있게끔 하는게 목표죠. 그리고 고객분들이 오셨을 때 이렇게 좋은 재료로 좋은 맛을 내지만, 다른 캐주얼 레스토랑과는 완전하게 다르다는 점을 경험하게 해드려야 해요. 칙바이칙의 컨셉은 ‘치킨 패스트 캐주얼’이에요. 고객이 귀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바로바로 제공해드리면서도 레스토랑과 같은 수준의 음식을 제공하는 거죠. 이 과정이 아주 유기적으로 진행되게 하는게 오픈 전의 목표입니다.

 

Q. 여러모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실 것 같습니다.


이제 메뉴가 최종적으로 정해졌어요. 그런데 직원들이 레시피가 헷갈리면은 안되거든요. 그래서 어제 제가 다시 한 번 리뷰했어요. 오늘 아침에도 일찍 모여서 하나하나 만들면서 비교해 가면서 의견을 들었구요. 혹시 ‘빅쇼트’라는 영화 보셨나요? 최근에 제가 다시 한번 그 영화를 보면서 느낀게 있습니다. 외과 원장인 사람이 부동산 시장이 문제라는 걸 알고 배팅을 했지만 너무 빨리 했다는 거죠. 그런데 기다리는게 어렵잖아요. 투자자와의 갈등도 있구요. 그런데 지금의 시간 역시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생각해요. 견디는 거죠.

   

Q. 직원들이 지난 주부터 배달을 시작하자고 했는데 말리셨다면서요?


우리가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말했어요. 아마도 이번 금요일부터 단계별로 하게 될 것 같아요. 이제 조금씩 숙련도가 올라오고 있거든요. 제가 할 역할은 다했고, 이제 우리 직원들이 해줘야 할 차례입니다. 이 일은 몸이 익숙해져야 해요. 단계별로 점진적으로 체득을 해야 하는 거죠. 머릿속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시간당 몇 개씩 쳐내는건 불가능하거든요.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이 모든게 망가져요. 그런 면에서 준비 기간 동안 손님이 조금씩 느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조금씩 재방문이 늘어나고 해서 다음 주부터는 지하 매장을 빌려서 오픈하려고 해요.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능력들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이제 컨디션이 최고조로 올라오도록 애쓰고 있어요. 지금은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메뉴를 준비하시면서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요?


자기만의 색깔이 있어야 해요. 그게 가장 중요해요. 실은 우리 메뉴를 개발하던 친구가 라이스 보울의 개념을 이해를 못하더라구요. 프라이드 치킨 버거를 메뉴에서 없앴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브랜드 컨셉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대신 라이스 보울을 부활시켰어요. 그래서 담당 직원에게 메뉴의 컨셉과 레시피를 모두 알려줬어요. 양파와 파프리카, 브로콜리 같은 야채를 구운 다음에 밥과 그릴드 치킨에다 소스만 얹으면 되요. 간단하죠. 그런데 이 친구가 고정 관념이 있다 보니 그릴에서 일일이 굽고 있는 거에요. 이래서는 준비할 때마다 맛에 편차가 생겨서 곤란해요. 그래서 브로일러를 활용하기로 했죠. 이런 이유 때문에 저희 주방에는 장비가 무척 많아요. 물론 비용 투자가 필요하지만 메뉴의 퀄리티를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죠. 그래야만 브랜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어요.


Q. 매장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넓고 깨끗하네요.


위생이 가장 먼저에요. 그러고보니 맥도날드를 창업한 레이 크룩이 진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은 자신이 햄버거를 파는게 아니라 쇼 비즈니스를 하는 거라고 말했거든요. 그 전까지 미국 사람들은 버거라고 하면 수제 버거를 떠올렸어요. 허름한 선술집 같은 컨셉으로 지저분한 펍 같은 곳에서 버거를 만들었죠. 그런데 맥도날드가 햄버거를 넓고 깔끔한 매장의 컨셉으로 완전히 탈바꿈 시킨거에요. 전혀 다른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한 거죠.


Q. 준비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나간 메뉴는 뭔가요?


그릴드 치킨 버거가 제일 노멀하고 베이직해요. 가격도 4,800원 밖에 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 메뉴가 가장 잘나가고 있어요.


Q. 오픈하기까지 여러 어려움이 많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칙바이칙이라는 브랜드 이름부터 내부에서 반대가 많았어요. 로고와 컬러도 마찬가지였구요. 왜냐하면 다른 외식 브랜드와 많은 면에서 다른 선택을 했거든요. 사실 가장 안전한 길은 가장 익숙한 길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절대 차별화가 안되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면 위험한 것 같아 보이지만, 그게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선택받는 가장 확실한 길이에요. 고객 입장에서도 자신의 선택권이 넓어지니 인정하게 되는 거구요.


Q. 이렇게까지 ‘남다름’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뭘까요?


실은 간판 색깔 갖고도 인테리어 업체들조차 다 반대했어요. 이거 좀 위험하다는 거에요. 업체들도 나름대로 경험에서 온 고정 관념이 있는 거죠. 하라는 대로 했어도 결과가 안 좋으면 책잡힐 수도 있는 거구요. 하긴 우리 직원들조차 반대를 했으니... 하지만 그 때문에 고객들한테 인정을 받게 될 겁니다. 용감하게 남들이 가지 않던 길을 갔으니까요. 칙바이칙 메뉴들을 보세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메뉴에요. 그래야만 고객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들과 똑같은 메뉴를 낼거라면 이 일을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Q.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겠다, 이게 핵심인 것 같아요.

 

제가 20년 외식업을 하면서 가장 희열을 느꼈을 때가 있어요. 2007년에 도미노 피자에서 프리미엄 피자라는 새로운 컨셉을 도입했거든요. ‘피자를 시키면 요리가 온다’라는 카피, 혹시 생각나시나요? 그때 도미노 피자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였어요. 주변에서도 모두 곧 망할거라고 했는데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거죠. 그때 배웠습니다. 컨셉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구나, 그걸 그때 배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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