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일기를 쓰다

일상의 황홀 #08.

딸과 두 번의 '교환일기'를 썼습니다.
약 한 달씩 두 번을 썼죠.
그 댓가?로 딸은 원하는 장난감을 선물받았구요.
흐뭇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 과정 자체로 소중하다고 생각했기에
또 다른 유익이나 효과 따위를 기대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알' 아닌데...)
어제는 밤늦게 일하는 제 책상 옆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이물을 돌돌 만 채 옆에서 잠을 청하더군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다를 떨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런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전에 없던 '친밀함'이 생겨난 것입니다.
관계 자체로 이미 '가깝다'고 여겼던 것은 착각이었어요.
저는 생각보다 딸에 대해서 알지 못했고
딸과 친밀하지도 않았습니다.


일기를 통해서 딸의 고민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근 시간에 쫓겨 5분 남짓 휘갈기고 간 적도 많았지만
딸은 언제나 자신의 생각을 노트에 빼곡히 적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일기를 쓰지 않는 지금,
글이 아닌 말로, 수다로 제게 말을 걸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쩌면 글쓰기는
나 자신을 향한 '수다'는 아닐까요?
나는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한 달 전에 글을 쓴 나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다르게 그 일과 관계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는 걸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곳에 쓰는 이 글을 몇 달 후에 읽는다면
나는 딸을 향한 내 마음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나는 좀 더 딸과 가까워질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쓴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로군요.
이래서 글을 써야 한다고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했던 것이군요.
저 때문에 난데없는 교환일기를 쓰게 된
딸의 친구 아빠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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