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황홀 #09.
노란색 유니폼의 외국인 선수는
경기 내내 심판을 볼 때마다 두 팔을 벌렸고,
넘어질 때마다 경기장의 잔디밭을 맨주먹으로 때려댔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의 이름은 케빈이며,
현재 한국 프로축구에서 무승으로 꼴등을 기록 중인
인천구단의 스트라이커라는 사실을.
결국 그는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었고,
경기 후 인터뷰 중에는 수십 명이 채 안되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에겐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의 첫승이었을 특별한 날이
어느 중학생에겐 봉사 점수 4점의
무심한 노력봉사일 뿐이라는 게 조금 서글프기도 하지만
어차피 모두의 인생이란게 주어진 몫이 있는 법,
나는 성남에 살지만 인천팀을 응원했다.
그의 간절함이 내 마음을 넘어
어쩌면 승리의 여신에게 가닿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p.s. 다행히도 케빈은 국내 프로축구 경험이 있는 네덜란드 출신 선수였다. 그의 제스처가 이국의 맨땅에 하는 헤딩은 아니었던 셈이다.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