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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야구에 내일은 없다, 김성근

자기다움 sayings #16.

"아니다. 끝까지 ‘내일이 없는 야구’를 할 거야. 2009년 막판 SK가 19연승(단일 시즌 최다 기록)을 할 때도 그랬다고. 당장 내일 선발투수가 없이 다 쏟아붓고도 힘이 생겼어. 지더라도 마지막까지 상대가 질릴 만큼 붙어서 싸워야 돼. 끝까지 지지 않으려고 하면 상대가 우리를 힘들어 해. 그럼 다음엔 이길 수 있어."

얼마 전 두산과 한화의 프로야구를 우연히 보았습니다.
저는 두산 팬인데 어느틈엔가 한화를 응원하고 있더군요.
결국 그날 한화는 두산에게 졌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한화는 꼴찌를 달리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자체에 큰 관심이 있는 건 아닙니다.
두산 팬인 이유는 그저 고작 내가 서울에서 태어났다는 정도죠.
하지만 사람에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김성근 감독이 그렇습니다.
야구를 하지만 자신만의 '철학'이 있죠.
오늘 최선을 다하는 야구, 무조건 이기는 야구,
마치 내일이 없는 사무라이가 뽑아든 칼날같은 야구...

그래서 오랫동안 그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해왔습니다.
(물론 수집 중인 여러 주제 중 하나입니다)
모두 47개의 기사가 검색되더군요.
호의적인 기사도 많지만 비판적인 기사도 많았습니다.
중요한 건 어느 기사에서건 그의 생각은 같았다는 겁니다.

작년의 '마리한화'에서 지금의 한화는 급전직하,
추락을 거듭 중입니다.
김성근 감독이 경기장을 몰래 비운 적도 있었죠.
그러나 이 노장은 여전히 고집을 피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를 비난해야 할까요? 아니면 응원해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다른 관점에서 그를 바라봅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고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가에 관한 관점입니다.
기사는 당시의 팀성적에 따라 쉽게 달라집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야구'를 해왔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내일이 없는' 김성근의 야구보다
'내일을 만들어가는' 염경엽 감독의 스타일에 더 호감이 갑니다.
하지만 분명한 자신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 노장의 철학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그가 승승장구할 때는 이런 글을 쓰지 않았을 겁니다.
날마다 연패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그의 모습을 보니
문득 이런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p.s. 그 와중에 한화가 모처럼만의 승리를 맛보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팀은 9위에 한참 못 미치는 꼴지입니다.


(*사진출처: http://goo.gl/dM9c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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