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백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란 이름으로 숨은 브랜드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보여주는 브랜드들을 찾고 있어요. 크진 않지만 개성 넘치는,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한 100개의 브랜드를 모아볼 생각입니다. 이제 11일 차, 고작 11개의 브랜드를 모았을 뿐인데도 벌써 할 말이 생각나네요. 오늘은 그 내용을 5가지로 정리해 설명드려볼까 합니다.
1. 취향을 담으세요.
브랜딩은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이 선명하면 정말로 쉽습니다. 문제는 자신만의 철학이 없는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 못한다는거죠. 속초에 있는 카페 '루루흐'를 볼까요? 이곳은 재밌게도 한 번에 2명만 착석 가능합니다. 대화는 옆 테이블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해야 합니다. 카페는 웃고 떠드는 곳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불편한 사람도 적지 않죠. (저같은) 제가 생각하는 철학이란 대단한게 아닙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좀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제품과 서비스에 녹여내는 것이죠. 요즘 사람들은 이런 브랜드에 매력을 느낀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2. 가치를 담으세요.
사실 취향과 가치는 동전의 앞뒷면 처럼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가치가 뚜렷한 사람은 일상에서 취향으로 드러나게 마련이거든요. 자유라는 가치를 중시 여기는 사람은 정장보단 청바지나 힙한 패션을 즐길거에요. 그런 면에서 시타라는 화장품은 그 가치에 진심인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세계 최초로 생분해되는 화장품 패키지를 만들 수 있었죠. 자신들의 가치에 위배된다고 생각한 시타는 플라스틱 튜브 제품의 생산을 전문 중단했죠. 그리고 남아있는 기존 상품의 판매 수익금은 양양정화단체에 후원했어요. 재밌는 사실은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 브랜드의 팬덤은 더욱 늘었다는 겁니다. 말로만 환경 보호를 외치는 여타의 브랜드들과는 너무나 비교되었기 때문이죠.
3. 본질에 집중하세요.
로우로우라는 가방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 브랜드의 철학은 '본질에 집중하자'는 겁니다. 가방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가방 본연의 쓰임새에 집중했죠. 그래서 불필요한 모든 것들을 들어내고 드는 것, 담는 것, 보호하는 것이란 가방의 본질에 집중했어요. 그래서 이들은 광고도 하지 않았죠. 그 돈으로 빅이슈 판매원들을 위한 조끼를 만들어 기부했죠. 그리고 지금의 로우로우는 가방을 넘어 신발과 안경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똑같아요. 신발 다운 신발, 안경다운 안경을 만들죠. 그리고 숨겨진 신발, 가방 명장들을 찾아 그들을 알리는 일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가치가 선명하니까 브랜드 확장도 쉬웠습니다. 최근엔 여행용 캐리어를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저처럼 이 브랜드의 가치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무얼 만들든 살 준비가 되어 있어요. 이게 진짜 브랜딩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4. 경험을 담으세요.
하지만 여전히 본질, 가치란 말은 멀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인문학 공부가 필요합니다. 요즘 사람들에겐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가치를 팔아야만 하니까요. 그런데 이를 가능케 하는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책상 브랜드 데스커는 자신들의 가치를 '도전'으로 정했습니다. 책상 위에서 하는 일을 도전으로 정의한 것이죠. 그것이 입시이든, 승진이든 모두 일종의 도전인 셈이니까요. 그리고 이를 위해 책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기계발' 온라인 매거진을 만들었어요. 이 사이트에선 자기계발과 관련한 콘텐츠 뿐만 아니라 실천을 위한 툴킷까지 제공하고 있죠. 이런 활동이 주로 책상 위에서 일어난다는 것에 주목한 듯 싶어요. 제가 알기로 자기계발에 목마른 사람들은 문구와 같은 도구들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데스커는 이를 아주 영리하게 제품으로 풀어내고 있죠.
5. 그래서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기존의 브랜드들이 이런 사실을 몰라서 안하고 있을까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 마케팅에 관한 책 몇 권만 읽어도 나오는 내용들이니까요. 하지만 이걸 실천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내부 설득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과장님, 부장님, 사장님이 동의해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오픈워크' 같은 스타트업은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부 설득의 과정이 대기업보다는 조금 더 쉬울테니까요. 그래서 오픈워크는 '가성비'라는 가치에 집중했습니다. 제품의 원가를 모두 공개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으니까요. 세상에 어떤 회사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오픈워크는 용기를 냈고 그 결과는 매출과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 뜨는 브랜드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자기답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회사, 꿈꾸는 세상이 명확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존의 브랜드들이 생각도 못했던 시도들을 할 수 있었죠. 원가를 공개하고, 기존 제품들을 폐기하고, 원치 않는 손님들은 받지 않기로 한 겁니다. 그러니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다음의 질문에 먼저 답해보세요.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이런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 좋은 브랜드를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 되어야 합니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자신의 가치관부터 정리해보세요. 그런데 그 가치가 대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조용한 카페, 환경을 보호하는 화장품, 가방다운 가방... 어떤가요? 여러분도 충분히 해볼만한 도전이지 않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