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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을 보내자, 들을 때까지

혹 브랜드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자신의 주변에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래서 주변에 추천해주는 사람들을 만들어야 한다. 일종의 팬덤인 셈이다. 이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 자산’이다. 자산의 기본은 누적하고 축적하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해도, 경험이라 해도, 반복하는 시간이 쌓이면 그것은 나만의 '자산'이 된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일이다. 남들이 내게 그 일을 맡겼을 때, 그것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해도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간판 없는 가게들이 왜 잘 되는 것일까? 맛에 관한 성공의 경험을 꾸준히 쌓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브랜딩하는 것 역시 바로 이런 과정의 반복에 다름 아니다.


우리 중 한 사람은 대학에서 오랫동안 마케팅과 브랜딩을 강의할 수 있었다. 실무에서 이룬 작은 성공적인 경험이 있었고, 그것이 대학 특강으로 이어지고, 특강에 참석한 학과장이 인상 깊게 듣고 제안하여 강의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좋은 평판을 얻게 되었고, 다른 대학 교수들에게 추천이 되면서 강의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모 대학의 겸임교수로 임명되었다. 작은 성공이 반복된 것이다. 물론 그는 지금도 강의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케팅을 넘어 커리어 브랜딩을 다루기 시작했다.


이 시대에 태어나 다행스러운 것 한 가지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자기 자신을 브랜딩하기 쉬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나만의 신호를 보내는 일이 쉽고 간단해졌다. 블로그와 브런치, 카페와 페이스북, 카카오톡과 같은 다양한 채널들이 부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나를 알리는 글을 아무리 잘 쓴다 해도 그것을 막상 알릴 곳이 마땅치 않았다. 신춘 문예에 등단하거나 개인의 힘으로 책을 발간하지 않는 이상 나만의 생각과 강점을 전달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것은 개인뿐 아니라 회사나 가게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간판 없는 집들이 뜬다’


어느 날 중앙 일간지 1면에 소개된 기사의 제목이다. 설혹 그 가게에 간판이 달리지 않았다 해도 맛있다고 소문만 나면 골목길을 찾아 찾아 사람들이 몰려온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용산에 있는 용리단 길에 있는 맛집으로 소문한 햄버거집을 찾아갔더니 따로 간판이 없었다. 영업을 시작했음에도 간판을 올리지 않고 있었다.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도 따로 간판을 올리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가게에 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 옛날보다 훨씬 더 다양해지고 또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 인천 시청에서 조금 내려가다 보면 역시나 간판이 없는 민어횟집이 하나 있었다.(과거로 표현한 이유는 오랫동안 인천을 방문하지 않아서다) 여름에 민어회를 제공하는데 가격이 숫자가 아닌 ‘시가’라고만 표기되어 있다. 그래서 ‘오늘은 얼마에요?’라고 물어야 비로소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있는 집이다. 그런데 그 집의 회는 정말 맛있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알음알음 찾아간다. 그 ‘아는 사람’이란 요즘처럼 SNS가 활발하지 않던 시절의 고위공직자들을 의미한다. 겉모습은 허름하지만 그 맛 때문에 간판 없이도 오랜 세월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브랜드란 과정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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