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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의 기술을 예술로, 복순도가

백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21. 복순도가

1. 김민규 대표가 처음 이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술은 입에도 대지 못하는 그의 아버지는 이 계획에 반대했다. 5년 동안의 유학 비용을 대가며 민규씨를 뉴욕의 예술 대학인 ‘쿠퍼 유니온(Cooper Union)’에 보내 건축학을 공부시킨 그의 아버지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대였을지도 모른다.


2. 복순도가에선 ‘발효’라는 말을 누룩이나 막걸리에만 쓰지 않는다. 김 대표는 복순도가 양조장을 ‘발효건축’, 복순도가가 있는 울주군을 ‘발효마을’이라고 부른다. 복순도가 양조장은 김 대표가 직접 지었다. 그는 미국 뉴욕 쿠퍼유니온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고, ‘발효건축(Fermentation Architecture)’을 주제로 졸업논문을 낸 바 있다.


3. 김민규 대표가 어렸을 적 그는 한국 남동부 양산 지방에 있는 할머니 농장을 자주 찾았었다. 그의 할머니는 반쯤 찐 쌀에다가 집에서 만든 누룩(이스트)과 물을 섞었다. 그는 막걸리 재료들이 발효하는 과정에서 나는 공기 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직접 담은 막걸리를 이웃들과 나눠 마시던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그 막걸리를 마신 후 노래 부르고 춤추곤 했다.


4. 김민규 대표는 막걸리 제조는 자신에게는 건축의 연장선상과 같다고 가족들을 설득했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건축학을 응용해서 브랜드와 마케팅 소재 및 양조장을 설계했다. 그의 어머니가 막걸리 양조를 맡아, 최초의 ‘복순도가’ 막걸리가 탄생하게 되었다. ‘도가’는 양조(brewery)를 의미하고, ‘복순’은 그의 어머니의 이름이다.


5.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음용 전 병을 흔들어 막걸리를 섞을 필요가 없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탄산 덕분에 개봉 시 저절로 막걸리가 고르게 섞이기 때문이다. 뚜껑을 밀봉해 탄산이 술 속에 녹아들게 하고, 좁고 긴 형태의 특수 처리한 내압병을 사용해 병 모양이 뒤틀리는 것을 방지한 게 비결이다. 회사 관계자는 “누룩 발효 과정에서 자연 생성된 천연 탄산이 샴페인과 같은 청량감을 선사한다”고 강조했다.


6. 복순도가의 대표선수는 손막걸리다. 전통방식으로 빚은 가양주 형식을 엄격히 지키며,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우리네 국산 쌀만으로 옛 항아리에서 숙성시킨 맛이 일품이다. 누룩이 자연스레 익으며 발생시킨 탄산을 잔뜩 품고 있어, 샴페인 버금가는 손맛과 보는 맛, 풍미가 장기다.


7. "집안 대대로 양조장을 해왔던 건 아니고 가양주로 조금씩 만들었는데 할머니 솜씨가 좋았나 봐요. 어렸을 적 동네 어르신들이 할머니 댁에 채소나 과일을 놓고 가곤 했던 기억이 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술대접 잘 받았다며 주신 거였어요. 저희 집에서 만든 술을 주위 분들이 좋아하시고 제품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하셔서 어머니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게 됐죠."


8. "복순도가의 누룩은 국내산 통밀을 발효시켜 만들어요. 전통 방식으로 만든 누룩으로 술을 빚어 70년 묵은 옹기 항아리에 25∼30일 동안 자연 발효하죠. 그렇게 술을 빚으니 자연스럽게 천연 탄산이 생기더라고요. 탄산이 있으면 서양 샴페인 부럽지 않은 풍미가 느껴지죠.”


9. 300여종의 전통술을 취급하고 있는 국내 최대 전통주전문점인 백곰막걸리에서 작년 한해 가장 많이 팔린 술은 ‘복순도가 손막걸리(울산)’였다.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우리나라 스파클링 막걸리의 원조다. 약주 부문에서는 ‘명인 오메기맑은술(제주)’이 전년도에 이어 작년에도 가장 많이 팔렸다. 증류주 부문에서는 ‘곰이 사랑한 꿀술 16도(용인)’가 1위를 차지했다.


10. 복순도가의 다음 과제는 도시 청년을 향산리로 유입시키는 거다. 복순도가는 이달말부터 행정안전부와 함께 ‘청년마을 사업’의 하나로 향산리를 ‘365 발효마을’로 육성한다. 이는 쉴 공간과 체험 기회를 마련해 청년층에게 성장 계기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젝트다.





* 복순도가 웹사이트

https://bit.ly/3cJzmej


* 내용 출처

https://bit.ly/3wXPlwe (한국경제, 2022.08)

https://bit.ly/3wXPEqS (연합뉴스, 2021.09)

https://bit.ly/3B90sEV (위키리크스한국, 2022.02)

https://bit.ly/3BdgMoj (조선일보, 2022.02)

https://bit.ly/3L0nXUd (농민신문, 2021.07)

https://bit.ly/3RzeFAy (ACROFAN, 0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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