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연필에 관한 거의 모든 것, 흑심

백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29. 흑심

1. 서울 마포구 동교로에 위치한 이곳은 연필 수집이 취미인 박지희 · 백유나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약 250종, 1960~1970년대 미국이나 독일, 체코 등지에서 생산된 상품이 주를 이룬다. 1950년대에 생산 중단된 ‘엘도라도’ 연필이나 단단한 경도로 속기사들의 사랑을 받던 ‘예루살렘 스테노’까지 다양한 컬렉션을 갖추고 있다.


2. 디자인 스튜디오 ‘누벨바그125’ 안에 위치한 이 자그마한 공간은 판매용 빈티지 연필뿐 아니라 두 대표가 직접 수집한 빈티지 연필 상자와 전용 캐비닛, 연필깎이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부분의 상품이 한정판이거나 빈티지 상품이라 한번 품절되면 재입고도 어렵고, 전시만 하며 팔지 않는 상품도 많다.


3. 박지희 흑심 공동대표는 “단단하게 글씨를 잡아주는 느낌이 좋아서 2H 연필을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물론 손님들에게는 취향과 필요에 따라 다양한 연필을 소개한다. 어린이의 경우 연필 잡는 게 익숙하지 않고, 글 쓸 때 누르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몸통이 굵은 점보 연필을 추천하고, 왼손잡이인 분들에게는 필기 방향에 따라 많이 번지지 않도록 단단한 심을, 책에 밑줄 그을 때, 그림을 그릴 때는 부드러운 강도의 연필을 권한단다.


4. "처음부터 사업을 하겠다는 마음은 아니었어요. 연필의 공급과 수요에 대한 생각도 없었죠. 단기 프로젝트처럼 가볍게,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한데 모아보고 싶었다고 할까요? 오픈 준비를 마치고 보니 좋아하는 연필들을 나열해 두니 좀 떨리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우리 눈에 이렇게 예쁜데,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수익을 내겠다는 확신은 없었는데, 분명 저희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있었어요. 시작하고 보니 저희 같은 ‘연필 덕후’가 참 많더라고요."


5. 흑심은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빈티지 연필을 주로 판다. 박 대표는 “오랜 세월을 품은 연필인 만큼 거기에 담긴 이야기도 함께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흑심에서는 매주 세계 각지에서 구한 새로운 연필이 업데이트된다. 가격대는 2000원에서 2만원 선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볼펜이 대중적으로 쓰이기 전인 1950년대에 생산된 연필이 종류가 다양하고 외관이 화려해 수집용으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6. 이제는 잘 사용하지도 않는 연필이지만 생산 시기나 제조국의 특성에 따라 필기감이나 잡는 느낌 등의 차이가 있어 수집하는 재미가 있다는 ‘흑심’. 평범한 연필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사용하는 재미, 취향의 공유 등 여러 가지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는 마니악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7. 연남동 ‘흑심’은 각각의 연필이 가진 이야기를 소개해 준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연필도 잠깐의 시선을 던져 조금만 자세히 살펴본다면 그만의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세계 2차 대전 때 만들어진 연필은 자원이 부족해 연필 몸통과 꼬리의 지우개를 금속으로 연결하지 못했다는 슬픈 사연도 갖고 있다.


8. 매장 곳곳에 자리한 메모지에 여러 연필들로 직접 글씨를 써 보며 필기감을 확인하고, 내 친구가 될 연필을 선택하고 나면 사장님께서 그 연필이 살아온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해 주시고, 한 자루일지라도 고운 종이 봉투에 담아 잘 봉해 주신다. 단순히 연필을 사는 것이 아니라 연필을 분양받는 느낌이다.


9. "흑심은 단순히 연필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다양한 연필과 연필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는 브랜드이다 보니 연필에 대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반대로 고객에게 배우는 것도 있어요. 전에는 개인적인 취향만을 기준으로 수집했다면, 지금은 고객을 위해 폭넓게, 전문성을 갖고 임하게 됐죠."


10. "문구류를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긴 하지만, 더 자주 쓰다 보니 연필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체할 수 있는 필기구가 없어요. 볼펜은 시간이 오래 지나면 잉크가 날아가거든요. 반면에 연필은 지우지 않는 이상 절대 지워지지 않아요. 그런 특수성도 있고, 경도별로 필기감도 다른 것처럼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고요. 시장 규모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사라지진 않을 거라고 봐요."





* 공식 웹사이트

https://blackheart.kr/


* 공식 인스타그램

instagram.com/blackheart_pencil/


* 내용 출처

- https://bit.ly/3BqDJDt (패션비즈, 2018.02)

- https://bit.ly/3QxFhRA (뉴시스, 2019.12)

- https://bit.ly/3DfX0K0 (GQ, 2020.03)

- https://bit.ly/3L7urAI (한겨레, 2021.02)

- https://bit.ly/3d5vhBk (아트인사이트, 2021.06)

- https://bit.ly/3BtgF8e (디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덕후들의 문구 천국, 올라이트(All Writ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