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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대신 재미를 팔아요, 김씨네 과일

백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30. 김씨네 과일

1. 김씨네 과일 가게의 시작은 지난 5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플리마켓(벼룩시장)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광고 관련 전공으로 대학을 다니면서 지난 2013년부터 벌써 9년째 티셔츠 작업을 해 왔다는 김도영 씨. 이번에는 어떤 티셔츠를 만들어볼까 고민하다가 과일을 떠올렸다고 한다. 시장에서 판매하는 품목 중 티셔츠에 새기기 좋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2. 김씨는 "티셔츠를 만드는 사람이라 티셔츠를 팔기로 했고, 우연히 뽑은 토마토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과일을 주제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며 판매 전략을 고민하던 김씨는 과일(티셔츠)을 담을 빨간 바구니를 마련했다. 모자에 조끼, 목토시까지 장착했다. 싹싹한 동생 조용일(24)씨까지 손을 보태 완벽한 청년 과일 장수가 탄생했다.


3. 김씨네 과일을 이끄는 김도영은 9년 전부터 티셔츠를 만들던 사람이다. 2013년부터 랩티(rap tee)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랩티란 허가를 받지 않고 팬들이 만드는 굿즈 티셔츠 같은 개념이다. 빈지노, 염따 등 주로 힙합씬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티셔츠를 만들었고,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랩티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성수동 플리마켓에서 과일 티셔츠를 처음 선보였고 이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4. 토마토·자두·포도·바나나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과일을 디지털 프린트로 새겨 넣은 흰색 티셔츠를 만들었다. 이왕 과일 무늬니 과일 담는 빨간 바구니에 담아 팔기로 했다. 바구니마다 제품을 알리는 박스 종이를 올려두고 소개 멘트도 재밌게 적었다. 체리 티셔츠에는 ‘정신 체리자’, 멜론 티셔츠에는 ‘고당도 차트 1위 멜론’, 복숭아 티셔츠에는 ‘저스틴 비바피치쓰’라고 적는 식이다.


4. 다마스 차량 앞에 시장 과일 좌판처럼 늘어놓은 빨간 소쿠리에 과일 프린트가 나오게끔 티셔츠를 개서 담았다. 제품 설명도 누런 골판지에 검은 매직으로 대충 썼다. 판매자들은 시장 상인처럼 옷을 ‘검은 봉다리’에 담아 건넸다.


6. 지방에서 팔아볼까 생각을 하고 5월 말 700장의 티셔츠를 만들었다. 그런데 첫 번째 출장 장소인 부산에서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세 지역에서 팔려고 생각했던 물량이 하루 만에 다 나가 버린 것. 생각지도 못한 호응이었다. 결국 KTX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밤새 티셔츠를 찍은 뒤 다음 출장지인 대구로 향했다.


7. 반응은 뜨거웠다. SNS를 타고 김씨네 과일 가게의 모습이 알려지면서 문의가 폭주했다. 본래 플리마켓에서만 일시적으로 판매하려고 만들었던 과일 티셔츠의 상품성이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김 씨는 “과일이 워낙 공감하기 쉬운 소재인 데다 새겨 넣으면 은근히 귀엽고 긍정적이기도 해 남녀노소 다 즐길 수 있는 티셔츠가 된 것 같다”며 “가족티나 커플티로 사 가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8. “티셔츠는 하고 싶은 말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티셔츠에 ‘꽂혔던’ 김도영씨는 티셔츠를 단순한 의류가 아닌 문화로 해석하길 즐긴다. 마치 빈 도화지처럼 하고 싶은 말을 드러내기 최적화된 캔버스라는 의미다. 때론 광고판 같기도 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표현 수단으로 티셔츠를 바라본다.


9. 이들은 단순히 과일이 그려진 티셔츠가 아니라 재미를 판다. 그렇게 티셔츠로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물건 앞에 써 있는 문구를 보고도 웃음이 터진다. '당일수확·무농약', 복숭아 앞에는 저스틴 비버의 노래 제목을 패러디한 '쟈스틴 비버 피치스...', 체리 앞에는 '정신 똑바로 체리'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과일 파는 티셔츠 장수를 알게 된 대중은 뙤약볕에서 몇 시간을 기끼어 기다린다.





* 김씨네 과일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kimsfruits/


* 내용 출처

https://bit.ly/3L7a1rd (동아일보, 2022.09)

https://bit.ly/3QyYrGI (KBS, 2022.07)

https://bit.ly/3xjDZ5J (한국일보, 2022.06)

https://bit.ly/3Bacdd9 (중앙일보, 2022.07)

https://bit.ly/3RRVlP5 (디에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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