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아들이 라면을 끓였다. 문제는 거기다 일본판 미원 혼다시를 넣었다는 거였다. 이 이상한 시도의 원인이 된 건 아마도 내가 준 정보 탓이리라. 놀랍게도 요즘 라면에는 MSG가 들어가지 않는다. 워낙 우리 사람들이 MSG에 민감한 탓이리라. 그런데 아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만일 라면에서 MSG를 넣으면 무슨 맛이 날지 그렇게 궁금하더란다. 그런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평범한 열라면에 혼다시를 넣었더니 두 배로 증폭된 감칠맛이 난다. 나도 한 젓가락 맛보았는데 예의 그 맛과는 아주 달랐다. 매운 맛을 뚫고 감칠맛이 난다. 뒷끝 있는 감칠맛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그런데 이 평범한 이야기로 아들과 와이프는 한 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와이프는 음식점을 차리고 아들은 비법의 전수자로 세상을 호령하고 있다. 이게 그렇게 웃고 떠들 일인가 싶다가 문득 이런 깨달음이 들었다. 아, 나는 정말 재미없게 살고 있구나...
한 동안 와이프는 퇴근한 내게 이렇게 묻곤 했다. "뭐 재미있는 일 없었어?" 제법 오랫동안 지속된 이 질문에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답한 적이 없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나는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구나. 하루 종일 재미있는 일 한 가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나아가 나는 왜 재미있는 일이 그렇게 없었을까를 잠깐이나마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 번은 이런 책을 기획하기도 했었다. '딱 오늘 만큼의 재미', 하지만 나는 책은 고사하고 단 하나의 글도 쓰지 못했다. 재미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수다를 떠는 어머니들이 오래 산다. 과묵한 아저씨들보다 훨씬 오래 산다. 관계의 중요성 같은 복잡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 내가 오래 살려면 수다를 떨어야 한다. 일상에 재미를 찾아야 한다. 하루에 한 번도 웃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그게 제대로 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MSG 넣은 라면을 두고 식탁에서 한 시간 동안 수다를 떨 수 있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나는 자못 진지하다. 비장하다. 하루에 한 번, 신나게 웃을 수 있다면 '웃긴 대학'을 방문하는 일도 고려해보아야 하겠다. 딱 하루 만큼의 웃음이면 된다.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시도는 해보자. 여러분들의 응원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