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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선비의 정취 그대로, 일엽편주

백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33. 일엽편주

1. 농암 이현보는 조선 후기 연산군과 중종 때의 문신이자 학자다. 32세에 관직에 나아간 뒤 호조참판까지 지낸 후 76세에 고향인 안동으로 돌아왔다. 더 큰 벼슬을 주겠다는 왕의 만류도 소매를 뿌리쳐 거절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강호에 살기를 택한 그 소박한 심성을 본받고자 후배 선비들이 그를 자주 찾았는데, 그중엔 퇴계 이황 선생도 있었다.


2. 농암은 이 풍경을 병풍처럼 두르고 벗들과 마시려 집에서 술을 담그도록 했다. 그 술이 지금의 일엽편주(一葉扁舟)다. 조그마한 한 척 배라는 뜻. 이 술은 600년 세월을 대대로 종부의 손을 통해 전해져 내려왔다. 지금은 17대 종부 이원정 씨가 안동 가송리의 농암종택에서 직접 술을 익힌다. 일엽편주는 물, 쌀, 종부가 볕에 직접 말리고 고른 누룩만을 이용해 만든다.


3. 일엽편주는 물, 쌀, 전통누룩 만을 이용해 전 과정 수작업을 통해 소량 생산되는 무여과 생주이다. 2차례 발효와 40일 간의 숙성을 거쳐 100일 동안 발표해 만든 술이다. 잘 숙성된 쌀 술에서 나는 복숭아와 배 향과 함께 오묘한 향기가 입안으로 조화롭게 퍼지며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갈 때는 농후한 순미와 깊은 여운이 특징이다. 차게 마시면 생주 특유의 신선함을, 미지근하게 마시면 풍부한 향과 쌀의 단맛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4. 이 술은 600년 세월을 대대로 종부의 손을 통해 전해져 내려왔다. 지금은 17대 종부 이원정 씨가 안동 가송리의 농암종택에서 직접 술을 익힌다. 일엽편주는 물, 쌀, 종부가 볕에 직접 말리고 고른 누룩만을 이용해 만든다. 두 차례의 발효와 40일간의 숙성을 거치고 나면 술은 두 층위로 나뉜다. 위에 뜬 맑은 술은 청주이고, 바닥에 가라앉은 뽀얀 술은 탁주다. 이렇게 100일간의 발효 과정을 더 거쳐야 일엽편주가 된다.


5. “많이 팔기 위해 만든 브랜드는 아니에요.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대잖아요. 잠시라도 농암 선생의 풍류를 느끼며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봄과 여름에 가장 맛있다는 일엽편주의 탁주. 이번에 담근 술엔 입 안에 연잎 향이 은은하게 남는 게 특징이다. 정제하거나 여과하지 않은 이 맛은 고부가 함께 만든 농후한 순미이자 안동 자연의 정취 그대로다.


6. 일엽편주는 시간이 빚는 술입니다. 마실 수 있는 시간은 병입한 날짜로부터 2개월 정도인데 언제 마시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술이거든요. 얼마 안 된 술은 풋풋한 맛과 알코올의 톡 쏘는 맛이 강하게 느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치 꽃이 개화하듯 갇혀있던 산미가 화사하게 피어오릅니다. 좋은 쌀로 만든 곡주 특유의 달콤한 곡물의 맛과 함께 마치 화이트 와인처럼 싱그러운 맛이 함께 올라오거든요.


7. 안동 농암종택은 고택의 가치를 아는 젊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경치를 즐기고 밤에 별을 보는 것이 전부인데, 여기에 술 한잔 곁들인다면 그 옛날 농암과 퇴계가 노닐던 풍류를 체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일엽편주의 브랜딩이 시작된 것 같아요.” 농암종택의 며느리 권잔디 씨의 말이다. “혼배주로 농암종택의 술을 처음 맛봤어요. 집밥처럼 슴슴하고 건강하며 다정한 맛이에요. 제사 때마다 어머니가 담근 술을 맛보며 이런 술은 세상에 없다는 생각을 했죠.”


8. "아쉽게도 일엽편주는 사기 쉬운 술은 아닙니다. 공식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하긴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한정 수량만 판매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구할 수 없거든요. 가격은 750ml 탁주를 기준으로 3만 원이네요. 숙성하면 더 맛이 좋아지는 술이니 구입할 때 적어도 2병 이상 구입해서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맛을 음미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예요."





* 공식 웹사이트

http://www.ellyeoppyunjoo.com/


*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ricewinery/


* 내용 출처

https://bit.ly/3LdMaX9 (GQ, 2020.09)

https://bit.ly/3QGBSjf (에스콰이어, 2020.11)

https://bit.ly/3dfhqs5 (리빙센스, 2021.04)

https://bit.ly/3S7LzZ0 (핸드메이커, 2021.09)

https://bit.ly/3BdgMoj (조선비즈, 2022.02)

https://bit.ly/3wYk5w8 (디에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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