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43. 경기떡집
1, 서울 망원동에는 세 아들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 지키고 있는 2대째 떡집 ‘경기떡집’이 있다. 1970년대 서울 종로 흥인제분소에서 떡을 배운 최길선씨가 1996년 개업했다. 최씨의 네 아들 중 셋이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셋째 아들 최대한씨는 전국 최연소 떡 명장 타이틀을 갖고 있다. 단골들이 가장 먼저 집는 것은 이티떡. 최길선씨가 쑥굴레찰떡을 변형해 개발했다. 쫄깃한 찰떡을 흰 팥소가 감싸고 있는데, 생김새가 못나서 “이티처럼 생겼네”하다가 자연스럽게 붙은 이름이다.
2. 1958년 흥인제분소를 설립한 김장섭 선생의 제자였던 최길선(66) 명장이 전통을 이어받아 경기떡집이 탄생했고, 다시 그 손길을 네 아들이 물려받아 현재에 이르렀다. 이들 가족은 전통을 ‘고수하는 것’에서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현대인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디저트로 떡을 연구하고 있다. 2대를 넘어서 3대, 4대까지 이어갈 떡집을 만들고 싶다는 장남 최대로(37) 씨는 장수비결로 ‘신뢰’를 꼽았다.
3. 명장의 손에서 탄생한 최장수 떡은 ‘흑임자인절미’이지만, 가장 인기 있는 건 ‘이티떡’이다. 이 떡을 내놓은 지도 벌서 20여 년이 흘렀다. 오래된 메뉴이기에 간혹 “한자로 어떤 의미냐”라고 묻는 이들도 있지만, 고전 영화 속 주인공인 ‘이티(ET)’에서 따온 이름이다. 엄지손가락만 한 찰떡 양옆에 비슷한 크기로 거피 팥소를 빚어 붙이는데, 그 모양이 이티 얼굴을 닮아 그리 부르게 됐단다. 주력하는 또 다른 메뉴 중에는 ‘꿀떡’도 있다.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들도 ‘허니볼’이라 부르며 즐겨 찾는다.
4. “셋째와 막내는 떡을 만들고 저와 둘째 동생은 각각의 전공과 사회 경험을 살려서 일하다 보니 처음보다 좀 더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다만 일이라는 게 서로 의견차가 없을 수 없잖아요. 특히 서로를 너무 잘 아는 가족이다 보니 어떤 일 때문에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일과는 상관없이 그동안 쌓여 있던 불만이나 속상함을 이야기해 싸움이 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제일 중요한 건 선을 잘 지켜야 한다는 거죠.”
5. 경기떡집은 지금은 웬만한 중소기업만큼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 팝업스토어는 물론 얼마 전에는 ‘배달의민족 라이브 방송’의 첫 주인공으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아버지 최길선 씨는 성공의 비결을 묻자 아들 4형제 덕이라고 자랑한다. 아버지를 이어 10대 때부터 떡을 만들어온 셋째 아들 최대한 씨는 2011년 열린 권위 있는 대회에서 20대 최연소 명장을 받을 만큼 떡 만들기 실력자다.
6. 넷째이자 막내아들인 최대웅 씨도 10대 때부터 고생하시는 부모님이 안쓰러워 떡 만드는 것을 돕다가 지금까지 업으로 삼고 있으니 나이는 어려도 실력은 대단하다. 11년 전 고시공부를 하던 첫째 아들 최대로 씨도 아버지의 경기떡집에 합류했다. 그는 아버지와 두 동생이 정성스레 만든 떡을 홍보하고 유통 경로를 확장하는 일을 담당한다. 또한 매장 관리를 비롯해 젊은 층도 떡에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떡 패키징을 바꾸는 작업도 했다. 몇 년 전 회사를 다니고 있던 둘째 최대현 씨마저 회계를 주 업무로 합류해 4형제 모두 가업을 잇고 있는 셈이다.
7. “고객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쓰는 걸 최우선으로 합니다. 지금도 아버지께서는 원산지를 다니시며 그때그때 좋은 쌀이나 곡물 등을 선별하셔요. 맛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재료는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셈이죠. 가령 99% 맛을 내는 재료가 100원이고, 100% 맛을 내는 재료가 200원이라면, 저희는 후자를 선택합니다. 절대 오래되고 모난 재료는 쓰지 않아요. 전에 아버지께서 동생이 아픈데도 가지 못하고 엉엉 울며 떡을 만드시는 걸 봤어요. 누군가는 좋은 아버지가 아니라 할지 몰라도, 전통을 이으려면 그러한 사명감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공식 웹사이트
* 내용 출처
- https://bit.ly/3rb6jUg (한국일보, 2017.01)
- https://bit.ly/3C9wgdx (브라보마이라이프, 2019.06)
- https://bit.ly/3xLB7Pp (여성조선, 2021.06)
- https://bit.ly/3xPlrKS (머니투데이, 20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