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스텝 스케치 #2.
바쁜 아침 출근 길,
매일 하는 나만의 리추얼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전 날 읽었던 책이나 기사 중에서 인상 깊은 문장을 골라
세 개의 서로 다른 단톡방에 메시지를 공유하는 것이다.
(지금은 다섯 개로 늘었다)
대부분의 내용은 매일의 일상과 삶에 힘과 용기를 주는 짧은 문장들이다.
때로는 뻔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그렇게 뻔한 한 문장이 때로는 누군가의 가슴을 때릴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 한 문장을 찾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쓴다.
그리고 철저히 '내 가슴을 때리는가'라는 기준으로 글을 고른다.
나 스스에게 힘이 되지 않는 글이라면
그 누구의 가슴도 울릴 수 없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출근길 지하철 안,
매일 한 장의 성경을 읽고 네이버 영어 사전을 열어본다.
하루에 오직 다섯 개의 단어,
그 중에 두 세 개 이상은 익히 아는 단어들일 때가 많지만
그래도 매일 다섯 개의 단어를 원어 발음으로 듣고 외운다.
아울러 예문을 통째로 여러 번 읽는다.
그게 무슨 영어 공부인가 하겠지만
바쁜 직장인이 이렇게라도 영어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영어 단어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노력을 바라보는 기특한 마음이 아닐까?
점심을 먹고 나면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 선곡을 한다.
가사가 좋은 팝송을 주로 찾는다.
Passenger, Amy Macdonald, Fossil Collective...
그렇게 알게된 뮤지션들이다.
난생 처음 내게도 음악적 취향이란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영국출신의 어쿠스틱 음악을 주로 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싱어송라이터들이 좋다.
한 편의 시를 방불케 하는 그들의 시적인 가사들은
번역본을 찾아 하나하나 에버노트에 저장한다.
이 음악들이 출퇴근 시간이나 산책할 때,
때로는 힘든 어느 날에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지.
가끔씩은 제대로 기타를 배우고 싶은
느닷없는 간절한 욕망에 휩싸이곤 한다.
퇴근 길엔 여러나라의 단편소설들을 한 편씩 읽곤 한다.
짧은 단편은 15분이면 완독할 수 있다.
다양한 나라 사람들의 일상과 고민들을
정제된 언어로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거니와
아직도 여전한 글쓰기의 욕망에 관한 불씨를 지켜가는 나만의 방편이다.
잠들기 전엔 스쿼트를 한다.
더도 덜도 아닌 딱 50개만,
그날의 프로야구 결과를 짧게 묵상하며.
그러다 최근엔 플랭크 30초를 추가했다.
처음엔 정말 땀이 비오듯 했다.
웬만큼 피곤하지 않으면 빠트리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엔 계단이 두렵지 않다.
마지막으로 하루에 세 줄 쓰기.
그날의 가장 좋았던 일과 안 좋았던 일을 떠올리며
내일의 삶을 위한 오늘의 균형을 저울질해본다.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는 조금 더 용감해지곤 한다.
하루라도 세 줄을 쓰지 않으면
뭔가 그 날 하루를 통째로 빠트린건 같아
잠이 오지 않을 정도다.
이전까지의 나는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새벽반을 끊어야 하는 줄 알았고,
소통을 위해서는 모임에 나가야만 하는 줄 알았다.
하나님을 제대로 믿으려면 매일 새벽기도를 해야 하는 줄 알았고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눈물 나는 의지력으로
날마다 스스로를 다그치며 헬스클럽을 끊어야 하는 줄 알았다.
'No pain, no gain.'
그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단 하나의 솔루션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매일의 일상이 즐겁고 신나지 않으면
내 인생을 통째로 바꾸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물나는 노력과 끊임없는 인내의 삶도 가치있지만
그 과정에서 맞딱뜨리는 실패와 좌절의 경험이 내 삶을 망가뜨림도 알게 되었다.
매일 아주 작은 시도와 성취의 경험이 쌓이게 되면서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고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향한 믿음, 즉 자존감이 자라는 걸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는 어느 날의 우연한 산책길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하루 30분의 산책길에 매일 정성스레 고른 음악을 듣고
다양한 팟캐스트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운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습관들,
즉 Small Step들이 어느 새 십 여개를 넘어서고 있다.
대부분은 내가 좋아하는 일들,
그러니까 읽고 쓰고 생각하기 좋아하는 나를 위한 10분짜리 계획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씩 실행하며 체크해가는 기쁨들이
내 하루를 살아가는 보이지 않은 힘들로 축적되고 있음을 느낀다.
카르페 디엠,
이 순간을 살아라.
그렇게 많은 인생의 선배들은
내일의 보이지 않는 성공을 위해
오늘의 작은 기쁨들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해왔다.
그러나 미처 그 말의 숨은 뜻을 알지 못했다.
그 하루의 작은 성취와 행복과 기쁨이 쌓여
더 깊고 넓은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되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성공의 삶으로 연결되어진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걸었고,
오늘도 듣는다.
passenger의 기타 연주를 들으며.
결코 노래 가사 속 이야기처럼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 다짐해가며.
'Cause you only need the light when it's burning low
Only miss the sun when it starts to snow
Only know you love her when you let her go
Only know you've been high when you're feeling low
Only hate the road when you're missing home
Only know you love her when you let her go
왜냐하면 당신은 빛이 희미해질때가 되야 빛을 필요로하고
눈이 내리기 시작해야 태양을 그리워하죠
당신은 그녀를 보낼때가 되서야 그녀를 사랑한다는걸 깨닫고
우울해지고 나서야 여지껏 행복해왔었다는걸 깨닫죠
집이 그리워지자 걸어왔던 길이 싫어지죠
당신은 그녀를 보낼때가 되서야 그녀를 사랑한다는걸 깨달아요
- 'Let her go', Passe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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