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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스몰 스텝 스케치 #01.

우연한 시작이었다.

마을버스를 타는 대신 걷기로 시작한 지난 해 여름 이후,

한동안 뜸하던 산책을 회사 근처의 공원에서 다시 시작했다.

그저 걷는 것이 좋았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좋았고,

아울러 건강도 챙길 수 있어서 덤으로 좋았다.

마침 걷기에 흥미를 느낀 와이프와 함께

주말엔 동네 주위와 탄천을 걷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이들이 함께 걷는다.

하지만 하루 30분의 산책이 준 유익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오늘 아침 허리가 좋지 않아

회사 근처에 있는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왔다.

약 20분 남짓 그동안 나는 여러가지를 보았다.

비둘기를 닮은 꿩 비슷한 새를 보았고,

소풍을 나온 한 무리의 아이들을 보았고,

서울숲 공원에 배달을 다녀오는 중국집 아저씨의 자전거를 보았다.

내가 주로 다니는 산책길의 나무가 '팽나무'인 것을 알았고,

그 나무밑에 즐비한 작은 꽃이 '개망초'임도 알았다.

바쁘게 지나다닐 땐 그저 풍경이나 배경에 불과했던 것들이

하루 이틀 산책을 다니면서 조금씩 '특별한 것'들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에 5분 혹은 10분,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들을 해보자면 '스몰 스텝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앞으로 이곳 브런치에 담아보고자 한다.

매일 아침 사람들에게 좋은 글귀 보내기,

하루에 한 곡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 나의 앨범으로 만들기,

하루에 5분 영어 단어 다섯 개 외우기,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하루에 10분 대화하기,

출,퇴근길에 팟캐스트 듣기...


이런 스몰 스텝들이 쌓이면서

내 삶에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루를 시작하고 견디고 마무리하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축적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시 다른 것들을 시작할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진다.

그것들이 어떤 것인지 하루에 하나씩,

차분히 이곳에 옮겨보고자 한다.

대단치 않은 것들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참 좋은 것들이다.

왠지 앞으로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것 같은 것들이다.

내게 스몰 스텝이란 바로 그런 것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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