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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백열전구의 부활, 일광전구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47. 일광전구

1. 1962년 설립되어 올해 60살을 맞은 일광 전구. 대한민국 마지막 전구 회사라서 더욱 의미 있는 일광 전구는 창립 이래 조명용 백열전구를 생산해왔다. 50주년을 맞았던 2013년, ‘We Make Ligh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재도약을 시작했고 파티용 전구, 클래식 전구 등 다양한 공간에서 매력적인 빛을 보여주기 위해 젊은 창작 그룹과 협업하며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IK 아트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1960년대 이후의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아트에서 영감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은 모던하고 힙하다.


2. 1970년대만 해도 국내에는 30여 개 업체가 백열전구를 만들며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형광등이 보급되면서 제조업체는 15개 안팎으로 줄었다. 1990년대 말에는 GE, 오스람, 필립스 등 수입 제품이 인기를 모으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대부분의 회사가 문을 닫았다. 2010년에는 일광과 함께 끝까지 버티던 다른 회사도 백열전구 사업을 접고 형광등 전문 업체로 변신해 지금은 일광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3. 일광전구도 마찬가지 처지였지만 다른 길을 갔다. 1998년 가업을 이어받은 김홍도 일광전구 대표는 경쟁사가 백열전구 사업을 포기할 때 돌파구를 모색했다. “디자인을 입히면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분기점이 된 것은 2013년이다. 외부 디자이너로 협업하던 권순만 디자인팀장을 영입해 브랜드 총괄을 맡겼다. 권 팀장은 삼파장·크립톤 등 생산자 중심의 기술적 용어부터 바꿨다.


4. 젊은 산업디자이너 권순만(36) 팀장이 이 변화를 이끌었다. 원래 일광전구의 패키지 디자인을 의뢰받았다가 전구의 속성에 매력을 느껴 눌러앉은 그는 "백열전구의 빛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줘 조명인 동시에 장식용품으로 적격"이라고 했다. 전구 안팎 모양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미 스테디셀러가 된 '크리스마스트리 전구'에 이어 최근에는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에서 모티브를 얻은 제품과 유리구를 막대처럼 길쭉하게 만든 제품 등이 인기를 끈다.


5. 소비자가 용도에 따라 전구를 고를 수 있도록 클래식·장식용·파티용 등으로 분류했다. 클래식 전구는 C, 장식용 전구는 D, 파티 조명은 P 등으로 알기 쉽게 표기했다. 소비자 취향에 맞춰 상품 종류는 늘리고 생산량은 줄였다. 필라멘트를 여러 번 꼬거나 전구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깎는 등 파격적인 디자인의 제품도 선보였다. 유물로 취급받던 백열전구를 빈티지 제품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6. 이 전략에 젊은이들이 반응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유니크한(독특한) 전구가 갖고 싶으면 일광을 찾으라’는 입소문이 났다. 일광전구 관계자는 “과거 100종의 전구를 하루 6만 개 생산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300종 이상의 전구를 1만5000개 제작한다”며 “디자인을 입혀 부가가치를 높이자 수익성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부터 생산설비를 자동화한 것도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됐다.


7. 일광전구는 2015년 국내 최대 규모 음악축제인 그랜드민트 페스티벌에 조명을 설치하기도 했다. 일광전구는 야외무대의 관객석 주변을 장식용 전구로 꾸몄다. 백열전구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감상적인 인디 음악이 어우러져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엔 아우디와 신차 공개 행사에서 협업하기도 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낡은 공간 개조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부산 백제병원, 서울 합정동의 카페 앤트러사이트 등 오래된 건물과 버려진 공장터를 개조해 마련한 공간은 일광전구의 아날로그 감성과 잘 어울렸다. 상업적 공간이란 느낌이 옅어지자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 공식 웹사이트

https://www.iklamp.co.kr/


* 내용 출처

- https://bit.ly/3C3slOa (매일신문, 2013,07)

- https://bit.ly/3SLBy48 (동아일보, 2013,07)

- https://bit.ly/3SpsQsH (중기이코노미, 2018.07)

- https://bit.ly/3y681uh (조선일보, 2018.08)

- https://bit.ly/3SMUU8X (한국경제, 2019.01)

- https://bit.ly/3dXMSeT (오마이뉴스, 2021.08)

- https://bit.ly/3rjqWOh (W)

https://bit.ly/3E5nq1y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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