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48.
1, 66년. 3대째 어묵 외길을 걷고 있는 삼진어묵은 현존하는 어묵 제조회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1953년 피란민들이 부산에 몰려들면서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을 제공하기 위해 박 대표의 할아버지인 고(故) 박재덕 창업자가 사업을 시작했다. 2세 박종수 회장은 생산 공장 설비를 구축하고 산업화해 나갔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매출 20억원 규모를 유지해 왔다. 3세 박용준 대표는 가업 승계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건강에 위협을 느낀 박 회장의 권유로 한국에 들어왔고 어묵 산업이 처한 현실을 마주했다.
2. 박 대표가 한국에 들어온 2011년 회사도, 시장도 도태되고 있었다. 회사는 공장 가동률이 저하됐고 부채가 증가해 위기에 놓여 있었다. 어묵 산업은 성장이 없는 사양산업이었다. 대형 유통 채널은 대기업이 꽉 잡고 있었고 도매상과 전통 재래시장에 납품하는 작은 생산 공장은 이미 레드오션이었다. 광복 이후 70여 년간 그 누구도 어묵 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묵 업체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가격 경쟁뿐이었다.
3. 박 대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도매상이나 대리점과 B2B로 해오던 거래를 B2C로 전환했다. 먼저 온라인에 도전했다. 박 대표는 다짜고짜 모든 온라인 오픈마켓에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 소셜 커머스 업체에서 연락이 왔고 박 대표는 40% 할인할 테니 홈페이지 메인에 삼진어묵을 걸어달라고 요청했다. 경영이 처음이었기에 마진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4. 소셜 커머스에서 1만원짜리 삼진어묵을 6000원에 팔자 B2B만 상대하던 내부 직원들이 반발했다. 하지만 박 대표가 B2C로 사업 구조를 선회해야 한다며 직원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다행히 박 대표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소셜 커머스에 올린 지 하루 만에 2억원어치가 팔렸다. 2011년 당시 삼진어묵의 연매출이 2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삼진어묵을 각인시켰고 온라인에서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2년 매출은 두 배로 올라 40억원을 기록했다.
5. 어묵 디저트의 첫 시작이었던 ‘어묵 고로케’는 박 대표의 모친이자 30여 년 이상 어묵을 만들어 온 이금복 장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직원 식당 점심 메뉴로 나온 돈가스를 보고 ‘어묵에도 빵가루를 입혀 튀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메뉴를 개발했다. 2013년 12월 19일 어묵 베이커리가 문을 열었고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은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사람들은 새로운 매장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부산 두 곳에서 시작한 매장 수는 해외 9개 매장을 포함해 모두 31개로 늘어났다.
6. 삼진어묵은 '어묵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어묵 문화 창출'이라는 비전을 확립했다. 어묵 문화를 창출하자는 비전 아래 다양한 제품 개발과 온·오프라인 채널 강화에 집중했다.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진행한 연구개발(R&D)로,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주관한 '나트륨 저감화 사업'에 어묵 업체로는 유일하게 참여해 나트륨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삼진어묵의 '저염 어묵'인 '우리가족 깐깐한 어묵'의 기초가 됐다. '우리가족 깐깐한 어묵'은 2020년 10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15만봉의 판매를 기록하는 등 현재까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7. 부산발전연구원이 발간한 ‘어묵사’ 자료 등에 따르면 부산어묵의 역사는 1876년 부산 개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음식인 오뎅과 가마보코가 첫선을 보였다. 당시 부산에서는 바닷가와 인접한 중구 부평시장에 첫 어묵 가게가 생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 부산구(부산시의 전신)의 부평시장 월보에 따르면 시장 내 주요 점포 중 어묵(가마보코) 점포 3곳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또 1924년 조선총독부의 ‘조선시장’에는 부평시장은 전국 최초의 공설시장으로 쌀, 어묵, 채소 청과물 등을 주로 판매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는 어묵의 역사가 확인되는 최초의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8. 우리나라 사람이 세운 최초의 어묵 공장은 1945년 부평동시장에 지어진 동광식품(창업주 이상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쟁이 일어나 피란민이 대거 부산으로 유입되면서 부산의 어묵 생산은 호황을 맞게 된다. 비교적 값싸면서도 돈이 없는 피란민 노동자 등의 주린 배를 채우는 데에는 더없이 좋은 음식이었다.
9. 삼진어묵은 음식을 단순히 먹는 것으로 제한하지 않고 체험을 위한 도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삼진어묵은 1953년 문을 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부산 어묵 제조사로, 어묵의 본고장인 부산에서 체험으로 느끼는 어묵은 또 다른 색다름이다. 2013년 부산 영도 삼진어묵 본점 2층에 오픈한 체험역사관은 관광 콘텐츠와 연계돼 부산에서 어묵을 즐기고자 하는 관광객에게 필수 코스로 꼽히면서 부산어묵을 재조명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10. 삼진어묵은 여름 휴양지인 부산을 찾는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부산역 바로 앞에 있는 부산역광장점을 '여행객을 위한 공간'으로 새 단장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해외 여행보다는 안전한 국내 여행을 원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해 맞춤 서비스와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삼진어묵 부산역광장점은 어묵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트래블라운지, 택배 코너, 그리고 여행자들이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캐리어존을 운영한다.
* 공식 웹사이트
* 내용 출처
- https://bit.ly/3rpP6Xm (한국경제, 2019.03)
- https://bit.ly/3RyML73 (매거진 한경, 2019.08)
- https://bit.ly/3SskIYz (매일경제, 2020.06)
- https://bit.ly/3RtAbWI (서울신문20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