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매일 하나의 글을 쓰면 일어나는 일, 이슬아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05.

1. 92년생 작가 이슬아는 지금 같은 세대 독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 작가 중 한명이다. 기존의 등단 방식 등 권위와 관행의 경로를 따라가는 대신 2018년 ‘일간 이슬아’라는 구독형 연재를 시작해 매일 0시 독자를 직접 찾아가는 산문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작가의 말대로 권위에 대한 저항이라기보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라는 주어진 과제를 풀기 위한 해결책이었고, 그를 지금까지 ‘연재노동자’로 자리매김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2. ‘아무도 안 청탁했지만 쓴다! 날마다 뭐라도 써서 보낸다!’ 도발적인 문구로 글쓰기 연재를 시작한 작가가 있다. 한 달 만원에 월화수목금 매일 글을 받아보는 ‘일간 이슬아’의 이슬아 작가다. 학자금을 갚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은 수많은 독자를 끌어모았다. 유쾌하게 편견을 비틀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입소문을 타면서다. 지금은 부모님이 소속직원으로 있는 출판사까지 운영하고 있다.


3. 그의 다채로운 직업경험 역시 글로써 종종 나타난다. 이 작가는 잡지사 기자, 카페 알바, 누드모델, 웹툰 작가로 일했고 유명해진 이후에도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2014년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글쓰기 교사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아파트에 전단지를 붙여 만난 2명의 아이와 시작한 글방이 유명해지면서 6년 동안 전국을 오가는 보따리 글장수로 일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되려 본인이 가장 많이 배웠던 이야기를 ‘부지런한 사랑’이란 책으로 출간했다.



4. 그를 대중이 주목한 것은 2018년 ‘일간 이슬아’라는 구독형 연재를 시작하면서다. 출판사나 홈페이지 등 중간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자정에 e메일을 통해 작가가 구독자에게 직접 한편의 에세이를 배달한다. 이전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파격이었다. 한달에 20편의 글, 구독료는 1편당 500원꼴인 1만원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무엇보다 내용이 흥미진진했다. 화자인 나(이슬아)와 웅이(아빠), 복희(엄마), 찬희(남동생), 하마(애인), 조부모 그리고 친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시트콤 같은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아니, 진지한 이야기조차 그는 익살스럽게 쓸 줄 안다.


5. 이 작가는 일간 이슬아가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고 한다. 2018년 2월 학자금 대출 2500만원의 상환이 시작되자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게 일간 이슬아다. 구독을 신청하면 글을 써 이메일로 보내준다. 출판사나 지면의 도움은 없다. 잘하면 50명의 구독자가 모이겠거니 생각한 캠페인은 지금도 구독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 작가는 "다른 작가들 사이에서도 구독의 물결이 많이 시작됐다"며 "(작가의) 생계유지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잘 된 일 같다"고 언급했다.


6. “첫해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쉼 없이 연재를 하다 몸이 ‘아작’ 나는 걸 경험한 뒤 다음해 시즌부터는 연재 주기를 줄이고 많이 쉬는 것으로 페이스 조절을 했다. 내용에서는 첫 시즌이 이슬아라는 사람의 화려한 재롱잔치였다면 두번째 시즌에는 인터뷰 코너가 들어온 게 가장 큰 변화다. 나와 내 가족, 내 친구, 내 애인 등 반경 1㎞ 안에 있던 글의 주제가 좀 더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확장된 셈이다. 이때의 연재 글 중 단행본 <깨끗한 존경>으로 묶은 정혜윤 피디, 김한민 작가(시셰퍼드 활동가), 유진목 시인, 김원영 변호사 등이 그들이다"


7. “저는 제가 자유롭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정말 지루한 사람이라고 여기죠. 왜냐하면 굉장히 루틴하게 사니까요.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성실히 글 쓰고, 일찍 자고, 친구도 잘 안 만나거든요. ‘일간 이슬아’에 섹스 이야기는 총 다섯 번 이상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보다는 우정, 사랑, 노동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생각하는데, 북토크에 갈 때마다 어떻게 그렇게 솔직하게 섹스 이야기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사람들은 그만큼의 섹스 이야기도 안 하는구나, 싶어요.”



8. 지금 그는 ‘왕성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일을 동시에 수행 중이다.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동생 찬희씨(28)와 결성한 듀오 밴드의 뮤지션 그리고 인기 강연자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지난여름 뮤지션 강산에, 장기하, 오혁 등이 소속된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에 들어갔다. 이 작가는 “그동안 작사·작곡한 곡들을 중심으로 내년에 음반 발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9. 이슬아 작가의 인터뷰집 《새 마음으로》는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헌 마음도 빈 마음도 아닌 새 마음으로 오랫동안 일했나’를 묻는 책이다. 아파트 계단 청소 노동자, 농업인, 인쇄소 기장과 경리 등과의 대화가 담겼다. 이 물음은 이슬아 작가 스스로에게도 유효하다. 그는 글을 쓰는 일을 언제까지고 새 마음으로 하고자 한다. 매일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다르게 보고, 매일 헤엄을 치듯 글을 쓴다. 그의 아버지는 헤엄을 칠 때 물에 대한 두려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그러나 힘을 빼야 한다고 가르쳤다.


10. “묵묵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마이크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잘 드러나지 않는 중장년층 노동자를 만나고 싶었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내가 직접 할 수 없는 일들을 대신 해주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코로나 유행 초기 때 대형병원 응급실들이 난리통이었는데 이 와중에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이곳을 계속 치우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후 버섯 재배 농부나 인쇄소 노동자, 아파트 계단을 청소하는 나의 외할머니 등 오랫동안 한가지 일을 꾸준히 해온 분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 웹사이트

https://www.sullalee.com/


* 내용 출처

https://bit.ly/3yc4fiW (경향신문, 2021.11)

https://bit.ly/3SV6IGz (아시아경제, 2022.09)

https://bit.ly/3SN0Tus (톱클래스, 2022.06)

https://bit.ly/3SzEtx4 (한겨레, 2021.02)

https://bit.ly/3CteZvJ (채널예스, 2020.11)

매거진의 이전글 프로그래머가 그림을 그리면 벌어지는 일, 정진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