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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글의 도시는 뉴욕이지만, 런던 베이글 뮤지엄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56.

1. "2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돼. 이게 정말 먹고 싶어?" (30대, 남자) 일요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의 베이글집 앞에서 한 커플이 투닥거렸다. 대기줄이 너무 길다는 남자와 베이글집에 꼭 방문하고 싶다는 여자의 의견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냉랭한 분위기 속에 줄을 서 있다가 대기번호를 받아들었다.


2. 이날 오전 SNS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는 약 200명의 인원이 줄지어 서 있었다. 개점 시간은 오전 8시이지만 한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대기표를 받아야 한다. 오전 7시 30분께 도착해 겨우 줄을 선 기자는 70번대 대기번호를 받았다. 이후 1시간 30분이 더 지나서야 입장해달라는 알림이 왔다.


3. 최근 명품 브랜드 “샤넬” 등 사고 싶은 것을 사기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뒤, 구매하는 이른바 ‘오픈런’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요즘 MZ 세대들은 명품뿐만 아닌 다른 것들에도 열광하여 오픈런을 하는데, 최근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빵 맛집” 이다. 특히, 셀럽들 역시 빵 맛집에 오픈런을 하면서 빵을 사 먹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연 어떤 빵집들이 MZ 세대와 연예인들을 사로잡은 것일까?



4.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런던 베이글이라는 생소한 음식을 만들었다. 본래 베이글은 미국 뉴욕을 상징하는 빵이지만 영국 감성이 느껴지는 인테리어와 베이글이라는 조합은 신선하다는 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오픈 시, 인기를 끌다가 조금 지나면 줄어들 기미가 보이는 게 대부분 인기 맛집이지만,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인기를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MZ 세대에겐 꼭 가봐야 할 맛집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5.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오픈런 맛집'으로 떠오르는 곳들을 보면 맛으로만 승부 하기보다는 매장 디자인에 힘을 주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공간에 머무는 것 자체가 색다른 즐거움이 되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이처럼 색다른 매장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SNS 인증 욕구가 강한 젊은 층의 취향과 맞물리면서 카페 및 베이커리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6. 한 카페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신생 카페나 베이커리의 경우 SNS를 즐기는 젊은 층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매장을 해외 느낌으로 꾸미거나 캐릭터 카페로 만드는 등 '이 곳이 아니면 안 되는' 차별화 전략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가장 기본인 맛에 충실해야 소위 '오픈빨'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7. 요즘 안국역을 핫 플레이스로 이끄는 데 일등 공신인 카페를 소개한다. 종로가 아니라 런던을 찾은 것 같은 기분마저 드는 곳은 ‘런던 베이글 뮤지엄’. 유럽의 어느 골목에 자리한 듯, 이국적이고 자유분방한 인테리어와 다채로운 맛의 베이글을 자랑한다. 할라피뇨, 블루베리, 바질 페스토, 치아시드 등의 베이글은 물론 감자와 치즈를 더한 ‘포테이토 치즈 베이글’과 단짠단짠 ‘프레첼 버터 베이글’이 특히 인기다.


8. 내가 사는 안국역 근처에 있는 유명 베이글 전문점 앞은 매일 오전 8시 개점 시간이 되기 한참 전부터 '오픈런'을 노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언젠가 서울 동쪽의 한 실내 포장마차에서 뉴욕에서 온 한 친구와 소주를 마시며 그 얘기를 했다. “오후 1시가 좀 넘으면 그날 만든 빵이 동이 난다더라”라는 내 얘기를 듣고, 친구는 뉴욕 베이글 부심을 부렸다. 베이글, 하면 뉴욕이라고, 베이글의 박물관이라면 런던이 아니라 뉴욕을 붙여야 맞다고.


9. 베이글은 유대인 전통 음식으로 19세기 유대인들이 북미대륙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캐나다 몬트리올, 미국 뉴욕 등지로 전파됐다. 전통방식 베이글은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를 기본으로 하지만 북미대륙으로 건너간 뒤 점차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형됐다. 베이글은 자체의 쫄깃하고 담백한 맛으로 그냥 먹기도 하지만 크림치즈를 발라 먹는 ‘쉬미어’ 형태가 미국식 베이글의 기본이다.



10. 샌드위치 형태로 즐길 때는 염장연어를 곁들여 먹기도 하고 이외에 양파, 토마토, 케이퍼, 오이, 달걀 등을 활용한다. 베이글은 당분이나 지방이 비교적 적다는 점, 육류, 치즈 등을 끼워 넣어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을 중요시하는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11. 서울의 몇몇 베이글 전문점은 SNS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면서 해당 상권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서울 종로구 북촌에 위치한 ‘런던베이글뮤지엄’은 네이버 데이터랩이 발표한 네이버 키워드 검색량 식당 부분 1위를 차지할 만큼 전국적 인기를 끌며 베이글 열풍의 중심에 있다. 2030세대가 8시 오픈 시간에 맞춰 새벽부터 긴 줄을 서는 이곳의 인기 요인은 독특한 베이글이다. 크림치즈를 듬뿍 넣은 브릭레인 베이글, 체다치즈가 올라간 포테이토치즈 베이글, 쪽파를 활용한 스프링 어니언프레첼 베이글과 같은 이색메뉴를 유럽 감성을 담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 


12. 베이글의 도시는 뉴욕이지만 이곳은 영국 런던을 옮겨 놓은 듯한 인테리어로 SNS에서 ‘서울시 종로구 런던동’이라고 불린다. 매장 안에 들어가 보니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손님들이 많았다. 순서가 돼 매장에 입장하기까지 25분이 걸렸다. 베이글 메뉴가 다 팔리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직원이 수시로 재고를 채웠다.매장 외부에는 거울 포토존이 있어 오픈런(open run·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것)에 성공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인증샷을 찍는다. 인스타그램에는 구매 성공 인증샷이, 블로그에서는 추천 메뉴와 오픈런 웨이팅·주차 팁 등이 올라오고 있다.





* 런던 베이글 뮤지엄

https://bit.ly/3CdKOHw


* 내용 출처

https://bit.ly/3ykrZ4t (한국연예스포츠신문, 2022.08)

https://bit.ly/3C8qSpO (여성신문, 2022.04)

https://bit.ly/3SvJkQ3  (식품외식경제, 2022.08)

https://bit.ly/3SWy0w1 (노블레스)

https://bit.ly/3TfwO7p (한국일보, 2022.06)

https://bit.ly/3CAja9c (매일경제, 2022.06)

https://bit.ly/3RIBH7r (보그,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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