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월요병을 이기는 법, 아이헤이트먼데이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60.

1. 월요일 아침, 잠에서 깨어 침대에서 일어날 때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법하다. 디자인 양말 브랜드 ‘아이헤이트먼데이’는 패션기업에 다니던 홍정미 대표가 예쁜 양말을 신으며 ‘월요병’을 극복했던 경험으로부터 출발했다. 직장을 그만 두고 2011년부터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로 쇼핑몰을 구축해 가장 좋아하는 양말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2. "말 그대로 월요일이 정말 싫었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우울해지고는 했다. 그러다가 월요일 아침, 예쁜 양말을 신는데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에게 좋은 양말로 싫었던 월요일을 즐겁게 바꾸어주고 싶었다. 전부터 예쁜 양말을 수집하는 데에 취미가 있었다. 해외로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꼭 양말을 사왔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만한 양말이 없었다. 디자인이나 소재면에서도 국내 양말이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디자인, 소재, 기능 등을 모두 만족하는 양말을 만들고 싶었다. 양말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패션기업이 많지 않아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차별성이 있으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양말마다 스토리를 부여하고 색다른 디자인과 소재로 양말을 만들었다."


3. 한때 지독한 '월요병러'였던 홍정미 대표(37)는 ‘누구나 싫어하는 월요일을 즐겁게 해보자’는 모토를 내걸고 10년째 양말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직장인 시절 월요병을 심하게 앓았다는 홍 대표는 “회사 다닐 때 월요일이 너무나 싫었다. 쳇바퀴 같은 삶에 지쳐 ‘사표를 내야겠다’는 결심을 해놓고도, 막상 출근해서는 정신없이 일에 파묻히는 쳇바퀴 식의 일상이 따분해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직장 생활에 지루함을 느낄 무렵, 홍 대표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준 건 다름 아닌 ‘양말’이었다. 그는 어느 날 예쁜 양말을 신고 출근할 걸 생각하니 월요병이 줄어드는 것 같더란다. “그 경험 덕에 지금의 브랜드명이 탄생했다”고 했다.



4. 아이헤이트먼데이의 양말의 특징은 재치 있는 ‘짝짝이’다. 대표 상품인 스트라이프 양말의 경우, 양쪽 줄무늬 굵기가 다른 식이다. 이 외에도 엄마와 아이가 신을 수 있는 양말, 패셔너블한 반짝이 양말 등 다양한 디자인, 색상의 양말을 판매하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독특한 브랜드로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까지 마르디 메크르디, 마가린 핑거스 등 300여 곳 브랜드와 협업할 정도로 주목받는다.


5. 소문난 양말광(狂)인 홍 대표는 양말에 맞춰 옷 스타일을 정하고, 옷보다 양말을 먼저 신을 정도로 애착을 보인다. 그는 양말의 매력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꼽았다. “저렴하지만, 그 값어치에 비해 훨씬 큰 행복을 주는 아이템”이라는 홍 대표는 “예전에는 양말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브랜드가 별로 없었고, 예쁜 양말을 파는 가게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직장인 시절 해외 출장을 가면 양말만 몇만 원어치를 사 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초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예쁘고 귀여운 양말들을 보면서 견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6. 홍 대표의 디자인 기준은 '정제된 미학'이다. 가지각색의 양말이 시장에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그는 모양이나 색깔만 독특한 제품보다는 절제되면서도 매일 아침 온기와 위로를 줄 수 있는 편안함과 따스함을 강조한 양말을 주력으로 선보였다. 브랜드에 디자인을 가미한 양말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구매자의 상당수가 여성 고객들이다. 이 집만을 찾는 마니아층도 생겼다. 새로운 양말을 선보일 때 마다 불티나게 팔려나갈 정도다.


7. "저는 양말을 디자인할 때 발목 부분을 중점적으로 여긴다. 패턴이 얼마나 노출되는지, 어떤 신발이나 하의와 매치했을 때 좋을지를 항상 고려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헤이트먼데이’는 각각의 양말에 부여된 컨셉과 스토리를 중요시한다. 그것이 ‘아이헤이트먼데이’의 제품이 타 브랜드의 제품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부담 없이 양말을 선물하는 고객들의 니즈에 따라 선물 패키지를 구성했다. 사이즈 별로 구성이 되어있으며 시즌별로 스티커를 추가하기도 한다."


8. 차분한 디자인과 달리 상품 기획과 경영 전략은 상당히 공격적이다. 한 해 출시하는 양말의 종류가 무려 200여종이다. 2일~3일에 하나씩 신제품이 나오는 셈이다. 다가 매 시즌마다 디자인 테마가 다를 정도로 다채롭다. 스토리 콘텐츠를 갖춘 양말이라는 것이 홍 대표의 설명이다. 디자이너로서 '영감'을 얻고 양말 하나하나마다 다른 특색을 담기 위해 사람을 만나거나 여행에 나서기도 한다.



9. “작고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디자인 양말을 선보이고 나니 얼마나 사람들이 이 부분에 목말랐는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지난해 7월 론칭한 양말은 날개가 달린 듯 팔려나갔다. 그가 일하고 디자인하는 방식의 원칙은 딱 한가지.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 나온 거잖아요. 항상 그것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양말 디자인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길 가다 표지판을 보고 만든 줄무늬 양말, 초콜릿 과자의 모양을 넣은 양말 등등, 양말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10. 한번 생산한 양말은 다시 생산하지 않는다. “많은 때는 하루에 30여개의 양말 디자인을 하거든요.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에도 바쁜걸요. 그래서 재생산은 하지 않고 있어요.” 새롭고 재미있는 시도를 좋아하는 홍정미씨는 새로운 광고, 유통 방식의 하나로 ‘양말 자판기’도 선보였다. 지난해 9월 서울 명동, 가로수길, 김포공항 등 4군데에 설치했다. 워낙 화제가 된 덕에 10대 정도를 들여놓겠다는 유통업체들도 있지만, 단호히 거부했다. 그가 추구하는 ‘독립 디자이너’의 길을 꾸준히 걷기 위해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서울 인디밴드들과 함께 협업을 자주 하곤 한다. 품목은 다양하지만 가격은 모두 5000원이다.


11. 그렇다면 홍 대표의 월요병은 '완치'됐을까. 답은 ‘노(No)’다. 그의 월요병 앓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홍 대표는 “월요병은 제게 이 브랜드를 계속 꾸려나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다. 그렇기에 ‘건물주가 되지 않는 이상’ 제 월요병은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독립기업의 대표가 됐기에 이제는 월요일이 되면 온갖 경영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인 만큼 월요병을 치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 공식 웹사이트

https://ihatemonday.co.kr/


* 내용 출처

https://bit.ly/3Cl53mT (한겨레, 2012.08)

https://bit.ly/3ehuNZr (조선일보, 2022.08)

https://bit.ly/3CoJAJA (아시아경제, 2022.01)

https://bit.ly/3ExTsUa (보그, 2022.09)

https://bit.ly/3SQF5P1 (G밸리, 2020.05)

https://bit.ly/3RPACuS (뜨브뜨)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 알고 싶은 독립서점, 비화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