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스몰 브랜드를 모으고 있다. 이제까지 140여 개를 찾았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하나의 브랜드가 알려지는 매커니즘을 이해하게 됐다. 예를 들어 어느 식당은 GQ에 소개된지 한 달 후에 롱블랙에 소개됐다. 간단한 소개글이 인터뷰가 되었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나름 그 분야의 셀럽이 만든 브랜드다. 패션지의 에디터와 어쩌면 친분이 있었을지 모른다. 요즘 핫하다는 브랜드는 이렇게 셀럽, 언론 등의 루트를 통해 세상에 선을 보인다. 하나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시기는 매체마다 겹치는 경우가 많다. 기자들끼리 한두 달의 시기를 두고 기사화되곤 한다. 문제는 셀럽과는 거리가 먼 우리같은 사람들의 브랜딩이다.
'스몰 스텝'은 적어도 나의 페친들에게선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두 번째, 세 번째 책은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그런데 내가 운영하는 스몰 스텝 단톡방에 세바시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이 작가님은 나의 출연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코로나 시절, 광고와 후원이 어렵던 시절에 나를 불러 주었다. 세바시가 처음으로 하는 관객없는 온라인 강연이었다. 덕분에 나의 책 판매량은 눈에 띄게 늘었다. 유튜브 조회수도 58만을 넘었다. 결국 내가 만든 나름의 팬덤이 세바시라는 모멘텀을 만나 10쇄의 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수없이 많은 강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기회는 기회를 낳고 사람은 사람을 불렀다. 셀럽의 공식이 아니더라도 브랜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브랜딩은 유기체이다. 자동차는 역순으로 조립하면 만드는 법을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해부한 개구리가 다시 살아나지 못하는 것처럼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성공의 공식을 복사해 두 번째 성공에 적용하기 어렵다. 두 번째 책, 두 번째 영화의 성공이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브랜딩의 공식, 원칙, 매커니즘을 여전히 궁금해한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싶어학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숨은 해법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이 '경우의 수'라고 생각한다. 수없이 많은 사례의 축적으로 통해 우리는 어느 정도의 유행과 트렌드를 이해하고 유추할 수 있다. 탁월한 광고인과 마케터는 이를 본능적으로 캐치해낸다. 하지만 우리같은 범인에게는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사례를 복기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공통의 분모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140여 개의 브랜드를 만난 내가 만난 키워드는 다음의 세 가지다. 친환경, 로컬, 라이프스타일... 요즘 사람들은 가치있고 의미있는 소비에 목말라 한다. 다양성의 시대가 열리면서 지역의 재발견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또한 저마다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게 만들었다. 레트로의 변형인 뉴트로도 이와 같은 영향을 비껴가지 않는다. 요즘은 MZ세대들에게 과거는 추억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움을 소비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분명해진다. 다양성을 소구삼아, 그것이 지역이든 추억이든, 하나의 선명한 라이프스타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제품과 서비스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천 개의 스몰 브랜드에 집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내가 강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태생을 유추할 수 있는 스몰 브랜드에서 우리는 트렌드를 유추해낼 수 있다. 100개의 브랜드가 허블 우주 망원경이라면 1000개의 브랜드는 제임스 웹 망원경이다. 해상도 높은 망원경은 더 멀리,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법이다. 내가 만난 150여 개의 브랜드는 그 탄생과 유행과 성공에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를 응용하는 과정은 앞으로의 다양한 브랜딩에 적지 않은 힌트를 줄 것이라 확신한다. 누군가가 도도한 이론에 둘러싸여 연역법적 결론에 매달린다면, 나는 현장에서 만난 1000개의 브랜드로 귀납법적 해답을 찾아내고 싶다. 별과 별을 이어 의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오늘도 천 개의 브랜드, 그리고 브랜드가 된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