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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로 소통하는 사람, 이미소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15.

1. 2021년 640만개가 팔려 매출 100억원 이상을 달성한 ‘감자빵’은 식품업계를 놀라게 한 베스트셀러다. 지름 7㎝의 빵을 한 줄로 세우면 지구 한 바퀴를 돈다. 오븐에 구워 으깬 감자소를 감자전분·쌀가루로 만든 반죽 안에 넣고, 겉에는 흑임자·콩가루를 묻혀 흙에서 갓 캐낸 감자를 연상케 한다. 1인당 3개로 제한한 감자빵을 사려고 강원도 춘천의 카페 ‘감자밭’을 찾은 손님이 작년에만 60만명이었다.


2. 중학교 시절 꼴찌를 도맡아 하며, 인문계 고등학교에 겨우 진학했던 한 학생이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내신 9등급을 면치 못했던 그 학생은 턱이 기형적으로 나와 안면 비대칭이 심했고, 집단 따돌림을 당해 학교에 가기 싫다고 눈물로 떼쓰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이처럼 특별하기보다는 부족한 점이 많은 학생이었던 이미소 대표는 오늘날 지속 가능한 농업의 가치를 추구하는 농업회사법인을 이끌며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고 있다.


3. 이 대표가 초대박 감자빵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였다. 스스로를 “머리는 좋지 않지만 악착 같은 구석이 있는 편”이라는 그는, 서울의 한 대학에 수석 입학했다. 졸업 후 강남의 한 IT 업체에서 일한 지 고작 6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고향 춘천에서 감자 농사를 짓던 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미소야, 회사 계속 다닐 생각이니? 올해 수확한 감자를 전부 묻어야 할 것 같아. 네가 와서 한번 팔아보면 어떨까?”



4. "아버지가 다양한 품종의 감자 농사를 지으셨어요. 미국산인 수미감자에 밀려 판로가 막혔고 폐기할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네가 와서 한번 해봐라’고 부르셨어요. 제가 서울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직장에 다닌 지 6개월 만이었죠. 내려와서 3년 동안 헛수고를 하다가 한국농수산대학교를 나온 ‘청년 농부’ 남편을 만났고, 같이 감자밭이라는 콘텐트를 만들면서 큰 사랑을 받았어요. 귀농-아빠-농부남편 스토리가 많은 분들에게 영감을 준 것 같아요."


5. 이 대표는 고민 끝에 고향에 돌아가 아버지를 돕기로 결심했다. 5년간 감자와 악전고투를 벌이던 그는 ‘지속 가능한 감자 농사를 지으려면 감자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개발한 매개체가 바로 감자빵이다.


6. “처음부터 감자빵을 떠올리진 못했다. 모든 조리법을 총동원해 2년 넘는 기간에 200종이 넘는 감자 음식을 만들었다. 춘천 하면 닭갈비가 가장 유명하니까, 감자와 닭갈비를 활용한 파이를 만들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감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매력이 없었다. 처음 고안한 빵은 ‘고감마빵’이었다. ‘고구마 감자 마늘 빵’의 앞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맛이 없진 않는데, 찾아 먹고 싶진 않은 맛이었다. 이후로 ‘삽질 삼매경’이 이어졌다.”


7. 연 매출 200억 신화의 주역이자 춘천의 명물인 ‘감자로 만든 빵’은 대단한 비법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중에 있는 다른 빵들과의 유일한 차이점은 밀가루 없이 쌀가루, 전분, 국내산 감자로만 만든다는 점과 100도 이상의 오븐에 100분가량 구운 감자를 으깨어 속을 만든다는 점이다.


8. 이미소 대표는 수십 번의 테스트를 했지만, 어떤 것도 정성으로 구운 감자 본연의 맛을 따라올 수 없어 삶거나 찌는 대신, 손으로 일일이 손질해 굽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맛은 물론 실제 감자와 놀랄 만큼 똑같은 모양으로 입소문을 탄 ‘감자로 만든 빵’이 오늘날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을 들어본다.



9. “하루에 50개가 채 팔리지 않았지만 점차 소문이 났다. 2020년 1월 처음 선보이고 4개월이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팔리더니, 곧 몰려드는 손님을 감당할 수 없었다.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동안 밥 한 끼 겨우 먹고 감자빵을 만들었다. 새벽 3시까지 감자를 굽고 손질하느라 늘 잠이 부족했다. 두어 시간 눈만 잠깐 붙이고 출근하면, 하루가 끝나지 않고 영원히 되풀이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10. “청년들은 돈만 많이 준다고 일하지 않는다. 솔직히 우리도 연봉을 많이 주지는 못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성장한다고 느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연봉이나 물질적 혜택뿐 아니라, 공감하는 가치와 지향점이 일치할 때 조직원은 진정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11. "우리 직원들도 처음 입사하면 물론 힘들어한다. 하지만 적응이 되면 다들 되게 재밌어한다. 일이라기보다는 대학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듯한 기분이다. 자기 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할 때, 직원들은 그 에너지에 휩쓸려 불협화음을 낸다. 대표는 회사는 물론 개인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일을 재미로 느낄 수 있도록 좋은 사람들로 조직을 구성해줘야 한다.”





*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gamzabatt/


* 내용 출처

- https://bit.ly/3Vfo8Q6 (이코노미스트, 2022.05)

- https://bit.ly/3RRgeJy (한국강사신문, 2022.04)

- https://bit.ly/3g0atfL (조선일보, 2022.01)

- https://bit.ly/3rML6Rc (KBS 뉴스, 2021.12)

- https://bit.ly/3ySqZFd (조선일보, 20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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