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의 즐거움을 아시나요? 윤숙희

디톡스 덕분에 먹방에 입문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유튜버가 있네요. 채널 이름은 '윤숙희', 나이 서른 다섯의 평범한 여자 회사원이 술을 마시러 다닙니다. 가장 좋아하는 주종은 소주, 그 중에서도 참이슬 후레쉬를 가장 좋합니다. 이 채널 덕분에 입솔루트(입세주 + 솔의눈)와 꿀주 (소주에 약간의 맥주만 첨가)도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다양한 포차, 음식점, 시장, 편의점, 심지어 수퍼에 가서 안주와 함께 소주를 마시는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자꾸 보게 됩니다. 탁월한 미모의 소유자도 아닙니다. 회사에서는 존버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회식을 기다리는 직장인입니다. 말주변이 특별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술과 안주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행복해 보입니다. 혼술하는 용기에 반했다가 이상하게 함께 잔을 기울이는 그런 기분으로 방송을 봅니다. 보고나선 항상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 하는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아직 미혼입니다. 혼자 사는 옥탑방에서도 술을 마십니다. 술병을 잡을 때면 언제나 항상 회오리를 만들다가 실패합니다. 가끔씩 대선이나 한라산 같은 지역 소주도 마십니다. 그렇다고 주량이 엄청난 것도 아닙니다. 두 병쯤 마시고 살짝 취하면 미련없이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아, 잊은게 하나 있군요. 집에 들어갈 때면 카스 맥주를 항상 사갑니다. 입가심을 하기 위해서라는군요.

이 분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대단한 성공, 삶의 의미 따윈 개의치 않는 것 같아요. 그저 3,4이에 한 번씩 소주와 함께 즐기는 다양한 안주가 이 사람의 최고의 행복입니다. 영상을 통해 그 진심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소주 한 병을 사오고 싶어집니다. 이 사람이 들렀던 가게를 찾아가고 싶어집니다. 이 유튜브는 벌써 구독자 12만을 넘기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삶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승진하거나, 멋진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이 분의 삶의 목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소확행이에요. 소심한 듯 한데 당찹니다. 하루와 순간에 충실합니다. 그래서 간혹 술 취한 사람들에게 놀라는 일이 있어도 이 여정을 멈추지 않습니다. 대단한 건 모르겠는데 신기합니다. 방송 하나를 보면 웬만한 회식 하나 끝낸듯한 묘한 만족감이 피어납니다.

이 방송에선 주식 얘기도, 아파트 얘기도, 결혼과 연애 얘기도 없습니다. 참이슬 한 병이면, 거기에 어우러지는 다양한 안주면 충분합니다. 혼자 먹고 마시니 계산이 5만원을 넘기는 경우도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이 채널이 좋습니다. 다양성이 존중받는다는 증거니까요. 물론 제가 살고 싶은 삶은 아닙니다만...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