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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달에 산다, 토끼소주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79.

1. 토끼소주는 원래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한식당에서 인기를 끌던 교포사회 대표 소주였다. 브랜 힐이라는 미국인 주류 사업가가 뉴욕에서 2011년(기묘년) 처음 내놨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 양조장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식 증류주인 토끼 소주를 만들었는데, 이게 뉴욕 한인사회에서 대박을 쳤다. 뉴욕 여행자들 사이에선 귀국 선물로 `토끼선물`을 사오는 게 유행이었을 정도다. 현재도 뉴욕 내 100여 곳의 음식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2. 브랜 힐 토끼소주 대표는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2011년 한국 술 문화에 매력을 느껴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 전남 장성 보해양조 등 한국 양조장 60여 곳을 방문하면서 한국 전통주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소주병 라벨에 '토끼가 달에 산다'는 한국 전통 설화에서 착안해 직접 디자인 한 토끼와 달을 새겨넣은 토끼소주를 탄생시켰다.


3. ‘토끼소주(Tokki Soju)’의 브랜 힐(Bran Hill) 대표가 양조를 업으로 삼게 된 것은 필연적이었다. 어려서부터 위스키를 만드는 외할아버지와 와인을 담그는 어머니를 보며 자랐고 92개국을 돌아다니며 어지간한 술은 다 마셔보았다. 대학교 재학 중에 취미로 맥주를 양조했고 졸업 후 맥주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 모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2016년 그는 조금 의아한 방향으로 걸음을 한 발짝 내디뎠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한국 전통 소주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 브랜드 이름도 자신이 전통 소주 양조를 배운 2011년이 토끼해였던 점에 착안해 지었다.


4. "인공 감미료를 넣지 않고 쌀을 발효하는 조선시대 전통 방식으로 만들고 싶어서 60종의 쌀을 실험해봤죠." 한국 전통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닌 힐 대표는 소주 대부분이 더 이상 전통 방식으로는 제조되지 않는 점이 무척 아쉬웠다고 말했다. 흔히 접하는 초록병 소주는 고순도 에탄올인 주정을 물에 타 감미료 등 첨가물을 넣은 희석식 소주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5. 토끼 소주는 100% 찹쌀로 담근 전통주를 발효시키고 이를 증류해 제조한다. 감미료와 첨가물이 전혀 없어 깔끔하고 고소한 쌀향이 일품이다. 화이트와 블랙 2종으로 나뉘는데, 화이트는 알코올도수 23도로 옅은 바닐라향을 기반으로 은은하게 올라오는 허브향이 특징이다. 블랙은 40도로, 찹쌀 풍미를 기반으로 달콤한 과일향을 느낄 수 있다. 증류주 마니아 사이에선 묵직한 보디감과 깔끔한 목넘김이 좋은 술로 꼽힌다.


6. "쌀과 누룩을 이용해 전통 방식대로 만든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현대 증류 기술을 도입했다는 점이 조금 달라요. 지금 토끼소주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증류기는 독일에 제작을 의뢰해 1년 기다려 공수한 것이에요. 동으로 만든 제품인데 동의 성분이 좋은 맛을 만들어냅니다. 또 온도 조절 시스템을 100% 전자화해 맛을 일정하고 섬세하게 컨트롤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전통 소주를 오크통에 숙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오크 숙성 기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 소주에 접목해보고 있어요."


7. "서양에서 소주보다 익숙한 사케가 있지만 비교하고 싶지 않아요. 소주는 한국 전통주잖아요. 사케와 다른 한국만이 지닌 고급 소주 문화를 만들고 이를 알리고 싶었어요." 그가 토끼소주를 탄생시킨 2016년은 미국 뉴욕에서도 한식의 고급화 바람이 불었다. 앞서 정식당이 뉴욕에 진출했고, 이들 고급 한식에 곁들일 한국 전통주로 토끼소주가 상에 올랐다. 고깃집, 노래방에서 대중적으로 소비되던 소주가 고급 식당에 선보이게 된 것이다. 



8. 2010년 한국 양조장을 여행한 브랜 힐은 2016년 토끼소주를 내놓았다. 한국에 머문 2011년이 토끼해여서 토끼소주가 됐다. 달나라에 토끼가 산다는 한국 설화를 기반으로 ‘달과 함께 마신다면 혼자가 아니다’라고 적은 라벨이 혼술족에게 인기를 끈 것이 주효했다. 토끼소주는 지난 3월 포켓CU 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6월부터는 매장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다른 증류식 소주에 비해서 비싼 편인데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9. 이수진(사진) 술펀 대표는 전통주 시장에 제3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고 평가한다. 발원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미 MZ세대는 물론 기존 주당들까지 매료시킨 ‘원소주’. 힙합 가수 박재범이 100% 쌀로만 만든 증류식 소주다. 새로운 것을 찾는 MZ세대에 ‘녹색병’ 희석식 소주와는 차원이 다른 술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소위 대박을 쳤다. 출시 8개월도 안 돼 170만 병 넘게 팔렸다. 기존 소주 시장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판매량이다. 우리 술도 제대로만 만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신호탄을 올린 셈이다.


10. 현재 토끼소주는 뉴욕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인 정식을 비롯해 한잔, 오이지, 소주 하우스 등 스무개가 넘는 한식 레스토랑에서 판매하고 있다. 로어 이스트사이드에 위치한 카페 라운드 케이에서는 한라산 순한물, 북한 평양 소주, 화요, 금복주, 참소주, 처음처럼 등 전국의 다양한 소주를 선보이는 소주 바를 열어 현지인에게 소주의 매력을 전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토끼소주에 관심이 높다고 한다.


11. "올해 초 토끼소주 골드로 세계 3대 주류 대회로 인정받는 ‘샌프란시스코 월드 스피릿 컴피티션(SFWSC)’에서 최고상인 ‘더블 골드(Double Gold)’ 메달을 수상했습니다. 토끼소주 골드는 오크통에 숙성한 소주인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증류주들은 보통 오크통 숙성 과정을 거쳐요. 이처럼 전통적인 양조 방식은 따르되 여러 가지 방식을 접목한 제품을 만들어 소주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요."




* 내용 출처

https://bit.ly/3UldXsx (서울경제, 2022.10)

https://bit.ly/3E2s1kW (경남신문, 2022.07)

https://bit.ly/3FKihwE (매일경제, 2022.07)

https://bit.ly/3T5t9s0 (더네이버, 2021.09)

https://bit.ly/3hcGcuD (행복이 가득한 집, 20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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