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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포크 하우스가 된 양복점, 비앤테일러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82.

1. 1967년 박정열(68)씨가 서울 종로에 문을 연 ‘보령양복점’은 뒤이어 합류한 아들 박창우(39) 이사가 ‘비앤테일러’로 이름을 바꾼 뒤 2014년부터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면서 세계적으로 ‘힙한(개성있는)’ 맞춤정장 브랜드가 됐다. 5년 동안 직접 만든 옷 사진 1,100여장을 업로드한 결과 현재 팔로워는 7만5,000여명으로 늘었고, 계정을 본 해외 디자이너가 함께 일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일도 생겼다. 고객층도 30대 젊은 직장인부터 60, 70대 장년층까지 다양해졌다.


2. “1980년 종로에서 처음 보령양복점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으니 문을 연 지도 30년이 훌쩍 넘었네요.”(박정열) 박정열 대표가 양복 일을 배우기 시작한 건 약 45년 전의 일이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눈썰미와 손재주가 있다는 이야기를 곧잘 듣곤 했었죠. 외숙모가 혼수품으로 들고 오신 가정용 재봉틀을 사용법도 모르면서 혼자 끙끙대며 바짓단을 접고 꿰맬 정도로 옷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고요.(웃음)”(박정열) 양복 일을 배우기로 한 건 ‘양복’에 대한 선망의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3. 박정열 대표와 두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가족 경영 비스포크 하우스다. 설립자이자 마스터 테일러인 박정열은 1967년 업계에 뛰어 들어 1980년부터 보령양복점을 운영하다 이후 박창우, 박창진의 두 아들을 영입해 현재의 ‘비앤테일러’를 설립했다. 가업으로 선대의 기술과 정신을 계승하는 시스템이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라 더욱 눈길을 끈다. 수십 년간 다진 내공을 무기로 해외에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외국인 고객도 상당수에 이른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잠정 중단 중이지만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매년 분기별로 트렁크 쇼를 개최하며 국내 비스포크 수트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4. ‘비앤테일러샵’ 박정열 대표(68·사진)는 한국의 맞춤 양복을 세계적 브랜드로 만든 K패션 전도사다. 1967년 전북의 한 양복점에서 처음 재단을 배운 뒤 52년간 맞춤 양복의 한길을 걸었다. KBS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실제 인물이다. 1990년대 들어 맞춤 양복은 사양산업으로 여겨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박 대표의 양복점도 폐업 직전까지 갔다. 위기 상황에서 온라인은 기회가 됐다. 박 대표는 “동네 교회에서 무료 PC 강좌를 듣고 홈페이지를 만든 뒤 제품 사진을 올리고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았더니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5. 인스타그램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으로 제품을 접한 외국인들의 주문도 크게 늘었다. 박 대표는 “디자인과 원단이 좋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중국, 일본 등에서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2017년 일본 이세탄백화점 명품관에도 입점했다. 박 대표는 한국 맞춤 양복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공로로 올해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6. “48년간 외길을 걸어온 제가 대표로 수트제작의 기술을 책임지고 첫째가 경영과 관리, 이태리서 패션(수트)을 전공한 둘째가 국제관계 및 패션동향을 연구합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제 해외유명 패션잡지에 소개된 저희 수트를 보고 외국인들이 일부러 찾아올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7. 고교 시절부터 틈틈이 아버지의 곁에서 양복 만드는 일을 배웠던 박 실장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것을 살려 홈페이지를 다채롭게 꾸미고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다양한 슈트 정보들을 제공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드라마 협찬 등 마케팅적인 부분에도 힘을 쏟았다. 평범한 이름이었던 ‘보령양복점’이란 상호를 ‘비앤테일러샵’으로 바꾸고 전체 매장 분위기를 유러피언 스타일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바꾸는 데도 박 실장의 공이 컸다.



8. 이렇듯 서로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돈독한 부자 관계이지만 양복에 대한 고집만은 서로에게 결코 지지 않는다. “저는 체형을 많이 중시해요. 세상 모든 사람들은 각각 자신만의 체형을 가지고 있죠. 그 어느 사람도 같은 체형이 없어요. 그런 체형들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기 위해 디자인을 고민하죠.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슬림하게 입는데, 너무 슬림한 것보다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몸에 흐르듯 떨어지는 디자인을 지향하죠.”(박정열)


9.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패턴’이다. 사이즈, 원단, 바느질이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패턴이 살아있지 않으면 빛을 내기 어렵다. “저도 고민을 많이 했죠. 답은 패턴이더라고요. 디자인을 어떻게 그리고 양복의 앞판, 옆판, 뒷판에 어떤 스타일을 주느냐에 따라 비스포크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양복 브랜드는 그들만의 패턴이 있거든요. 저는 비앤테일러만의 패턴으로 승부하고 싶어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600여개가 넘는 원단 중에 어떤 네이비를 고르느냐는 고객과의 대화에서 나온다. 고객에 딱 맞는 색감의 원단을 고르고 가장 편안한 디자인으로 감동을 준다. 단골이 많은 이유다.


10. 그는 3년전 캐주얼 브랜드 ‘채드프롬’을 론칭했다. 채드프롬은 오버핏의 1940~1950년대 정통 클래식 슈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한마디로 양복에 어울리는 캐주얼이다. 자켓에 어울리는 전용 청바지는 출시마자마자 매진됐다. 그는 비스포크, 기성복 두 분야에서 모두 최고를 꿈꾼다. “비앤테일러의 편집매장을 만들고 싶어요. 여기서 채드프롬도 같이 판매하는거죠. 비앤테일러가 만드는 모든 옷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고객을 맞이하는게 꿈입니다.”





* 공식 웹사이트

http://www.bntailor.com/


*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ntailor/


* 내용 출처

https://bit.ly/3FWfzEH (한국일보, 2019.05)

https://bit.ly/3zVFVCH (매거진한경, 2011.03)

https://bit.ly/3NK9RYe (동아일보, 2019.11)

https://bit.ly/3zR4jFC (마리끌레르)

https://bit.ly/3Uz12mn (국민일보, 2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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