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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연결되는 무인서점, 가가책방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87.

1. 책방지기 서동민(38) 씨 고향은 충남 서산이다. 공주에 살기 전까지는 서울에서 일했다. 매달 책을 추천해 보내주는 스타트업 기업이 그의 직장이었다. 이곳에서 꼬박 3년을 근무했고, 업(業)으로서의 책을 내려놓았다. 그는 퇴사 이후 한 한옥 게스트하우스 주인과 인연이 돼 공주로 여행을 오면서 이곳에 책방을 열기로 결심했다. 그는 공대생 출신이다. 대학에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했다. 책을 좋아해 책을 추천해주는 일을 업으로 삼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책을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 책을 발견하는 계기만 만들어줘도 충분하다는 생각에서다.


2. 서 대표는 3년 전 권오상 대표의 ‘봉황재’에 묵었다가 공주로 거주지를 옮기고 2019년 반죽동에 ‘가가책방’이라는 서점을 열었다. “책을 팔기도 했지만 공주에 처음 오는 손님들과 대화하면서 원도심을 소개하는 날이 더 많았어요.” 가가책방은 지난해부터 주인이 가게를 지키지 않는 무인책방으로 전환했다. 손님들은 문앞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책방 자물쇠 비밀번호를 묻는다. 주인 없는 책방에 들어간 이들은 전시된 책을 읽거나 구입하고, 방명록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 흔적을 남긴다. 좋은 추억을 쌓은 ‘대가’로 알아서 이용비를 내고 간다.



3.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 책방은 번듯한 간판 하나 없다. 대신 낡은 철제문 앞 색바랜 나무 식탁에 ‘가가冊방’이라고 쓰여 있다. 글자를 읽으려면 허리를 숙이고 가까이 다가가야 할 정도다. 그 옆에 있는 오랜 나무 의자에도 나무토막으로 ‘가가’라고 맞춰놨다. 의자 밑에는 길고양이들이 마실 수 있는 물이 놓여 있다. 살금살금 왔다가 쉬어가는 고양이의 모습이 마치 무인서점 가가책방의 손님을 닮았다.


4. “적당히 작고, 적당히 저렴한 곳을 찾다보니 이곳에 책방을 차리게 됐어요. 부서진 의자 등받이를 다리로 만든 책상이나 문 닫은 중국집에서 가져온 가구들, 헐린 집에서 버린 물건들을 가져와 인테리어 자재로 썼어요. 버려질 뻔한 물건들을 재조립해 가구로 만들었으니, 재활용이 아니라 '업사이클링'이라고 해야 하나요? 오픈한 지는 1년 2개월 정도 됐습니다.”


5. 6개월 동안 공주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2019년 6월 무인 책방 ‘가가책방’을 열었다. 동네 곳곳에 버려진 재료들을 모아 손수 책방을 꾸몄다. 젊은 청년이 무언가를 뚝딱거리자 옆집 무궁화회관 사장님은 ‘밥은 먹고 있느냐’며 식사를 챙겨주기도 했다. 동네 어르신들은 오며 가며 ‘동네 어디에 가면 물건이 있다’고 알려줬다. 알음알음 가가책방을 찾은 사람들은 ‘나만의 비밀 공간이 생긴 기분’이라며 ‘부디 오랫동안 운영해달라’고 편지를 남겼다. 책방을 운영하며 동네 가이드 일을 하던 서 대표는 2021년 2월 ‘마을스테이’의 안내소 역할을 하는 ‘가가상점’을 두 번째로 열었다. 그의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그를 통해 공주와 연결된다.



6. 책방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다. 대신 책방 입구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하면 주인장이 비밀번호를 알려 준다. 두어 평 남짓의 공간으로 들어선다. 책으로 둘러싸인 내부에는 둥근 탁자가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누군가 막 책을 읽고 떠난 것처럼 온기가 가득하다. 누군가에게 필요 없어진 가구와 의자, 그리고 뜯어내고 남아서 버려진 목재를 모아 서가를 만들고 공간을 꾸몄다. 책방지기의 세심한 정성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7. “공주에서 사는 것이 누군가에겐 지루하고 답답할 수 있지만, 제게는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서울 오가는 것도 어려움이 없고, 기본 생활비나 주거비도 서울에 비해 훨씬 저렴하거든요. 덜 벌더라도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누구가가 어떤 공간을 만나기 위해 공주를 찾고, 온 김에 원도심의 골목길도 걷게 되고요. 요즘은 머무는 여행을 많이 하잖아요.”





* 공식 인스타그램

https://bit.ly/3E62INF


* 내용 출처

- https://bit.ly/3E6kbW5 (디트 뉴스 24, 2020.08)

- https://bit.ly/3g0nJ4m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22.08)

- https://bit.ly/3g7tj4H (이데일리, 2022.11)

- https://bit.ly/3AciZzg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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