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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박으로 지구를 구한다고요? 포이엔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87.

1. 포이엔은 커피박 수거와 재활용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버려졌던 커피박을 수거해 생명을 불어넣어 야간 조명 활용시, 커피박을 이용해 연료전지를 만들고, 조명 하우징(전등을 감싸는 플라스틱) 등을 생산한다. 커피박은 인테리어에 활용되는 타일과 패널, 의자, 테이블, 트레이 등은 물론, 저탄소 비료, 친환경 농약, 고형연료 등으로도 거듭난다. 커피박 연료는 기름 성분이 함유돼 발열량이 높기에, 화력이 뛰어나지만, 불꽃은 적게 튀어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는게 포이엔 측의 설명이다.


2. 포이엔은 커피박을 원료로 쓴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도 생산한다. 호숫가 등에서 흔히 보는 나무 무늬 난간이 이런 재질이다. 합성수지와 배합할 때 썼던 톱밥을 커피박으로 대체했다. 최근에는 국내 자동차 업계와 내장재 공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호철 포이엔 대표는 “1인용 의자 하나에 커피 찌꺼기 2.3kg이 들어가는데 이는 약 2.6kg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나무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 환경에 기여하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3. 본래 포이엔은 부천에 소재했다. 2019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시행하는 R&D 과제를 3년간 수행하게 되면서 사업을 테스트 할 수 있는 지역이 필요했고, 주주인 임팩트스퀘어와 상의해 사업장을 성동구로 옮겼다. 사업장을 이전한 뒤 성동구와 MOU를 맺으면서 커피박 재활용 사업을 수행하게 됐다. 커피박 재활용 사업은 임팩트스퀘어와 함께 진행한다. 포이엔은 기술개발 R&D를, 임팩트스퀘어는 참여 카페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외적인 활동을 주로 담당한다.


4. 영국의 바이오 에너지 기업 바이오빈은 한 해 런던에서 배출되는 커피박 20만 t 가운데 5만 t을 수거해 에너지원으로 만든다. 바이오 디젤, 에탄올, 펠렛 등 형태도 다양하다. 커피 25잔을 만들 때 나오는 커피박으로 커피숯 하나를 만들 수 있다. 런던시를 중심으로 커피박을 수거하는 스타트업, 에너지 생산을 연구하는 대학 등이 친환경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5. 커피 제조업체 네슬레는 본사가 있는 스위스에서 커피박을 펠렛 형태로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쓴다. 그룹 안에 원료 수거, 에너지 기술 연구 및 생산 조직을 따로 뒀다. 친환경 정책을 적극 추진해 온 정부의 역할도 컸다. 스위스 정부는 우체국 조직을 이용해 커피박을 수거하는 등 커피박 재활용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폐기물 매립에 높은 매립세를 부과해 기업이나 개인이 자원 재활용 방안을 고민하도록 유도한다.


6. 커피박 재활용 사업은 카페에서 커피박 재활용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 포이엔에서는 카페와 커피박을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 논의해 장소를 확인하고 고정된 수거 장소를 결정한다.  블루보틀과 같은 대형 카페의 경우에는 주로 수거함에 보관하고, 개인 카페는 매장에서 보관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우리 사무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주유소에 커피 집하장을 마련했는데, 그곳에 커피박을 넣어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7. 커피를 내리고 남은 찌꺼기인 커피박은 기름기가 많은 특성상 값이 비교적 싸면서도 열량이 높다. 그런데 규정상 커피박은 생활폐기물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고, 이 경우 다른 폐기물과 뒤섞여 선별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포이엔은 여기에 착안해 커피박을 수거해 바이오 연료로 재생산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8. 커피박을 이용한 사회혁신은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혁신의 많은 사례가 그렇듯,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가기 위한 길을 내는 의미가 있다. 이 대표는 "큰 기업들은 아무래도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사업은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선의를 가진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이 필요한 이유도 그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법적 제한이 장벽이 되는 경우를 만나게 되면 그 벽을 허물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시도를 하는 것이 결국 혁신으로 이어지는데 이미 안정된 중견기업들보다는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해 바위를 두드리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9. 2011년 포이엔이 창업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커피박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다. 당시에는 폐기물로는 비료 외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을 때라 더 그랬다. 포이엔은 이런 장벽을 허물기 위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정부에 제안했다. 2016년 포이엔의 요청에 정부가 고형연료 생산도 가능하다는 대답을 내놓으면서, 포이엔도 다양한 사업을 시도해볼 수 있는 물꼬를 트게 된다.


10. 업계에서는 한국의 소셜벤처 태동기를 2016~2017년께로 잡고 있다. 벤처도, 사회적기업도 아니기에 외면받았던 소셜벤처들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신성장동력으로 주목 받으면서 단기간 내 많은 소셜벤처가 탄생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모태펀드와 금융위원회의 성장사다리펀드, 크게 이 두 갈래로 유입되는 소셜벤처 지원자금은 연간 1,800억원(2018년 기준) 수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는 1,000억원 정도가 풀린 만큼 연말께 2,000억원 가량이 ‘임팩트투자’라는 이름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앞으로 중기부는 임팩트펀드 1,000억원을 추가로 조성해 2022년까지 누적 5,000억원 규모까지 늘리고,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자도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11. 아직은 어려운 점도 있다 이 대표는 "서울 지역 커피박이나 종이컵 등을 다양하게 수거하고 싶은데 작은 매장들이 흩어져있어서 1톤 이하 화물차로 수거해야 한다. 또 수거하더라도 어딘가에 쌓아놔야 하는데 집하장을 서울에 두기가 힘들다"고 했다. 다행히 성동구에 폐기물 처리장이 있어 서울시의 폐기물들이 모이는 곳이어서 사업장을 이곳에 두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공식 웹사이트

https://www.4en.co.kr/new/


* 내용 출처

https://bit.ly/3EJLlDU (동아일보, 2022.01)

https://bit.ly/3Of6Qj1 (라이프인, 2021.08)

https://bit.ly/3TNguu8 (이로운넷, 2022.07)

https://bit.ly/3EEKT9Q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2022.05)

https://bit.ly/3hIbny2 (서울경제, 2019.09)

https://bit.ly/3hIonnm (바이브랜드, 20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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