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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의 가까운 미래, 집무실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89.

1. 집무실의 6개 지점은 서울 정동, 석촌, 서울대 근처, 목동, 왕십리, 경기 일산 등 주택가에 있다. 따라서 높은 건물이 아니어도 된다. 주택을 빌려 개조한 곳도 있고 주상 복합이나 상가 건물에 들어간 곳도 있다. 일산의 고양타워점은 예전 KT 전화국의 기계장비실을 개조했고, 왕십리점은 철도하역장을 바꿨다. 김 대표는 원래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디자인했다. "기계장비실의 각종 장비를 소품처럼 활용했어요. 또 하역장의 아주 높은 천장에 맞춰 높이가 제각기 다른 의자와 편하게 눕다시피 해서 일할 수 있는 소파를 배치했죠.”


2. 김 대표가 구상한 공간 다이내믹이 적용된 집무실 내부는 독특하다.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 개념을 도입해 업무 공간을 구성했다. 서울 정동 지점을 방문해 보니 개인의 독립된 업무 공간을 키 높이 가림막으로 둘러쳐 아늑한 방처럼 만든 곳과 1인용 소파처럼 편하게 기대어 앉아 일할 수 있는 개방형 좌석, 여럿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긴 테이블과 회의실 공간 등 다양한 구성이 눈에 띈다. 각 업무 공간에는 편안한 조명과 충전 시설이 설치돼 있다. 한편에는 커피와 차, 과자 등 가벼운 간식이 마련된 휴게 공간이 있다.


3. "기존 중소형 사무공간에 집무실 오피스 OS를 도입하려는 빌딩주들의 연락이 계속 오고 있어요. 오래된 기존 오피스가 옛날 구멍가게라면 집무실 오피스 OS를 적용한 사무실은 현재의 편의점이라고 할 수 있죠. 컴퓨터 OS '윈도'처럼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4. 공간의 첫인상은 상상을 조금 덧붙이면, 가벼운 업무와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리조트 호텔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같았다. 물론 이 공간은 호텔이 아니라 공유오피스 ‘집무실’이 운영하는 서울 부도심에 위치한 지점 중 하나다. ‘집무실’은 조금 다른 맥락에서 요즘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공간일 텐데, 명칭이 주는 어감에서 느껴지듯 기존의 공유오피스와는 조금 다른 공간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5. 무엇보다 가상의 공간 경험을 강조하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여행지의 호텔에서 가벼운 업무를 즐기는 듯한 여유와 세련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공간임을 내비치는 트렌디한 가구와 인테리어는 기존의 공유오피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카페와 호텔 바, 독서실과 서재가 결합된 혼성의 공간 구성은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와 재택근무를 넘어 워케이션으로 변모하는 일과 공간의 변화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였다.


6. 팬데믹 이후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일과 공간의 측면에서 어떤 특이점을 맞은 것이 아닌가 싶다. ‘모두가 같은 시간에 사무실에 출근하여 함께 일하고, 퇴근한다’는 기존의 상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공장은 노트북이 대신하고, 회의는 줌 공간이 대체하고, 동료는 인친과 팔로워로 대체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현실에서 불가능한 접촉을 온라인 가상 공간으로 대체하는 상황이 이제 일반화되었다. 물리적인 공간을 가상 공간이 대체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빈번해진 것이다.


7. 원격근무 장소로 집무실을 이용하는 기업들은 직원들의 '근태 관리'도 가능하다. 어떤 직원이 어떤 집무실을 이용하고 있고, 몇 시간을 썼는지 등을 모두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희가 이런 자동화 시스템을 다 구축해서 기업들 사무실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집무실 7개 지점과 집무실 시스템이 적용된 기업 건물을 더하면 관리해야 하는 곳은 12곳인데요. 이곳들을 단 3명이 관리하고 있죠. 모두 자동화해놔서 가능한 것입니다. QR코드를 찍어 출입문 열고 이런 것도 저희가 최초로 적용한 거죠."


8. 출입구에서 QR코드를 찍어 문이 열렸을 때, 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가면 CCTV가 '불법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경고를 준다. 좌석 사용 현황이 자동 통계화돼 이용자들은 집무실 지점별 혼잡도를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이용 전에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낮에는 일하기 좋은 쾌적한 비즈니스 라운지를 조성하는 한편, 밤에는 일몰 시각에 맞춰 조명과 음악 등이 자동으로 변화되며 공간 분위기를 전환합니다. 이용 통계를 보니 이용자의 5분의 1(19.2%)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 사이에 일을 했습니다."



9. 또 모든 지점에 폐쇄회로(CC)TV와 사물인터넷(IoT) 감지기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이용 상황을 살피며 냉난방, 조명, 배경음악 등을 원격 관리한다. "밤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몰 시간에 맞춰 조명을 아늑하게 바꾸고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죠. 이용 통계를 보니 이용자의 19.2%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 사이에 일을 해요."


10. 조 대표는 단순히 공간의 혁신을 넘어서 '연결'도 회사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다. "결국 저희가 만들려고 하는 것은 공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공간을 쓰는 사람들끼리 연결하는 게 핵심 전략이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집무실과 로켓펀치 프로필을 결합하고 있죠. 공간만 쓰고 떠나는 게 아니라 여기에서 오늘 내가 뭘 했다고 쓰고, 서로 메시지 주고받고 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거죠. 저희가 기업들의 업무 환경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얘기합니다."


11. 공유오피스가 제공하는 장점은 어디에서나 어떤 방식으로든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은 시도 때도 없이 일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일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낮아졌고, 일의 의미를 발견할 기회는 점점 더 희귀해지고 있다. 집 책상이든, 카페 테이블이든, 공유오피스든 어디로든 출근은 가능하다. 문제는 ‘퇴근’이다. 퇴근은 어려워지거나 지연되거나 점점 불가능한 것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2. ‘집무실’의 경쟁자는 공유오피스가 아니라 아직도 기존의 사옥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이들의 변화가 관건이다. 조민희 대표는 “아날로그가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모두가 도심으로 출근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거점오피스를 넘어 분산오피스로, 이들의 도전은 우리에게 미래 사무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 공식 웹사이트

https://bit.ly/3EXtBVL


* 내용 출처

https://bit.ly/3V9dABL (머니투데이, 2022.06)

https://bit.ly/3AuHGXK (한국경제, 2022.09)

https://bit.ly/3tJU6HN (한국일보, 2022.03)

https://bit.ly/3AypWe9 (브리크, 2022.가을)

https://bit.ly/3Gxmjch (주간조선, 2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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