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우리 아빠 변신 챌린지, 더뉴그레이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95.

1. '더뉴그레이'는 패션 컨설팅, 메이크오버에 기반을 둔 '콘텐츠 커머스' 회사다. '아저씨즈'를 통해 '시니어 패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무는 동시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안하고 있으며, 주요 백화점, 여러 패션 브랜드들과 함께 '메이크오버'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백화점과 전개하는 메이크오버 프로젝트가 있다. 지난 가을 전개한 '우리 아빠 변신 챌린지'의경우 경쟁률만 400대 1에 달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유도했다. 그리고 오는 5월 가정의달을 맞아 2탄을 진행하고 있다.


2. 더뉴그레이는 시니어 패션 콘텐츠 에이전시로, 시니어 모델 또는 인플루언서를 관리, 양성하는 기업이다. 패션 메이크오버 캠페인을 진행하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들을 선보이면서 중년 또는 시니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이전부터 옷에 관심이 컸던 더뉴그레이의 권정현 대표는 이왕이면 ‘좋은’ 일에 패션을 활용하고 싶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년’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중년들도 세련되게 옷을 입는 모습을 통해 그간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그림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3. 권 대표의 창업 욕심은 대학 때부터 시작했다. 원자력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꾸준히 어떠한 아이템으로 창업할지 고민을 이어왔다. 권 대표는 평소 좋아하던 패션으로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던 중 패션 디렉터이자 시니어 모델인 닉 우스터의 사진을 보게 됐다. 피티워모 패션쇼에 참여한 닉 우스터의 스냅샷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스냅샷에 함께 찍힌 주변인은 닉과 비슷한 연배인 중년보다 2~30대 청년들이 한참 많았다. 권 대표는 서로의 나이를 잊게 만드는 닉 우스터의 젊은 분위기를 일종의 프로젝트로 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더뉴그레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4. 첫 작업은 ‘시니어 꽃할배’라는 시니어 인플루언서 프로젝트였다. 은퇴 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내고 카페를 창업하신 백발의 할아버지가 첫 모델이었다. 자신의 옷을 빌려드리고 가로수 길에서 촬영을 하며 시작됐다. 권 대표는 시니어 꽃할배를 이어나가던 중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면 더 다양한 사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아버지 메이크오버’라는 아이템으로 피보팅(Pivoting, 비즈니스 모델 전환)했다.



5. “이왕이면 캠페인을 통해서든, ‘옷으로 좋은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저것 시도하던 끝에 패션 메이크오버 캠페인을 생각했다. 옷 잘 입는 아저씨, 할아버지들을 보여주면 재밌고 멋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평균 나이 63.5세의 중년 패션 인플루언서 그룹 ‘아저씨즈’를 결성, 인스타그램과 틱톡, 유튜브 등을 통해 댄스 챌린지에 도전하거나 일상을 공개하며 새로운 활동에 나서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아저씨즈’ 멤버들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SNS와 유튜브를 다루면서 젊은 층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6. 각 잡힌 양복 또는 편하기만 한 등산복을 벗어던지고, 롤업 된 청바지와 화려한 셔츠를 입은 중년들의 모습에 젊은 층들도 환호했다. 이 캠페인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권 대표의 캠페인이 대중적으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권 대표는 기회가 없어 도전하지 못한 중년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면서 일 그 이상의 뿌듯함을 느꼈다.


7. 산뜻한 기장의 롤업 청바지, 빈티지 워크 재킷, 캔버스 운동화에 볼드한 뿔테 안경,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비스듬히 선 이들의 뒤태를 보면 영락없는 요즘 ‘힙스터(hipster)’다. 자세히 보면 ‘어랏’ 싶다. 포마드로 미끈하게 벗어 넘긴 그들의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회백색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눈에 들어온다. 틱톡 누적 조회수 1억, ‘60대 방탄소년단’이라 불리는 이들의 정체는 평균 나이 63.5세의 시니어 패션 인플루언서 그룹 ‘아저씨즈’이다.


8. ‘더뉴그레이(the new grey)’ 프로젝트는 그렇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브랜드 마케터들에게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뉴발란스, 커버낫, 로우로우, 크로커다일 레이디와 같은 패션 브랜드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캐논, 기아, 신한라이프 등 다양한 기업이 문을 두드렸다.



9. 권 대표 이력을 ‘스윽’ 살펴보면, 영리한 전략과 남다른 센스로 한번에 니치마켓을 정조준한 ‘엘리트 사업가’처럼 보인다. 명문대 출신에, 대기업 인턴 경력, 남다르게 멋진 스타일까지…. 어쩐지 ‘매끈하고 근사한 성공의 길’만 걸어왔을 것 같다면 한참 오해다. 불과 4년 전, 사업을 무리하게 벌이다 신용등급이 10등급까지 떨어져 빚 독촉에 쫓겼고, 매달 200만 원이 넘는 이자를 갚기 위해 최근까지 투잡으로 수학 과외를 뛰었다고 한다.


10. 아저씨즈와 더뉴그레이의 브랜드 슬로건 역시 ‘Ageless(나이 경계 없음)’이죠. 지난 몇 년간 패션계의 가장 뜨거운 트렌드였던 ‘genderless’(성별 경계 없음)를 넘어 ‘세대와 나이의 경계를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게 그의 신조이다. 그는 세대 간 소통을 가장 쉽게 가능하게 해주는 게 ‘패션’이라고 말한다. 접촉면이 많아지면 소통의 폭도 넓어지고 자연스럽게 ‘섞이게’ 된다는 것이다. 닉 우스터 주변에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11. 권정현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로 주요 콘텐츠인 ‘아저씨’의 다각화를 꼽았다. 올해는 시니어뿐만 아니라 농부,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한 색다른 메이크오버도 계획 중이다. 또한 더뉴그레이의 사업적 목표를 가져가는 남성복 브랜드 런칭도 기획 단계에 있다. 권 대표는 “그레이 패션 콘텐츠 채널로서 글로벌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활동 중인 멋진 시니어 인플루언서들을 모아 글로벌 팬들을 위한 멋진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12. “진심으로 각자가 돈을 많이 버셨으면 좋겠다. 각자가 직접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춤 커버부터 시작해 각자의 이야기를 전하며 개개인을 ‘브랜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요즘에는 각자가 하실 수도 있다. 전업주부 아내를 밀어주기 위해 주부가 되신 정승훈 선생님은 집안일에 대한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하고, 용접을 하시던 분은 노동의 가치를 알려주는 콘텐츠를 진행하기도 하신다. 한 명 한 명이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크리에이터가 되게 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 공식 웹사이트

https://www.thenewgrey.com/


* 내용 출처

https://bit.ly/3WeaoVg (한국일보, 2022.05)

https://bit.ly/3YhblOq (데일리안, 2022.06)

https://bit.ly/3HuGnMO (메트로신문, 2021.04)

https://bit.ly/3FfRqH6 (매거진한경, 2021.02)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 선물 문화의 정점, 센비키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