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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물 문화의 정점, 센비키야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95.

1. 도쿄 니혼바시의 센비키야는 1864년 창업한 과일 전문점이다. 센비키야의 명물 머스크멜론은 현재 한 통 가격이 1만7280엔이다. 머스크멜론과 망고, 오렌지를 담은 과일바구니는 3만2400엔에 판매된다. 앵두는 300g 한 상자가 3만2400엔이다. 2018년 센비키야의 매출은 92억엔으로 20년새 5배 늘었다. 센비키야의 머스크멜론을 선물받은 중동 고객이 매월 전용기로 이 곳의 과일을 실어나른다는 소문도 있다.


2.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급 과일가게 센비키야. 180여 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도 최고급 과일가게의 위상을 지켜온 비결은 무엇일까. 당연하고 기본적인 얘기지만 센비키야의 명성은 철저한 품질 관리에서 출발한다. 센비키야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과일 머스크멜론은 일본 유수의 산지 시즈오카현의 전속계약 농가에서 키운다. 경영진이 수시로 농가를 찾아 품질을 확인할 정도로 철저한 품질 관리로 명성이 자자하다. 사내에는 멜론의 상태를 감정하는 전문가들이 포진해 모양과 소리만으로 먹기 좋은 최적의 시기를 파악해낸다. 멜론뿐 아니라 다른 과일들도 마찬가지로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동원된다.


3. "경매장을 통해 최고의 과일만 선택한다. 특히 과일은 신선도가 매우 중요하다. 최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판매망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센비키야에서 기획개발부장을 맡고 있는 오시마 우시오 이사의 설명이다. 그 역시 선대를 이어 다음에 센비키야의 바통을 이어갈 주인공이다. 시장 경쟁을 통해 가장 맛있는 과일을 고르고, 최고의 맛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유통 과정에서 품질관리가 가능한 지역에 한정해서만 과일을 판매하는 것이 센비키야의 전략이자 노하우인 셈이다.



4. 과일 바구니는 늘 최상의 품질 상태로 고객에게 배송된다. 사전에 고객과 연락해 최적의 시기에 배달을 하지만, 만에 하나 고객과 배달 날짜가 어긋나 되돌아온 경우에는 똑같은 품질의 과일 바구니를 다시 만들어보낸다. 이 때문에 통상 다음날이 아니라 며칠 후에나 재배송이 가능하다. 가게에는 3만~5만엔대 과일 바구니가 전시돼 있지만 고객이 원하는 가격대, 예를 들어 10만엔짜리 과일 바구니도 고객이 원하기만 하면 적당한 과일을 조합해 만들어준다. 일본 버블기에 센비키야는 절정기였다. 


5. 일본의 명품 과일 시장을 싹틔운 건 고유의 선물문화라는 분석이다. 일본에는 계절마다 거래처나 친지들과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있다. 한 여름에는 오츄겐(お中元), 연말에는 오세이보(お歳暮)라고 해서 1년간 신세진 분들께 고급품을 선물하는 관습도 뿌리깊다. 이 때 단골로 쓰이는 품목이 명품 과일이다. 일본의 전통 고급요리인 가이세키 요리에서 과일을 '즙이 많은 과자'라는 뜻의 '미즈카시(水菓子)'로 대우한 전통도 과일의 명품화에 기여했다. 에도시대 양과자는 최고급 디저트였다.


6. 오랜 기간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었느냐는 기자의 같은 말에 "주위에서 생각하기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을 (우린) 당연하게 해 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문현답이다. 그렇다보니 센비키야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의 자긍심은 충만하다. 전체 직원 200명 가운데는 60년, 65년가량을 센비키야와 함께한 직원도 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정도를 가는 회사와 평생을 그곳에서 함께한 직원이 더해지고, 더해져 역사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7. 과일 맛이 얼마나 좋은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비싼 과일들을 한번 원 없이 먹어볼 수는 없을까. 센비키야는 이런 희망을 가진 고객들을 위해 매월 월요일 니혼바시본점, 니혼바시다카시마야점 등 일부 점포에서 '다베호다이'(일정 금액을 내고 정해진 시간 동안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을 말함) 행사를 연다. 니혼바시본점의 경우 1인당 일정액을 내면 저녁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마음껏 과일과 차를 즐길 수 있다. 예약은 매월 초 정해진 시간에 받는데 순식간에 마감이 돼 예약하는 데도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고 한다.


8. 일본의 이러한 제철과일 선물세트의 놀라운 성장비결은 다름 아닌 꾸준한 고객관리에 있다. 대부분의 과일매장에서는 단골 고객들의 선물문화에 맞는 고객관리 리스트를 만들어 당사자의 기념일이나 선물패턴을 미리 알고 직접 연락을 취해 매년 선물이 필요한 시기에 제철과일을 예약해준다. 가장 맛있는 시기의 제철과일을 선물하려면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일본 선물문화의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9. 일본의 과일전문 브랜드들은 매출을 위한 디자인이 바로 고객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과일을 자연친화적인 트렌드로 포장하는 것을 고객이 좋아한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이는 실제로 높은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내용물을 볼 수 있는 투명하고 깔끔한 디자인, 가장 자연스러운 디자인, 자연적인 느낌을 주는 포장재를 활용해 세련되면서도 최대한 자연과 친화되는 에코디자인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한발 더 나아가 친화적인 재질, 폐기하기 쉬운 재질, 코팅이 안 된 종이 재질을 주로 활용해 선물을 받은 사람이 사용 후에 버릴 때 까지 배려하고 있다.






* 내용 출처

https://bit.ly/3WfnVfd (한국경제, 2021.05)

https://bit.ly/3HvMWPa (파이낸셜뉴스, 2015.11)

https://bit.ly/3uI1Dr1 (매일경제, 2017.03)

https://bit.ly/3Pjqgnm (아시아투데이, 20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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