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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에게 희망을, 어반비즈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101.

1. 현재 양봉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예년보다 따뜻한 11월 날씨에 여왕벌이 산란을 계속하면서 벌들이 동면하지 못하는 데다, 이로 인해 응애 등 해충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올초 약 100억마리의 꿀벌 집단실종 사태가 또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양봉농가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2. 꿀벌을 살리기 위해서는 식물과 연계한 생태연구가 절실해보인다. 단순히 양봉산업의 육성정책에서 벗어나 꿀벌을 매개로 열매를 맺는 식물들의 변화까지 감안해 생태계 조성 차원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꿀벌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은 곧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3. KB금융은 올해 4월부터 꿀벌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옥상을 내줬다. 이 옥상에는 꿀벌 약 12만 마리가 서식하는 ‘케이-비(K-Bee) 도시양봉장’이 조성돼 있다. KB금융은 도시 양봉 사회적 기업인 ‘어반비즈’와 함께 양봉장을 운영 중이다.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 생태계 회복을 위한 ‘K-Bee 프로젝트’ 활동 중 하나다. KB금융의 남는 공간을 의미있게 활용하면서 꿀벌 생태계 회복에도 일조할 수 있으니 ‘1석 2조’인 셈이다.



4. 현재 12만 마리의 꿀벌은 벌집통 가운데에 뭉쳐 겨울잠을 자고 있다. 11월부터 겨울잠에 들어간 꿀벌은 내년 2월 중순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꿀벌들은 1~2㎞ 떨어진 여의도와 샛강 공원을 오가며 야생꿀을 채취한다. KB금융은 지난 9월에는 이렇게 생산된 도시양봉장의 첫번째 꿀을 수확해 약 230여 병의 ‘K-Bee 벌꿀 기념품’을 완성했다. 이 기념품은 ‘K-Bee 프로젝트’의 성공을 응원해 준 여의도 본점 인근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5. 어반비즈 박진 대표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도시에 살면서 '숲세권'을 더 좋아하고, 숲이 있으면 아파트 값이 오른는 등 숲이라고 하는 공간이 점점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며 "결국 도시화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도시 역시 생태계를 필요로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꿀벌은 도시 생태계 회복의 출발점이다"며 "꿀벌이 숲을 가꾸고, 숲은 다른 곤충들을 불러오고, 곤충들은 더 많은 새를 불러온다"고 덧붙였다.



6. 박 대표에 따르면 공룡이 있던 시절에는 꽃이 없다. 대개 녹색식물과 고사리류 일색이고, 간혹 있더라도 흰색 꽃만 있다. 그는 "결국 꿀벌이 생겨나면서 식물들도 진화를 거듭했고, 다양한 곤충과 포유류가 생겨났기 때문에 크게 보면 인류의 문명도 꿀벌과 식물의 화합 없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말하면 꿀벌이 사라지면 그 모든 게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경고했다.


7. 박 대표는 "따라서 벌을 지킨다는 건 단순히 하나의 종을 지키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다"며 "시민들이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체념하기 앞서 벌을 위해 꽃을 심어주는 일, 농약에 취약한 꿀벌들을 위해 유기농 식품 하나라도 더 사먹는 일 등 작더라도 할 수 있는 일부터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8. 어반비즈서울은 2018년 성동구 지역자활센터와 협약을 맺고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서민들이 도시양봉을 배워 양봉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비긴 어게인 사업단을 만들었다. 벌(Bee)을 통해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Beegin Again)이라는 뜻을 담았다.




9. 현재 비긴 어게인에선 5명이 활동하고 있다. 3년차 신씨를 포함해 6개월부터 2년까지 이들의 경력은 다양하다. 이들이 생산한 꿀은 어반비즈서울이 전량 수매해 판매한다. 지난해에는 약 1.2톤의 꿀을 생산했다. 판매 수익금은 비긴 어게인 활동가의 월급이 되고, 꿀벌 숲 등을 조성하는 데도 사용된다.


10. 이들이 도시양봉을 하는 이유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꿀벌이 결국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 가운데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되고 있다. 수분이 안 되면, 열매도 씨앗도 생기지 않는다. 꿀벌이 사라지면 농산물이 줄고, 식량난으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크다. 신기철씨는 "벌을 키우는 게 식량난 해소는 물론 지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벌을 키우는 데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11. 박찬 어반비즈서울 이사는 "꿀벌의 먹이가 되는 밀원식물을 심고 진드기 처리를 위한 친환경적 방법이 보편화돼야 한다"며 "꿀벌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 꿀벌이 살아갈 환경을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식 웹사이트

http://urbanbeesseoul.com/


* 내용 출처

https://bit.ly/3ViUd8i (한국일보, 2022.06)

https://bit.ly/3GaBbwP (뉴스트리, 2022.11)

https://bit.ly/3hBl2qM (이코노미스트, 2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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