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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히, 대구의 프라이탁을 꿈꾸다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102.

1. 가방 디자이너인 김승희(26) ‘기시히’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안 입는 청바지로 가방을 직접 만들었다. “시장에서 돈 주고 원단 사면 아깝잖아요. 대신 안 입는 청바지를 잘라서 가방을 만들었어요. 워싱으로 나오는 색감도 정말 다양하고, 질감도 두껍고 빳빳해서 튼튼해요. 가방 소재로 쓰기 좋았어요. 화려하게 디자인하지 않아도 패션 포인트가 될 수 있고요.”


2. 김승희 작가는 어릴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했어요. 부모님이 문구점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아이였죠. 골판지로 바이올린을 만들고, 대구 서문시장에서 사온 원단과 지퍼로 필통을 만들었어요. 고등학생 때는 헌 청바지를 뜯어 가방으로 만들고 다녔어요. 순전히 재미있고 좋아서 한 일이었죠. 자연스레 ‘나는 디자인이 하고 싶구나’ 깨닫고, 패션디자인학과에 진학했어요. 2014년 ‘블로그 마켓’이 생겨났어요. 개인이 블로그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시장이요. 김 작가도 ‘기시히’라는 브랜드 이름을 짓고 사업자 등록을 해뒀죠. 이 기시히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어요.



3.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기시히 가방’이 회자되면서 이달 초 10개 한정 맞춤 주문이 1분 만에 마감됐다. 그가 만든 청바지 가방은 모두 디자인이 달라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 그는 청바지 솔기를 모두 뜯어 해체한 뒤 만들고 싶은 가방의 형태와 크기에 맞춰 재단해 붙인다. 양쪽 대칭이 이뤄지도록 균형을 맞추고 주머니나 끈, 참, 버튼 등 장식을 어울리게 붙인다. 원래 청바지에 있던 지퍼나 로고, 주머니도 적절하게 배치한다. 색실을 활용해 자수를 넣기도 한다. 보통 가방 하나를 만드는 데 청바지 두 벌은 필요하고, 완성하기까지 꼬박 하루 이상 걸린다.


4. MZ세대가 주요 이용자인 이 커뮤니티에서 반응한 건 사용하지 않는 청바지가 가방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다. 업사이클링 업체 ‘기시히’는 홈페이지 소개글에는 ‘저는 업사이클링을 위해 청바지를 뜯는 사람이 아닌, 그냥 청바지를 뜯어서 가방 만드는 게 좋은 사람인데 우연히 업사이클링의 시대에 사는 것뿐이다. 직접 하나하나 생산하는 것의 단점은 공장생산보다 퀄리티가 조금 떨어지고, 느리고, 비싸다는 것이다. 장점은 원하는 대로 제작할 수 있다는 하나밖에 없다’고 적혀 있다. 


5. 김승희 기시히 대표는 “업사이클링은 시장이 만들어 낸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시기는 기업에서 업사이클링을 전면에 세우고 광고한 시기와 비슷하다. 2019년부터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원사로 제작한 의류를 오프라인에서도 드문드문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소비자의 관심과 기업의 마케팅이 맞물려 환경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제품들이 더 많이 소비된다면 변화를 이끌어 낼 거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6. “업사이클이 뭘까요? up-cycle이라 하면 쓰레기를 더 좋게 한번 더 만들어보자? 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up에 집중할 때 저는 no를 외치고 싶습니다. 쓰레기 만들어놓고 up-cycle을 하는 데에 집중하지 말고, 쓰레기 자체를 안 만들어서 no-cycle 하는 데에 집중하자는 것이죠. 예를 들면 up-cycle해서 원단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지 말고, 페트병 없이 물을 담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서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말자는 것입니다.”


7. 그의 목표는 ‘대구의 프라이탁’이다. 프라이탁은 트럭의 방수 천 등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 브랜드다. “프라이탁처럼 못 쓰는 원단을 디자인적으로 보완해 충분히 아름답고 쓸모 있게 만들고 싶어요. 아무리 환경에 이로워도 안 예쁜 가방을 들라고 할 순 없잖아요. 지퍼가 고장나거나 얼룩이 묻었거나, 찢어져서 못 입게 된 청바지나 자주 입어서 너덜너덜해진 청바지를 버리는 게 아니라 다시 예쁜 가방으로 바꿨을 때 기쁨은 말도 못해요. 어떤 분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즐겨 입으셨던 청바지를 가방으로 바꿔 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런 작업도 굉장히 의미 있었어요."





* 공식 웹사이트

https://www.kisihi.com/


* 내용 출처

https://bit.ly/3jp0UZh (비즈한국, 2021.03)

https://bit.ly/3jq0pOO (한국일보, 2021.04)

https://bit.ly/3vcuTGv (롱블랙, 2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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