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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정신에 예술성과 실용성을 더하다, 알레시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106.

1. 알레시의 역사는 1921년 지오반니 알레시가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근처의 작은 마을 오메냐에서 가내 수공업으로 금속 주방용품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후 장인 정신에 예술성과 실용성을 가미한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리빙 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유명 건축가, 디자이너와 협업하면서 '예술 작품 같은 리빙용품'을 만든다는 명성을 얻게 됐다.


2.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위축된 경제 상황에서 이탈리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 산업 디자인 업계는 제품에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디자인의 필요성이 강화됐다. 이에 외부 디자이너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알레시는 1970년대부터 모든 제품을 외부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하는 작업 방식으로 회사 시스템을 변화시켰다. 이는 동시대 가장 뛰어난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알레시만의 새롭고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


3. ‘안나G’는 와인병 코르크 뚜껑을 빼내는 도구이다. 단발머리에 목이 길고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모습인데, 얌전하고 다소곳하게 서 있다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접었다 하면서 코르크를 빼낸다. 그 모습이 무척 익살스럽고 귀엽다. 알레시라는 이탈리아의 디자인 브랜드에서 한정 출시했던 ‘안나G’는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고 아직까지도 많이 팔린다.



4. 거미, 외계인, 우주선 같기도 한 물건의 정체는 바로 즙을 짜는 주방 용품, 시트러스 스퀴저다. 프랑스의 산업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오징어 요리에 레몬즙을 뿌리던 중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제품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외형 덕에 오브제로도 인기가 많다.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이탈리아의 명품 리빙 브랜드 '알레시'의 베스트셀러로, 상업적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에서 실험을 거듭해 온 브랜드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다.


5. 이탈리아 디자인 브랜드 알레시(Alessi)의 가장 유명한 제품 중 하나는 사람 모양을 본 딴 와인오프너다. 이 명품 와인따개가 ‘단색화’ 거장 박서보(91) 화백의 홍시색 웃도리와 개나리색 바지를 입었다. 불려서 붙인 한지가 마르기 전에 일정한 간격으로 긋고 그어 만드는 박 화백의 대표작 ‘묘법(Ecriture)’을 입은 듯한 줄무늬가 특징이다. ‘알레산드로 멘디니 박서보 한정판’이라 불리는 이 와인오프너는 두 가지 색상으로 1500개씩 총 3000개만 제작됐다. 멘디니는 이 제품을 처음 만든 디자이너의 이름이다.


6. 2022년 3월, 방탄소년단 제이홉이 팀 동료 진에게 받은 생일 선물 인증샷이 화제였다. 황금 트로피처럼 번쩍번쩍 빛난 선물의 정체는 변기 솔. 이탈리아 산업 디자인 거장 스테파노 조반노니가 1993년 디자인한 변기 솔 ‘메르돌리노’의 금색 한정판이었다. 감추고 싶은 사물인 변기 솔을 새싹이 돋아난 화분 모양으로 만들어 고정관념을 깬 디자인 아이콘이다.



7. 디자인으로 유명한 알레시에는 디자인 부서가 없다. 대신 동시대 가장 뛰어난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알레시가 단시간에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것도 디자이너들의 명성과 재능을 활용해 기업 이미지를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열린 경영의 효과를 제대로 본 셈이다. 알레시가 까다로운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알레시만의 지적재산권 정책 때문이다. 제품에 디자이너의 서명이나 이름을 넣거나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지급하는 식이다. 또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아이디어 구상부터 완제품 출시까지 평균 2년, 길게는 7~8년의 작업 시간을 준다.


8.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모험정신도 알레시의 ‘성공 DNA’ 중 하나다. 알레시는 실패에도 배울 게 있다며 실패 제품까지 모두 공개한다. ‘알레시 뮤지엄(Museo ‘Alessi)’은 회사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모든 제품과 디자이너들의 스케치, 기록물 등을 전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상품화하지 못한 실패작이나 기획 단계에서 만들어진 프로토타입까지 있다. 이에 알레시 뮤지엄은 ‘실패 박물관’이란 별명을 얻어 이탈리아의 명소가 됐다.


9. 알레시는 '매일 접하는 이탈리아의 예술(Italian Art Everyday)'이라는 슬로건 아래, 실용성과 예술이라는 지향점을 가진다. 또한 리빙 제품들을 최고의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통해 탄생시키고 합리적인 가격에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대중들에게 이탈리아의 예술을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동시에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들을 대중화하는 것에 앞장섰다.




* 내용 출처

https://bit.ly/3WmfVJY (동아일보, 2022.07)

https://bit.ly/3WHRhTZ (헤럴드경제, 2016.10)

https://bit.ly/3YSNu80 (문화뉴스, 2020.11)

https://bit.ly/3WMpP7q (조선일보, 2022.04)

https://bit.ly/3hUdXS0 (서울경제, 2022.05)

https://bit.ly/3vgAGuD (한국일보, 2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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