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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슈와 브랜드의 미래

1. 기존의 비즈니스 미션은 ‘물질적 빈곤을 없앤다’는 것이었습니다. 야마구치 대표는 이 미션이 거의 달성됐다고 말합니다. 즉 저성장은 문명화가 종료되면 따라오는 필연적 결과고, 문명화를 이끌던 비즈니스는 정체될 수밖에 없는 거죠. 과거처럼 가파른 상승세는 이제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롱블랙, 2023.1.10)


2. 100여 개의 스몰 브랜드를 수집하면서 느낀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유독 '가치소비'를 주창하는 브랜드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유행인가? 트렌드인가? 하나같이 MZ 세대들을 핑계 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았다. 가방 하나를 사도 의미있고 가치있는 소비를 생각하는게 유행이라고? 그게 이 세대만의 특징이라고?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기 힘들었다.


3. 그러던 차에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보았다. 조남호라는 입시 전문가가 SKY의 시대는 끝났다고 외치고 있었다. 나는 메시지보다는 메신저가 흥미로웠다. 입시 전쟁의 정점에서 강의를 하고 사업을 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고? 더구나 이 사람은 학벌이 아닌 '충만한 삶'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나다운' 삶이다. 브랜드 만큼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산업이 또 있겠는가. 나는 여기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목표가 아닌, 다양한 저마다의 가치를 좇는 세대의 출현, 그것이다.


4. 오늘자 롱블랙에 소개된 야마구치 슈의 책들을 몇 권 읽었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기존의 비즈니스는 사람의 필요, 즉 배고픔을 없애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미션은 이미 충족되었다. 그래서 비즈니스의 정체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이 어디 배고픔이 해결되었다고 만족할 존재들이던가. 여기에서 우리는 브랜드의 정의와 마주하게 된다. 인간은 '필요'를 넘어 '가치', 즉 다양한 욕구를 좇게 되었다는 것이다.


5. '재벌집 막내 아들'의 주인공은 말한다. 이제 사람들은 필요한 게 아니라 갖고 싶은 걸 사게 되었다고. 그래서 이제는 경제 논리가 아닌 인문학적 통찰력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인지 모른다. 어쩌면 야마구치 슈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이런게 아니었을까? 그의 책 '뉴 타입의 시대'는 아마도 이 주제를 더 깊이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아직 읽는 중이라).


6. 이제 우리 같은 브랜드 전문가들이 할 일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문제를 찾는 일이 되어야 한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미치 몰랐던 숨은 욕구를 발견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고의 빈곤함을 꾸짖는 야마구치 슈의 말에 나는 동의한다. 우리의 철학은 빈곤하다. 나는 그 답을 브랜드에서 찾고 싶다.


7. “진짜 문제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니다. 경제 이외에 무엇을 성장시켜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빈곤한 사회 구상력이며, 또한 경제 성장을 멈춘 상태를 풍요롭게 살아갈 수 없다고 여기는 우리의 빈곤한 마음이다.” - 야마구치 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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