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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의 힘을 믿습니다, 복순도가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117.

1. 김민규 대표가 처음 이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술은 입에도 대지 못하는 그의 아버지는 이 계획에 반대했다. 5년 동안의 유학 비용을 대가며 민규씨를 뉴욕의 예술 대학인 ‘쿠퍼 유니온(Cooper Union)’에 보내 건축학을 공부시킨 그의 아버지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대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아버지는 화가 나서 막걸리 양조 항아리를 부셔버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굽히지 않았다. 그는 그의 할머니의 막걸리 제조 비법의 힘을 믿었던 것이다.


2. 김민규 대표는 막걸리 제조는 자신에게는 건축의 연장선상과 같다고 가족들을 설득했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건축학을 응용해서 브랜드와 마케팅 소재 및 양조장을 설계했다. 그의 어머니가 막걸리 양조를 맡아, 최초의 ‘복순도가’ 막걸리가 탄생하게 되었다. ‘도가’는 양조(brewery)를 의미하고, ‘복순’은 그의 어머니의 이름이다.


3. "어릴 적 할머니 때부터 집에서 술을 만들었고 마을에서 우리 집이 술을 잘 만드는 집으로 유명해 마을 분들이 많이 찾아와 즐기셨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막걸리와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건축을 전공했으니 공간과 마케팅, 브랜딩, 디자인 등 많은 부분에서 제가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막걸리를 할 거냐, 건축을 할 거냐’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데, 가업이 제 일이고, 제 일이 가업이다. 둘 사이에 경계는 없는 것 같다. 충분히 상호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부모님도 원하셨다."



4. 막걸리는 전통주지만 실제 전통적인 제조방식으로 빚어지는 막걸리는 많지 않다. 대다수의 막걸리가 대량생산이 가능한 일본식 개량 누룩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에는 800여 개 양조장이 있는데 이중 직접 누룩을 만드는 곳은 거의 없다. 복순도가만의 차별점은 바로 직접 만든 우리 쌀과 누룩이다. 도가에서 직접 누룩을 만들어 곰팡이균과 함께 발효시킨다. 조부모님 때부터 만들어온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발효 용기도 중요하다. 복순도가에서는 70여 년 묵은 항아리에 담아 옛 방식으로 오랜 기간 숙성시킨다. 발효 기간도 평균적으로 여름은 25일, 겨울은 30일 정도 소요된다.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60~70 시간이면 숙성되는 시중 막걸리와 다르다.


5. ‘발효’라는 콘텐트로 많은 시도를 해나갈 예정이다. 주류 회사라는 카테고리에 한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2017년에 부산에 복순도가 F1963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곳에서 우리가 생산하는 술과 막걸리, 청주, 약주, 소주를 제품화하고 있다. 어머니가 마을 분들과 함께 만든 된장, 고추장, 간장, 식초를 셰프가 요리에 활용한다. 주류뿐 아니라 사람들이 친숙하게 인지하고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6. 김 대표는 양조장 앞에 펼쳐진 농촌 마을의 풍경을 지키는 것이 복순도가의 ‘발효건축’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강조해왔던 ‘발효건축’이 꼭 양조장 건물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양조장 앞의 농촌의 풍경이 오래오래 유지되는 것까지 복순도가가 지향하는 ‘발효건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점차 공장에 자리를 내어주며 사라지고 있는 논을 지키기 위해 지역 쌀을 사용해 막걸리를 빚고 있다고 했다. 쌀 수매량은 민감한 자료라 공개하진 못한다면서도, 최근 5년 동안 수매량이 10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7. 복순도가 손 막걸리는 시각적 효과 덕분에 여러 매체에 전파됐다. SNS는 물론 공중파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중요한 건, 그 맛 또한 시각적 효과에 뒤지지 않아 고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절찬리 판매 중이라는 사실이다. 복순도가의 양조장은 울산 울주군에 있다. 복순도가는 울주군의 지역 쌀을 가지고 옛 항아리에 담아 전통방식으로 막걸리를 빚는다. 믿기 힘든 사실이지만, 복순도가가 뿜어내는 천연 탄산은 전통 누룩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자연히 생성된다고 한다. 인공 탄산을 써도 이 정도의 탄산은 가공하기 힘들 텐데 말이다.


8. 우리는 보통 막걸리의 뚜껑을 따기 전에 침전물이 잘 섞이도록 세차게 흔든다. 하지만 복순도가는 그럴 필요가 없다. 굳이 막걸리를 흔들지 않아도 뚜껑을 여는 순간 아래에서부터 기포가 솟구쳐 올라오고 탄산의 힘 덕분에 아래 있던 침전물이 위로 올라와 맑은 부분과 자연스럽게 섞인다. 뚜껑을 따고 그 용솟음치는 막걸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시각적인 즐거움은 충분하다. 또 하나는 바로 청각적 즐거움이다. 뚜껑을 열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라. ‘촤아’ 하며 터져 나오는 거품의 청량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천연 탄산으로 인해 발생한 거품들이 올라와 터지는 소리는 마음마저 청량하게 만든다.



9. 복순도가는 업계 최초로 탄산을 막걸리 속에 일부러 녹였다. 기존 막걸리는 모두 뚜껑에 틈을 내서 탄산이 빠져나가게 했다. 하지만 복순도가는 이러한 것을 뒤집었다. 뚜껑을 밀봉해 탄산이 오히려 술 속에 녹아들게 했고, 병 모양이 뒤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 처리된 내압병을 사용했다. 그리고 뚜껑을 열 때 힘차게 올라오는 탄산이 보이게 투명하고 긴 병을 사용했고, 라벨도 상단으로 올려붙였다.


“만드는 방식은 전통 그대로인데, 나오는 것은 극히 현대적입니다. 지금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병 모양이 기존 막걸리병과 다른 것도 이런 이유죠.”


10. 양조장 옆의 ‘복순도가 주막’은 농촌의 가장 아름다운 정원인 논을 즐길 수 있도록 1년여 전 세워졌다. 현재는 코로나19 탓에 안주를 즐길 수 없고 이전에 양조장 한켠에 있던 판매대 역할만 하고 있지만, 김 대표는 청년들을 위해 이 공간을 내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효’ 문화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여러 제품을 시험하고 고객들에게 판매도 해볼 수 있는 공간을 검토하고 있다.


11. 이런 생각은 복순도가 만든 제품에 모두 담겨있다. 제품 외형부터 회사 및 제품 소개서까지 이색적이다. 심지어 복순도가는 집에서 직접 막걸리를 담을 수 있는 ‘막걸리 브루잉 키트’까지 만들었다. 막걸리 브루잉 키트는 막걸리병 안에 쌀, 누룩 등이 분말 형태로 들어가 있다. 여기에 물만 부으면 2일 뒤 막걸리가 된다. 여기에 막걸리 지게미를 이용한 마스크팩도 출시했다. 막걸리가 화장품이 될 수 있다는 확장성을 보여주는 곳이다.



12. 2016년 일본, 2017년 홍콩 수출을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대만에도 수출할 예정이다. 한류 붐이 일고 있는 동남아시아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가장 대중화된 것은 멸균 처리를 거쳐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멸균 막걸리다. 우리 같은 생막걸리를 접해본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복순도가 막걸리의 유통기한은 20일 정도다. 다만 유통기한이 지나도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상하지 않는다. 막걸리는 그대로 두면 식초가 되고 거기서 더 익으면 청주가 된다. 유통기한이 지난다고 부패되는 게 아니라 천연 발효제로서 빵을 만드는 데 쓸 수 있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SNS나 브로셔 등 마케팅을 통해 적극 알리려고 한다.\


13. 일본 사케를 보면 지금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1964년 도쿄올림픽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술은 아니었다.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 일본 정부와 민간에서 부단히 노력해왔다. 우리 전통주나 한식도 정부 차원에서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온라인 전통주 판매 허가 덕분에 주류업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정부 정책이 지역에서 소규모로 양조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굉장히 큰 힘이 될 수 있고 새로운 콘텐트를 탄생시킬 수 있다. 앞으로도 유통이나 다양한 지자체 지원이 필요하다.





* 웹사이트

https://boksoon.com/


* 내용 출처

https://bit.ly/3W1gQia (세계일보, 2020.12)

https://bit.ly/3ZF7pIj (한국경제, 2021.06)

https://bit.ly/3vSd2VG (울산매일, 2021.06)

https://bit.ly/3Gxx9gL (포브스, 2019.02)

https://bit.ly/3B90sEV (위키리스크한국, 2022.05)

https://bit.ly/3k8lfCD (마시자매거진, 20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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