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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만들어줄께요, 브라더스키퍼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118.

1. 자립준비청년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brother’s keeper)의 김성민(38) 대표는 이런 ‘사회적 가족’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 자신이 보육원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으로서 가족의 부재가 얼마나 큰 상처와 고통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실내 벽면녹화, 식물인테리어, 조경 서비스 사업을 하는 브라더스키퍼를 2018년 창립하면서 후배들에게 직장 상사가 아닌 가족이 되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현재 근무하는 직원 10명 중 8명이 자립준비청년이다.


2.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치니 일주일 안에 나가라고 하더군요. 옷가지가 든 가방 하나 메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때는 정착금 지원 제도 자체가 없었다. 보육원 선배가 보내 준 5만원, 손에 쥔 그 돈이 재산의 전부였다.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다. 강변터미널에서 6개월 노숙 생활을 했다. “당시의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나와 같은 환경에서 자란 후배들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처음엔 막연한 꿈이었는데 어느 순간 제 삶의 목적이자 사명이 됐습니다.”


3. 이태원 거리를 배회하며 구인 공고를 붙인 식당 문을 두드렸다. 아침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했다. 일한 만큼 보상 받는 경험이 처음인데다 마냥 기뻐서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돈보다 ‘직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나온 직후가 나쁜 길에 빠지기 제일 쉬운 시기거든요. 정말 몰라서 그래요. 일하면서 저와 같은 자립준비청년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4. 처음엔 보호종료청년의 취업을 주선했다가 아예 창업을 했다.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돌보는 일은 일반적인 회사에서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자리 연결로 문제가 해결되나 싶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100명 넘는 친구들이 일자리를 잡았지만 가장 오래 근무한 친구가 3개월이고, 보통 1~2주 만에 나왔습니다. 회사 대표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음의 회복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회사가 아이들의 상황을 알아서 정말 많은 걸 챙겨주고 배려해도 아이들은 ‘보육원 출신이라 날 불쌍하게 생각하나’라고 생각하고, 반대로 일을 하다 혼날 수도 있는데 그때는 ‘보육원 출신이라 막 대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내면의 상처가 커서 선한 의도도 좋지 않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거죠.”


5.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고 회복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그때 얻었다. 일자리를 연결해 준 회사에서 6개월이 넘도록 착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후배를 찾아가서 비결을 물었다. “그 친구가 일하는 회사가 조경회사였는데 식물에 사랑과 관심을 쏟으면서 마음이 안정됐다고 하더군요. 이거다 싶었어요.” 식물 전공자도 아닌 그가 식물 관련 사업을 하게 된 계기다. 그 후배와 둘이서 브라더스키퍼를 창립했다. 후배가 다니던 조경회사에서 벽면녹화 기술을 전수받았다. 보육원 아동 70~80%는 공업고나 농업고를 졸업하기 때문에 식물이 낯설지 않고, 조경업도 고령화로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인 데다 미세먼지와 환경오염 등으로 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사업성도 높다고 판단했다.



6. 사업이 잘 풀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벽면 녹화는 주로 기업과 하는 사업이다 보니 코로나19로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기업 미팅이 취소되고, 공사가 지연되면서 지난해 7~8월에는 문을 닫을 뻔한 상황까지 갔다. 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냈다. 상투적인 차원의 말이 아니다. 동료들은 늘 기대 이상의 몫을 해냈다. 회사 회의실에서 밤 11시가 넘도록 식물 관련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를 하다 돌아가는 친구들도 있다. 김 대표가 “놀지 왜 공부하냐”고 묻자 “내가 열심히 해야 더 많은 동생을 고용할 수 있으니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7. 내년 목표는 전국에 10개 지점을 내고, 정직원 100명을 두는 것이다. ‘식물 카페’도 운영할 예정이다. 카페는 식물을 직접 판매하기도 하지만 보호종료아동이 만드는 빵이나 다양한 상품을 유통하는 창구도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각 지역에서 퇴소한 보호종료아동을 해당 지역에서 고용하는 모델 구축을 목표로 삼는다. 2018년 설립된 고아권익연대도 든든한 멘토를 자처한다. 보육원 출신인 조윤환(43) 대표가 친부모를 찾는 과정에서 정부 기관을 상대하며 당사자 단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조 대표는 주로 제도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고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8. 브라더스키퍼는 궁극적으로 식물 관리를 통해 “공기질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성장세를 이끌 다양한 사업 확장 계획도 있다. 실내 공간 안에서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맞춤 식물을 배송하는 식물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그중 하나다. 이럴 경우 전국 대리점을 통해 해당 지역 보육원 퇴소 청년들을 더 고용할 수 있다. 최근 새 제품의 예고편 격인 텀블벅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 웹사이트

http://brotherskeeper.co.kr/


* 내용 출처

- https://bit.ly/3vX511G (서울신문, 2023.01)

- https://bit.ly/3kcc1oY (조선일보, 2022.06)

- https://bit.ly/3IEfgiX (국민일보, 2022.11)

- https://bit.ly/3k4NstX (주간경향, 20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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