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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은 '관계맺기'에요, 이미커피로스터스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120.

1. '이미 커피'에서 '이미'의 뜻은 일본어로 '의미'를 뜻한다. 지금도 카페 시장은 포화 상태지만 당시에도 경쟁이 치열했다.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커피전문점을 보면 의미가 없는 공간이 많다고 느꼈다. 그래서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이미커피'라고 이름을 지었다. 어떤 의미를 담으려고 하다 보니 계속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데 파티시에인 동생과 함께 디저트도 함께 판매하고 디저트 테이크아웃 전문점 '스퀘어 이미', 오피스 상권에 맞춘 공간을 새롭게 오픈하기도 하면서 업장의 의미를 정립해 나갔다.


2. 매장을 오픈하며 최대한 날카롭고 명확한 메시지를 주자는 결심을 하게 됐고 그 결과로 '비스포크(원하는 대로 제공하는)' 커피, 선택한 커피에 잘 어울리는 디저트를 제공하는 페어링 세트가 탄생하게 됐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없앴지만 동시에 우리가 제공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이렇게 이미커피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브랜딩을 시작했다. 그리고 남구로점의 메시지가 통하면서 1호점인 홍대 매장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3. 브랜딩은 '관계 맺기', 즉 소비자와 생산자가 어떤 메시지로 관계를 맺느냐고 정의하고 있다. 시각화로만 브랜딩을 하면 의미 없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쁘고 새로운 공간은 너무 쉽게 많이 생긴다. 트렌디한 디자인만 따라서 인테리어만 바꾼다면 금방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의미 없는 인테리어 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다른 공간이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게 브랜딩이라고 보고 있다. '나'의 이야기로 소비자와 매장이 연결되는 것, 그것이 성공적인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4. 10여 년 전 홍대에서 오픈할 때는 오치퐁 같은 이미의 독자적인 '메뉴'에만 오롯이 집중했다고. 스퀘어 이미는 동생이 빵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매장으로 오픈했고, 인사동 이미는 직장인을 위한 '테이크아웃' 매장이고. 이곳 이미커피로스터스는 조금 특별한 날에 '나를 위한 선물처럼' 찾아올 수 있는 매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5. 시간이 흐르며 소비 트렌드가 가성비에서 가심비를 더욱 중시하게 변한 것도 매장 형태가 바뀐 주요한 요인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앞의 세 매장보다 가장 나중에 오픈한 이미커피로스터스는 좀 더 소비자 '마음'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었다.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먹는 것도 좋았지만 마치 심야식당처럼 마스터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나만의 취향이 담긴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점이 포근하고 좋았다. 이 대표는 이 공간에서 손님과 눈을 맞추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면서 그들과 진정한 친구가 돼가고 있었다.


6. 4명 남짓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에 앉으면 이림 대표가 마주 서서 농도, 추출 방식, 크림, 우유, 시럽 등 손님의 취향대로 커피를 만들어준다. 현재 원두는 콜롬비아 핀카 라 리베라 게이샤, 과타멜라 휴휴텐안고 라 솔대드, 온두라스 라스 아카시아 등 총 3가지가 준비되어 있다. 원두는 3가지이지만 완성 방식을 달리해 수십 가지 스타일로 변모한다. 커피는 손님의 취향에 따라 맞추지만, 디저트는 이림 대표가 커피와 어울릴 만한 파운드 케이크를 추천한다.


7. 케이크는 매일 스퀘어 이미에서 공수한다. 과일의 단 향과 맑은 산미가 특징인 게이샤 커피에는 자몽한 봄 파운드 케이크를 추천하는데 커피와 케이크를 함께 먹었을 때 커피의 맛이 배가돼 더욱 풍부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추출한 커피는 한 잔에 담아주는 대신 이림 대표가 모은 아담한 빈티지 잔에 따르고, 남은 양은 유리병에 담아줘 조금씩 따라 마실 수 있다. 카페 뒤편에는 원두를 로스팅하는 독립된 공간을 마련해 이미의 카페에서 사용하는 원두를 매일 볶는다. 곧 이미의 온라인숍을 통해 원두도 판매할 계획이다.



8. 단순히 카페 하나를 더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면 핫플레이스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공간 브랜딩 비즈니스와 카페, 브랜드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담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새로운 공간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작은 브랜드가 살아남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사업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입니다. 예를 들어 카페는 낮은 객단가와 느린 테이블 회전으로 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만들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습니다.


9. 두 번째는 브랜딩에 대한 이해 부족입니다. '멋진 이름과 로고'를 브랜딩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혹은 '작은 가게 하나 하는데 브랜딩까지 생각하냐'라는 생각을 가진 분도 많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소비자와 깊은 관계를 맺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 또한 소비자가 좋아하는 카페를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당연한 명제를 한동안 잊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저 내가 잘하는 것, 내가 노력한 것을 보여주기에 급급했죠.


10. 저희는 특정한 커피에 맞는 특정한 디저트를 만듭니다. '이렇게 먹는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라고 제안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의도와 목표를 명확하게 전달해 드리고, 원칙을 지켰습니다. 디저트와의 마리아주*가 좋으니, 커피의 만족도도 높죠.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제한'입니다. 다름을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제한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먹는 것이 가장 맛있지만, 원하시면 바꾸실 수도 있어요'라고 옵션을 주는 순간 '다름'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힘을 잃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디저트를 고르지 못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을 원활하게 운용하기 위해서 디저트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mi.coffee/


* 내용 출처

https://bit.ly/3ZBOA8z (MTN뉴스, 2022.06)

https://bit.ly/3GE587j (매일경제, 2020.04)

https://bit.ly/3ILxfnS (한국경제, 2020.10)

https://bit.ly/3IHdU7j (메종, 2019.04)

https://bit.ly/3ZwPW4A (퍼블리, 2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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