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잡월드 파트너즈로부터 강연 의뢰를 받았다. 이곳은 아이들(일부 성인도 포함된다)에게 진로체험을 가르치는 기관이다. 보통의 경우 강의안 정도만 요청하는 곳과는 달리 이곳 담당자는 면담을 통해 꼼꼼히 강의 내용을 점검하고 요구했다. 핵심은 한 가지였다. 잡월드의 직원들이 기계적으로 고객들을 대하지 않게 해달라는 거였다. 안정된 직장이라 근무 연수가 길다보니 형식적인 대응으로 클레임이 들어올 때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1시간 반에 걸친 현장 체험과 토론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다. 자신의 업에 대한 가치를 확인하는 것, 즉 잡월드를 통해 단 한 명의 아이라도 기쁘고 행복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매일 반복되는 일에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었다.
브랜딩의 핵심은 가치 창출이다. 여기서 가치란 단순히 이익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 본연의 목적이 이익 창출이라는 말은 어쩌면 옛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쓸모 이상의 욕구를 채운다. 소속감, 과시욕, 희소성 등의 다양한 욕망을 브랜드를 통해 해소한다. 그 중에는 불안도 있다. 최근 인기 있는 유튜버들은 바로 이 점을 물고 늘어진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한다. 심지어 자신의 통장과 수입 내역을 공개하며 당신도 나처럼 하면 월천을 벌 수 있다고 자랑하듯 이야기한다. 그 중에 자청이 있고 신사임당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매우 친하다. 이들은 아마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쉽게 돈 버는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행복해했을 것이다. 유튜브에서 한 얘기 중에는 다음과 같은 얘기도 있었다. 그리고 이는 어쩌면 구독자들이 아닌 자신들만의 모임에서 했을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단군 이래 이렇게 돈 벌기 쉬운 세상이 또 있을까 싶다."
20억에 자신의 유튜브를 팔아치운 구 신사임당 주언규는 강사 출신의 현대표란 사람과 함께 회사를 만들었다. 노아라는 AI 서비스였다. 잘 되는 유튜브를 카피해 처음 시작하는 유튜버들이 손 쉽게 조회수를 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문제는 이들이 노골적으로 카피를 종용한다는 것이다. 나도 이 강의를 직접 들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썸네일과 제목, 심지어 내용까지도 그대로 카피하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저작권이나 도덕성, 양심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는 듯 했다. 오로지 조회수와 그로 인한 매출, 이어서 따라오는 성공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불안한 젊은 세대들에게 이렇게 매력적인 대안이 어디 있겠는가. 다른 유튜버가 길게는 2달 넘게 걸려 만든 콘텐츠를 3시간 만에 카피하고 수익도 올릴 수 있다는데 말이다. 문제는 이 노하우의 부작용을 알아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거였다. 자신의 콘텐츠가 도용당한다는 사실을 유명 유튜버들이 금새 알아차리고 문제 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나도 양심 고백을 한 가지 해야만 하겠다. 잘 되는 브랜드들을 소개하면서 온라인 매체의 기사를 활용해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문제는 출처가 된 내용을 지나치게 많이 참고했다는 점이었다. 결국 그 매체로부터 항의 메일이 왔고 나는 바로 글을 내리고 공개 사과를 한 적이 있었다. 바로 욕심 때문이었다. 돈을 벌고자 쓴 글은 아니었지만 그 경험으로 나는 인용할 경우 반드시 그 매체를 소개하는 링크와 정보를 함께 적고 있다. 당시는 매우 괴롭고 힘들었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리 의도가 선해도 그 방법은 떳떳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배운 경험이었다.
신사임당은 사람들의 불안을 이용해 돈을 번다. 미래가 암울한 친구들에게 일을 하지 않고도, 최소한의 노력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호언장담은 엄청나게 매력적인 유혹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마케팅은, 브랜딩은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고, 불안을 잠재우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정당하고 투명해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나의 강의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만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고, 그 결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대동강 물을 팔아치운 봉이 김선달은 추앙까지 받는다. 이 땅의 수많은 재벌들이 공정하고 떳떳하게 돈을 벌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알아차린다. 하다못해 용산에서 컴퓨터를 파는 사람들을 용팔이, 핸드폰을 파는 사람들을 폰팔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마지못해 구매를 하지만 그 가치는 추락한다. 그 결과는 우리가 모두 다 아는 바와 같다. 그 직업에 대한 비하로까지 이어진다. 돈을 벌어도 떳떳지 않은 상황이 오는 것이다. 신사임당의 문제는 그의 자숙만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손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알아버린 제2, 제 3의 유튜버들을 자주 만난다. 시중에는 월 천과 일하지 않고도 돈 버는 패시브 인컴을 가르치는 강의와 전자책 광고 등이 넘쳐난다. 여기에는 아무런 제재도 없다. 그 와중에 돈 없고 빽 없는, 그러나 간절한 사람들이 자꾸만 피해를 입는다. 이건 정말 옳지 않다. 무가치한 비즈니스다. 우리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그들의 처음과 끝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이비라는 한자의 뜻은 다음과 같다. 처음엔 비슷하지만 끝은 아닌 것, 나는 신사임당 사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