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다움

사흘에 한 권, 작심삼책 #02.

'다움'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의 '다움'이란 말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조금 알고 있다.

함께 일했던 브랜드 전문지(유니타스브랜드)의 한 동료 에디터가

도미노 피자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이런 표현을 쓴 적이 있었다.

'남과 다름을 통한 자기다움...'

대략 이 정도의 표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책은 '배달의민족'이라는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이자

'김봉진' 이라는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결국 '다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교나 경쟁을 통한 차별화가 아닌

고유한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모방 불가'에 있다.

전자가 더 많이, 더 싸게, 더 좋게 만들어내는 것으로 경쟁할 수 있는 반면에

후자는 그런 카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직 그 사람, 그 기업만 가능한 '대체불가'한 경쟁력이므로.


우리는 오랫동안 '정답만 있는 사회'에서 살아왔다.

그 방법은 대체로 시험이나 경쟁을 통해 유지되어 왔다.

누군가 정한 그 정답만 남들보다 더 빨리 많이 찾으면 '우월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공부를 다룬 어느 다큐에서 유명 영어 강사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대한민국의 모든 시험은 들어오는 즉시 패턴화가 가능하다고.

이후 효율적인 답 찾기가 가능해진다고.

그런데 우리 삶에는 그런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과 문제도 수없이 많다.

나는 어떻게 남다르게 살아가야 하는가?

내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는 어떻게 차별화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의 모든 개인과 기업이 고민하는 이 문제는 정답이 없다.

아니 정말 중요한 것들은 애초에 '정답' 따윈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답'이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개인이나 기업을 만나면 흥분이 된다.

'배달의 민족'도 그런 이유에서 마음으로 응원하는 브랜드다.

배달 음식을 즐기지 않지만 굳이 이 앱을 쓰는 이유는 유명해서만은 아니다.

다른 앱들이 그저 배달의 '기능'과 할인 등의 '혜택'만을 골몰하고 있을 때

배달의 민족은 이 사소한 배달음식을 문화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단한 문화가 아닌 동네에서 배달일을 하는 형을 연상시키는

가볍고 재미있는 B급 정서의 유쾌함으로.


배달의 민족이 실제로 그렇게 철학과 유머가 존재하는 회사인지는 경험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하지만 딱 그렇게 살아가는 디자이너 '한명수' 이사가 이직하는 것을 보고 확신이 섰다.

최소한 그런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곳임은 분명한 걸로.

하지만 그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다른데 있다.

자신들이 그런 회사임을 '알리는' 능력.

즉 '발견력'이다.

흔하디 흔한 홍보물건에 이토록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잘 담아내는 능력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재미있는 카피는 많지만 확실한 아이덴티티가 받쳐주지 않으면 지속되지 않는다.

생명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나름의 고유한 생명력이 있다.

이 책은 그것의 실체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고

결국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실제적이며, 가장 유익한 브랜드 관련 책 하나를 만들어냈다.

역시나 유쾌한 홍성태 교수님과의 대화로.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분명해진다.

비교나 경쟁이 아닌 자기다움, 즉 '배민다움'의 실체를 성과로 보여주는 것.

다른 누군가가 만든 정답이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는 것의 유익을 실체로 보여주는 것.

정답을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잣대를 끊어내고 다양한 답들이 공존하는 문화를 응원하는 것.

나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배달의민족'이 이 일을 잘 해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런 회사가 더더욱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우리 뒤를 따르는 세대들에게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지를 물려주기 위하여.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하여.

사람 수 만큼의 다양한 정답이 공존하는 세상의 도래를 앞당기기 위하여.


"독수리는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지만

온 몸으로 자신이 독수리임을 보여준다"


-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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