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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째 브랜드 수업을 마치고...

화요일 밤 9시 반, 5번째 브랜드 수업을 끝냈다. 기분 좋게 탈진한 상태로 버스를 탄다. 할 일은 마무리한 듯한 충만감이 스며든다. 나는 이럴 때가 제일 기분이 좋다. 단톡방과 세바시랜드에 올라온 댓글들을 확인한다. 안도감이 밀려든다. 적어도 오늘 수업은 횡설수설하지 않았다. 세바시에서는 학습 자료를 올려두기 위한 기능을 새로 추가해주었다. 특히 구 대표님은 수업 말미에 조교를 자처하며 이 기능을 직접 소개해주기도 하셨다. 감사할 따름이다. 돈도 안되는 일에 자꾸만 사람을, 장비를, 장소를 투자하신다.


브랜드 수업은 무료다. 지난 수업은 유료로 판매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7코스 정도만 팔렸다. 그런데도 나는 이 수업에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보통 서너 시간 전 세바시가 있는 기독교 방송 근처 카페를 전전하며 수업을 준비한다. 한 달에 두 번, 격주로 이 수업을 준비할 때면 기대와 두려움이 항상 교차한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수업이라 예상 시간도, 반응도 언제나 오리무중이다.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다. 솔직히 요 바로 앞 4강 수업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하는 느낌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오늘 수업은 뭔가 톱니바퀴처럼 책의 내용과 나의 경험이 잘 맞물리는 기분이 들어 안심이 되었다.



브랜드는 재미있다. 늘 새롭고 늘 놀라운 인사이트를 부는 브랜드를, 사람을 만난다. 나는 책을 보며 이론을 공부하고, 이를 적용해 브랜드를 돕는 일이 너무 즐겁다. 보람된다. 현실과 유리되지 않은 지식, 현실에 영감을 주는 지혜를 배우고 경험하는 일에 타성이란 없다. 나는 두 주마다 아무도 가지 않은 미지의 길을 걷는다. 두렵지만 기대가 더 크다. 한 시간 수업을 마치면 탈진 상태가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내 안에 남은 마지막 힘까지 다 쏟아붓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별화된 우렁참'이 내 브랜드 수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렇게 수업을 끝내고 나서는 마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노인처럼 사자의 잠을 청한다.


사자는 토끼를 잡는데도 전력을 다한다고 들었다. 이게 진짜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어쩌면 우아한 백조의 물 밑 다리놀림처럼 과장된 말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백조들은 헤엄을 칠 때 그렇게 경박하게 물질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무료 수업이지만 전력을 다한다. 나라는 인간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 여기기 때문이다. 어제는 수업 전 차돌짬뽕밥을 먹었다. 접시 높이의 두배 가까이 쌓인 홍합을 까먹으며, 마지막 밥 한톨깥이 긁어먹이며 다짐했다. 오늘도 반드시 수업을 찢어놓겠노라고.


나는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온 사람이 아니다. 지방대(부산대) 사회학과 학사 출신이다. MBA는 근처도 가 본 적이 없다. 7년을 브랜드 전문지에서 일했고, 2년을 사회적 기업에 가까운 스타트업에서, 그리고 독립 후 6년을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브랜드에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한다. 그 중에서도 스몰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 작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브랜딩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런 회사들을 도우며 가장 큰 보람을 얻는다. 나는 내가 만난 스몰 브랜드들이  여러가지 의미의 빅 브랜드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마치 제자를 키우는 무명의 트레이너가 되어 링 위를 바라보는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나는 그게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간만 보는 사람들이 많다. 상담을 한 후 '할께요, 해야 해요' 하다가 결국은 프로젝트를 엎어버리는 클라이언트를 만났다. 나는 안다. 정말로 컨설팅을 받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날 계약서를 쓰고 입금까지 마친다. 반면 시간을 끌며 차일 피일 핑계를 대는 사람들은 결국 잠수를 타거나 문자 한 통 보낸 후 연을 끝는다. 그들은 전력을 다해 달리지 않는다. 어디 컨설팅 받는 일에만 그럴까. 그들은 사람을 뽑는 일에도,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일에도 전력을 다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받고 하는 일에도 그럴진대 나처럼 돈 안되는 일에 힘을 쏟는 미련한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성장하는 쪽은 내 쪽이라 확신한다.


2주 간격의 브랜드 수업은 금새 다가오곤 한다. 나는 마치 월말 고사를 두 번 치는 학생의 기분으로 6번째 브랜드 수업을 준비할 것이다. 고전의 지혜와 현장 경험을 두루 녹인 수업을 준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수업 내요의 절반은 그 2주 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게 정말 살아 있는 수업이고, 도움이 되는 수업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바랜 노트 한 권 가지고 10년을 버틴 모교의 교수를 보며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일 년에 스물 두 번의 수업, 그러나 지금의 다짐으로는 힘이 닿는 한 이 수업은 계속 이어갈 참이다. 이유는 한 가지다. '박요철'이라는 이름의, 실재하는 브랜딩의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것이 백 개의 이론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도전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https://www.sebasiland.com/courses/171481261730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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